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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회사이 Mar 29. 2022

괜찮다 괜찮다
무엇이 없어도 괜찮다

노는(遊)신부의 사순절 ‘함께 걷는 어둠’


사순절 네 번째 주간 화요일, 걸으며 읽는 마가복음서 (24)


“예수께서 길을 떠나시는데, 한 사람이 달려와서,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그에게 물었다. ‘선하신 선생님, 내가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너는 나를 선하다고 하느냐? 하나님 한 분 밖에는 선한 분이 없다. 너는 계명을 알고 있을 것이다. ‘살인하지 말아라, 간음하지 말아라, 도둑질하지 말아라, 거짓으로 증언하지 말아라, 속여서 빼앗지 말아라, 네 부모를 공경하여라’ 하지 않았느냐?’ 그가 예수께 말하였다. ‘선생님, 나는 이 모든 것을 어려서부터 다 지켰습니다.’ 예수께서 그를 눈여겨보시고, 사랑스럽게 여기셨다. 그리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에게는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 가서, 네가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라. 그리하면, 네가 하늘에서 보화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그러나 그는 이 말씀 때문에, 울상을 짓고, 근심하면서 떠나갔다. 그에게는 재산이 많았기 때문이다.” (마가복음서 10:17-22)


photo by noneunshinboo


부자 청년이 있습니다. 가진 게 많은 그래서 있는 게 메리트, 무엇이 많은 게 메리트인 청년입니다. 그 생김도 됨됨이도 게다가 그 삶의 결도 깊이도 꽤 있어 보입니다. 지식도 많아 보이고, 지혜도 있어 보이는 청년입니다. 


겸손한 듯 고개 숙여 가만히 묻는, 그러면서도 ‘나 이 정도는 됩니다’ 제법 은근 자랑질도 할 줄 아는, 그래도 밉지 않은 오죽 괜찮은 청년이었으면 갈 길 바쁘신 예수께서도 멈추어 눈여겨보실 정도였고 또 사랑스럽게 여기실 정도였을까요? 분명 있는 게 메리트인 청년, 없는 게 없어 보이는 청년입니다. 


“네가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고, 와서 나를 따라라.”


그런데 어쩐다, . . . 예수께서 하신 이 말씀에 그만 슬퍼집니다. 내심 좋은 말씀 듣겠다 칭찬도 조금 듣겠다 왔는데, 이건 무슨 말씀이신지. 청년은 예수께서 지금 하신 이 말씀이 결코 빈말씀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열두 제자를 가까이 부르셔서, 그들을 둘씩 둘씩 보내시며, 그들에게 악한 귀신을 억누르는 권능을 주셨다. 그리고 그들에게 명하시기를, 길을 떠날 때에는, 지팡이 하나 밖에는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말고, 빵이나 자루도 지니지 말고, 전대에 동전도 넣어 가지 말고, 다만 신발은 신되, 옷을 두 벌 가지지 말라고 하셨다.” (마가복음서 6:7-9)


그래서 청년은 슬픕니다. 있는 게 메리트였는데, 없이 따라오라 하시니, 벌써 겁부터 납니다.  




없는 게 메리트라네 난

있는 게 젊음이라네 난

두 팔을 벌려 세상을 다 껴안고

난 달려갈꺼야


나는 가진 게 없어 손해 볼게 없다네 난

정말 괜찮아요 그리 슬프진 않아요

주머니 속에 용기를 꺼내보고

오늘도 웃는다 그래


없는 게 메리트라네 난

있는 게 젊음이라네 난

두 팔을 벌려 세상을 다 껴안고

난 달려갈꺼야*




난 왜 없는 게 그리 많고, 있는 게 왜 그리 없고. 있는 거라고는 없는 게 있는 거고, 없는 거라고는 있는 게 없는 거고. 스펙이랄 게 도대체가 어디에 있나 눈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그 눈 씻을 물도 없고, 그럼 앞으로도 난 될 수 있는 게 없는 걸까? 지금 무엇이 없으니 앞으로도 무엇이 없는 걸까? 


