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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회사이 Apr 02. 2022

그게 뭐 그리 좋은 거라고,
그걸 또 한다구요?

노는(遊)신부의 사순절 ‘함께 걷는 어둠’


사순절 네 번째 주간 토요일, 걸으며 읽는 마가복음서 (28)


“부활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두개파 사람들이 예수께 와서, 물었다. ‘선생님, . . . 형제가 일곱 있었습니다. 그런데, 맏이가 아내를 얻었는데, 죽을 때에 자식을 남기지 못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둘째가 그 형수를 맞아 들였는데*, 그도 또한 자식을 남기지 못하고 죽고, 셋째도 그러하였습니다. 일곱이 모두 자식을 두지 못하였습니다. 맨 마지막으로 그 여자도 죽었습니다. 그들이 살아날 부활 때에, 그 여자는 그들 가운데 누구의 아내가 되겠습니까? . . .’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성경도 모르고, 하나님의 능력도 모르니까, 잘못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 . . .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시기를, ‘나는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요, 야곱의 하나님이다’ 하시지 않으셨느냐? 하나님은 죽은 사람들의 하나님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의 하나님이시다. 너희는 생각을 크게 잘못 하고 있다.’” (마가복음서 12:18-27) 


photo by noneunshinboo


NO TIME TO DIE, 

살기도 바쁜데 . . .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이고, 


ONLY IN CINEMAS, 

오직 영화에서나 있는 일이지 그게 어디 현실에서 가능한가요? 


JAMES BOND’S CHOICE, 

그게 어디 내가 선택을 하고 말고의 문제인가요? 




시집도 가고 장가도 가고, 정말 그걸 또 하라구요? 아니 그게 뭐 그리 좋은 거라고 거기까지 가서, 부활까지 해서, 그걸 다시 해야 한답니까? 그것도 지금 사는 이 사람하구요? 누가 얼마나 대단히 좋다고 했다고, 그랬어도 그게 농담처럼 한 말이지, 이 사람하고 어떻게 또 결혼을 한단 말입니까? 설마, 거기 지옥 얘기는 아니죠? 설마, 내가 지옥에 가는 건 아니죠? 벌써 지옥에 온 건 아니죠? 정말 내가 부활한거 맞나요? 이거 악몽은 아니죠?


지옥도 아니고, 악몽도 아니다. 그냥 그래야 한다. 

네? 


그런데, . . . 

아니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 


휴우~, 아니라 하십니다, 다시 가지 않아도 된답니다, 다시 살아날 때에는 시집도 장가도 가지 않아도 된다고, 거기 하늘에 있는 천사들과 같아진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다행이신가요? 참 기쁜 소식, 복음이 되셨나요? 아니면, 다시 태어나면 난 꼭 그러고 싶은데 . . . 설마 그러신가요?**




자기야, 다시 태어나도 나랑 결혼할꺼야? 

그럼 말이라고 . . . 


이런 달달한 대화도 벛꽃이 한창이었던 신혼초이고, ‘벚꽃 엔딩’*** 무렵 이미 서로 묻지 않기로 암묵적 합의가 있었던 일종의 금기의 질문인데. 그런데 그런 걱정 말라고, 그럴 일은 절대 없다고, 부활은 없다고, 오늘만 살면 된다고. 사두개파**** 사람들을 통해 듣는, 역린을 건드리고 가정의 평화를 깨는 질문입니다.   


예를 들어도 참 못되게 듭니다. 밉상 짓만 하더니 질문도 밉상입니다. 그러나 거기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드는 질문인 것도 사실입니다. ‘정말 다시 이 사람하고 결혼을 하고, 또 그렇게 살아야 되는 거야? 정말 그런거야?’ 이런 생각들을 하고들 있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누구는 그러고 싶고 또 누구는 정말 그러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그게 결혼의 문제만 해당이 될까요? 다시 태어났는데도 여기 이 땅에서의 삶이 그대로 되풀이된다면, 전체는 아니어도 어느 일정 부분이 반복 재생된다면, 비록 내가 그 선택을 할 수 있어, 단지 선택적 반복이라 할지라도, 어찌 되었건 부활해서도 같아진다면 . . . 


