새로운 가족의 탄생

노는(遊)신부의 사순절 ‘함께 걷는 어둠’

by 교회사이


사순절 첫 번째 주간 수요일, 걸으며 읽는 마가복음서 (7)


“예수께서 집에 들어가시니, 무리가 다시 모여들어서, 예수의 일행은 음식을 먹을 겨를도 없었다. 예수의 가족들이, 예수가 미쳤다는 소문을 듣고서, 그를 붙잡으러 나섰다. . . . 그 때에 예수의 어머니와 동생들이 찾아와, 바깥에 서서, 사람을 들여보내어 예수를 불렀다. . . ‘보십시오, 선생님의 어머니와 동생들과 누이들이 바깥에서 선생님을 찾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누가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들이냐?’ 그리고 주위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둘러보시고 말씀하셨다. ‘보아라, 내 어머니와 내 형제자매들이다.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 곧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다.’” (마가복음서 3:20-21, 31-35)


새로운 가족의 탄생.jpg photo by noneunshinboo


당시의 유대인들에게 ‘나’는 단지 한 개인으로서가 아닌 오늘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의 범위보다 더 확장된 가족이라는 하나의 구조 속의 한 구성원으로 존재하고 살아가던 사회였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족이라는 구조 안에 속한 한 구성원으로서 모든 일상의 영역은 그 가족이라는 권위, 그 권위에 의해 지키고 따라야 할 전통과 관습, 그리고 그에 맞게 주어진 의무에 지배를 받고 있었으며, 따라서 한 개인의 행동은 곧 가족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가족들과 친척들은 ‘예수가 미쳤다’ 라는 그 소문을 듣고 그냥 있을 수만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미 소문만으로도 가족 전체의 명예에 적잖이 손상을 입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붙잡으러 나섰을 것입니다.

이러다 더 큰 사달*이 나기 전에 잡아다가 집에 앉혀놓는 것이, 가만히 목수일이나 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한 가족으로서 예수를 위해서일 수도, 가족 전체의 명예를 위해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가족과 친척들 역시 사람들이 예수께 갖고 있던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누구보다 가깝다 할 형제들도 사실은 예수님을 믿지 않았습니다.

“예수의 형제들까지도 예수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한복음서 7:5)


어머니 마리아 역시 아들 예수를 잘 이해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아들 예수, 그리고 그를 따라다니는 일행들이 모인 곳 그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고, 다른 아들들과 함께 ‘바깥에 서서’ 사람을 들여보내 아들 예수를 불러내는 마리아입니다.


“아무리 내 속으로 난 자식이지만 그 속을 정말 알 수가 없네.”

어미 속 태우고 애 태우는 자식을 보며, 혹은 뭔 꿍꿍인지 제 방문 꼭 닫고 두문불출 어미 속 뒤집는 자식을 보며, 도대체 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는 자식을 보며, 물어도 한 마디라도 말을 하면 입에 가시라도 돋는 것인지 입에 자물쇠 걸어논 자식을 보며, 속 태우고 애 태우는 어미 입에서 흔히 나오는 말입니다.

게다가 이 먼데까지 찾아온 제 어미에게 기껏 한다는 말이,

“누가 내 어머니이냐?”

직접 듣는다면 섭섭하고 서운하고 속상한 것을 넘어 무척이나 화도 날 법한 말일 것입니다.


새로운 가족의 탄생 2.JPG photo by noneunshinboo


“누가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들이냐? 보아라, 내 어머니와 내 형제자매들이다.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 곧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다.”


그러나 여기 예수께서 하신 말씀은 그런 말씀이 아닙니다. 어머니 마리아와 동생들이 섭섭하라고 서운하라고 하신, 사람의 정 가족의 정을 떼고자 하신 그런 모진 말씀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을 무시해서 하신 말씀도 아닙니다. 하나님을 위해 그리고 하나님의 아들을 위해 그깟 가족의 일이나 가족 관계는 희생해라 하신 말씀도 아닙니다. 하나님 나라가 중요하지 그 나머지는 하찮게 여겨라 하신 말씀도 아닙니다. 너의 믿음이 너의 신앙 생활이 네가 천국가는 것이 중요하지 그런 사사로운 감정이나 일에 얽매여서는 안된다는 하신 말씀도 아닙니다.



새로운 가족입니다.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그 가족이라는 개념을 넘어, 기존의 그 가족의 테두리를 무한정으로 확장한 새로운 가족.

하나님의 아드님께서 우리를 ‘나의 형제요 나의 자매요 나의 어머니다’ 라고 부르시는 가족. 하늘에 계신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나님을 우리 모두의 한 분 아버지로 하는 가족.

우리가 땅의 관계를 넘어 하늘의 관계 속으로, 땅의 사랑을 넘어 하늘의 사랑 속으로, 그래서 땅의 가족을 넘어 하늘의 가족이 되는, 새로운 가족.


하나님 나라 가족의 탄생입니다.



“때가 찼다.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여라. 복음을 믿어라.” (마가복음서 1:15)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 곧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다."


그 하나님 나라의 가족, 그 새로운 가족의 탄생은 지금 여기 이 땅에서 그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 하나님의 뜻은 하나님 나라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내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나라, 그것이 하나님 나라이고 그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위한 산고(産苦)의 길, 예수께서 가시는 지금은 사순절입니다.



* “그러자 바리새파 사람들은 바깥으로 나가서, 곧바로 헤롯 당원들과 함께 예수를 없앨 모의를 하였다.” (마가복음서 3:6)

** “이 사람은 마리아의 아들 목수가 아닌가? 그는 야고보와 요셉과 유다와 시몬의 형이 아닌가? 또 그의 누이들은 모두 우리와 같이 여기에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 그들은 예수를 달갑지 않게 여겼다.” (마가복음서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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