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몰래 흐르는 눈물이 있어
남 몰래 크는 나무도 있다

노는(遊)신부의 사순절 ‘함께 걷는 어둠’

by 교회사이


사순절 첫 번째 주간 금요일, 걸으며 읽는 마가복음서 (9)


“하나님 나라는 이렇게 비유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땅에 씨를 뿌려 놓고, 밤낮 자고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그 씨에서 싹이 나고 자라지만, 그 사람은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를 알지 못한다. 땅이 저절로 열매를 맺게 하는데, 처음에는 싹을 내고, 그 다음에는 이삭을 내고, 또 그 다음에는 이삭에 알찬 낟알을 낸다. 열매가 익으면, 곧 낫을 댄다. 추수 때가 왔기 때문이다.” (마가복음서 4:26-29)


Gogh, the Sower, 1889.jpg Gogh, the Sower, 1889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이 그녀의 두 눈에서 흘러요. 유쾌한 젊은이들이 질투를 하네요. 내가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어요. 그녀는 나를 사랑해요, 그래요 그녀는 나를 사랑해요. 나는 알아요, 알아요. 한순간 심장의 고동소리, 그녀의 아름다운 가슴의 고동을 느껴요. 내 한숨, 혼란스러움이 그녀의 한숨과 섞였으면. . . 오 하늘이시여, 그래요 난 죽을 수 있어요, 더 이상 바라지 않아요. 하늘이시여 난 할 수 있어요, 그래요 난 죽을 수 있어요. 더 이상 바라지 않아요. 그래요, 난 죽을 수 있어요, 죽을 수 있어요, 사랑을 위해서.”*


남 몰래 흐르는 눈물, 그녀의 슬프고 아픈 눈물이 흘러 여기 청년에게 사랑의 기쁨의 눈물이 됩니다. 그 사랑을 위해 청년은 죽을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그녀의 사랑이면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저기 보이는 언덕 위 나무가 저 혼자 큰 듯 보여도, 저절로 된 듯 보여도, 모두가 잠든 사이 남 몰래 큰 듯 보여도, 남 몰래 흘리는 그 눈물을 곁에서 지켜보는 한 사람이 있고, 그렇게 함께 흘리는 눈물이 있어 사랑은 저렇게 큰 나무가 된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신비입니다. (마가복음서 4:11)




“‘아버지, 만일 아버지의 뜻이면, 내게서 이 잔을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내 뜻대로 되게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되게 하여 주십시오.’ . . . 예수께서 고뇌에 차서, 더욱 간절히 기도하시니, 땀이 빗방울같이 되어서 땅에 떨어졌다. 기도를 마치고 일어나, 제자들에게로 와서 보시니, 그들이 슬픔에 지쳐서 잠들어 있었다.” (누가복음서 22:42, 44-45)


저기 겟네마네 동산 한 켠, 모두가 잠든 사이 예수님의 그 남 몰래 흐르는 눈물, 그 슬프게 짓는 한숨 소리, 그 아프고 저린 심장 고동 소리, 그 고뇌의 땀방울들,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제자들은 알게 될 것입니다. 나 모르게, 우리 모르게 그 두 뺨을 타고 흘러 낮은 곳으로 내린 눈물이 온 땅을 적시고 다시 흘러 거기 높은 곳 골고다까지 올라, 하나님 나라 그 큰 나무가 된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제자들은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그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은 제자들의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이 될 것입니다. 예수님을 거기 홀로 계시게 했던 미안함과 속상함으로, 그리고 그리움과 외로움으로, 그리고 더 나중에는 감사와 기쁨이 섞여 저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이 될 것입니다.


Gogh, the Sower.jpg photo by noneunshinboo


남 몰래 크는 나무는 있어도, 저절로 크는 나무는 없습니다.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이 있어 남 몰래 크는 나무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곁에서 같이 흘리는 눈물이 있어 나무는 자랍니다. 저 혼자 자라는 나무는 없습니다.


남 몰래 그리고 곁에서 같이 흘린 눈물로 어느새 훌쩍 큰 나무의 가지에 새들은 깃들고, 그 나무의 둥치에 다람쥐는 집을 짓고, 그 나무의 그늘 아래에 토끼는 풀을 뜯고, 그 나무의 주위로 하나 둘 모인 우리는 즐겁게 먹고 마시고 떠들고 놀고, 참 좋을 그날을 상상합니다. 그 상상을 할 수 있어 오늘 우리는 믿음의 길을 갈 수 있습니다.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을 듣는 오늘**

음악이 흐르는 사순절입니다.



*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L'Elisir d'amore> 중에서 주인공 네모리노가 부르는 아리아 ‘남 몰래 흐르는 눈물 Una Furtiva Lagrima’ 입니다.

** 유투브에서 찾아 들으실 수 있습니다. 파바로티도 물론 좋지만, 이탈리아 테너가수 페루치오 탈리아비니(Ferruccio Tagliavini)의 부드러움도 저는 많이 좋아합니다. 그 지직거리는 아날로그의 오래된 소리가 참 좋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OA0mxmSfsM

https://www.youtube.com/watch?v=n7MKP54SUH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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