나에겐 있는 게 없고 없는 건 그냥 없는 것인데, 누구에겐 있어도 너무 있어 없는 게 없이 죄다 있고. 나는 없는 게 죄입니다 없어도 너무 없는 게 죄입니다, 했더니 예수님은 없어도 괜찮다 그래도 괜찮다 내가 있으니, 내가 너무 많으니, 내 편으로 가자 하십니다. 괜찮다 괜찮다 조금 투덜거려도 조금 불안하고 걱정이 되도 그래서 많이 답답해도 괜찮다 괜찮다, 하십니다. 


나는 있는 게 메리트이고 있어도 많이 있어 메리트입니다, 했더니 예수님은 있어도 괜찮다 그래도 괜찮다, 그런데 내가 더 좋은 게 있으니, 내가 좋은 게 훨씬 많으니, 너는 없어도 괜찮으니 네 것을 그만 꼭 쥐고, 이젠 그거 내려 놓고, 내 편이 되어 너도 함께 가자, 하십니다. 




없는 게 메리트이니 없어도 좋으니 괜찮으니, 모두 나와 같이 가면 된다, 하십니다. 더 좋은 게 훨씬 좋은 게 나에게 가득 있으니 가볍게 가자, 훌훌 가자, 조금씩 조금씩 너의 하늘 아버지께서 필요한 것들 채워 주실 것이니, 네 걱정 근심 불안일랑은 그분께 붙들어 단단히 매고 너는 가볍게 가자, 네가 너를 비우면 내가 너를 채울 것이니, ‘나는 없는 게 메리트’ 라고 당당하게 말하면서 함께 가자. 


저기 길 가에 팔짱을 끼고 서서 널 보며 또 날 보며 키득키득하는 사람들은 신경 쓸 이유도 필요도 그럴 시간도 없으니, 나와 함께 가자. 나 보다 더 많은 것을 좋은 것을 갖고 있는 이들이 세상에 어디 있더냐.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것으로 그 참 좋은 것으로 너를 채울 것이니, 우리 다 잘 될 것이니, 없어도 괜찮다 괜찮으니 자꾸 무얼 채우려는 그 마음 거기에 그만 벗어 놓고 가자. 


가다 보면 분명 불안도 있을 것이고, 근심도 있을 것이고, 걱정도 있을 것이고, 그러니 겁도 날 것이고, 왜 그렇지 않을까 처음 길인데, 왔던 길도 가봤던 길도 아닌데, 처음 길인데, 가다 되돌아가 다시 다른 길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래 그럴 수 있다 그런 마음 들 수 있다. 의심도 분명 있을 것이고 회의도 들 것이다. 그래 그래도 괜찮다, 그렇게 떨며 가도 괜찮다. 내가 함께 갈 것이니, 괜찮다 괜찮다. 네가 날 버리지 않는 한 나는 너를 절대로 버리지 않으니, 혹여 네가 날 버려도 나는 너를 포기하지 않을 테니, 너를 내가 안고 갈 테니, 이고 갈 테니, 지고 갈 테니, 괜찮다 괜찮다. 


photo by noneunshinboo


무엇이 없는 게 메리트인 나, 

무엇이 없어도 믿음으로 내 발 가벼운 나,  

무엇이 없어도 소망으로 내 배 든든한 나, 

무엇이 없어도 사랑으로 내 맘 넘치는 나, 

없는 게 메리트이고 있는 게 젊음인 나, 

여전히 없는 게 메리트이고 있는 게 잘 익은 젊음인, 

그래서 나이까지 먹은 나, 

그래서 주님 앞에 항상 아이가 되는 나, 

그래서 없는 게 메리트인 나, 

그래서 나의 생(生)은 무엇이 있어 특별한 게 아니라 주님으로 특별한 나.  


“없는 게 메리트이고, 있는 게 믿음이고 소망이고 사랑이면 족하니, 그것이 외려 너를 채우려는 나에겐 더 없는 메리트가 되니, 너는 없어도 괜찮다, 없이 가도 괜찮다, 그러니 너는 ‘맑고 깨끗하고 자신있게’** 나와 함께 가자!” 

그렇게 내 손 잡아 주시는 주님을 나는 사랑합니다. 


그리고, 

없는 게 메리트인 사순절입니다. 



* 옥상달빛 <없는 게 메리트> 중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zwKyXiSbi60

** 옥상달빛 <인턴> 중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zdsKAOaOUV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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