그것이 부활일 수는 없습니다. 새롭게 태어났다 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세상, 영원한 나라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하나님 나라일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의 삶을 죄다 ‘Ctrl + A’ 하기엔 좀 그렇고, 여기서 여기까지는 Delete 하고, 그리고 여기서 여기까지는 ‘Ctrl + C’, 그래서 ‘Ctrl + V’. 이것이 부활이라면, 부활의 삶이면 그건 좀비의 삶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죽었는데 그 죽어 있음을 모르고 살아 있는 듯 사는 삶, 해는 이미 졌는데 사위 어두운데 그림자 무겁게 끌고 다니는 죽어 있는 삶일 것입니다. 


변화산에서 세상 그 어떤 빨래꾼이라도 그렇게 희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게 빛나는 그 변화하신 모습의 그리스도 예수님처럼, 변화된 내가 되어 변화된 삶을 그 영원히 변함이 없이 계신 하나님, 그 하나님의 나라에서 사는 것, 부활의 나가 되어 사는 부활의 삶이어야 하는데. 단지 내가 좋고 싫은 것들을 선택하여 반복 재생, 혹은 내 맘대로 내 뜻대로 지우고 오리고 붙이고 만들고 꾸미는 나이고 나의 삶이면 그것이 부활의 나, 부활의 삶일 수는 없습니다. 

그건 영화 속 나일 뿐, 영화 스크린을 마주한 어둠 속 나일 뿐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은 영원히 ‘ONLY IN CINEMA’이지 않습니다. 


photo by noneunshinboo


아브라함, 이삭, 그리고 야곱은 지금 죽어 있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죽어 있는 사람들의 집 거기 무덤 안에 누워 있는 사람, 여기 나의 기억 안에서만 살아 있는 조상이 아닙니다. 영원히 살아 계신 하나님께서 다시 불어넣으신 그 생명의 기운을 받아 그 하나님 안에서,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로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 그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시어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이 땅에서, 너희가 죽는 그 날을 마냥 기다릴 것이 무엇이냐, 내가 다시 올 그때를 그냥 기다릴 그 이유가 무엇이냐? 너희가 나로 인하여 그리고 내 안에서 지금 여기를 영원으로 살면 될 것을. 영원히 살아 계신 나의 아버지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로 살면 될 것을. 오늘을 영원으로 알고 믿고, 또 영원으로 살면 될 것을. 오늘을 영원으로 살기에도 바쁜데, 무엇 때문에 어제를 후회하고 오늘을 네 멋대로 살고 내일을 마냥 꿈만 꾸고 기다리고, 그렇게 살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 여기 내가 있으니 나와 함께 그 하나님 나라를 오늘 살자, 하나님을 사랑하고 너를 사랑하고 또 너를 사랑하는 것처럼 너의 이웃을 그리고 네 형제와 자매를 사랑하며, 정의와 자비와 평화의 일꾼으로 오늘을 살면 되는 것을. 그것이 변화된 너이고 그것이 변화된 너, 네가 사는 부활의 삶인 것을.” 




사실 사두개파 사람들은 부활이 무섭습니다. 다시 태어나 지금 사는 사람과 다시 결혼을 하고 못하고가 무서운 것이 아닙니다. 받을 그 심판이 무섭습니다. 오늘이 나는 너무 좋은데, 나에게 너무 좋은 하루 하루인데, 그냥 이것만 계속 살아도 바쁘고, 또 그렇게 살면 되는 것을, 그러다 잘 그리고 좋게 나의 생이 끝 나면 좋은 것을, 왜 굳이 부활을, 왜 굳이 심판을 그리고 그 처벌을 . . . 생각을 하기도 싫고 무섭습니다. 

그렇다고 거기에 계속 있을 수만 없는데, 영화 속 주인공으로 계속 있을 수는 없는데, 현실을 영화처럼 살 수는 없는데. 어둔 극장 한 켠에 머물러 스크린만 바라보며 살 순 없는데. . . 


오늘만 사는 삶이면 슬플 것입니다. 어제만 사는 사는 삶이면 몹시 슬플 것입니다. 그렇다고 내일만을 사는 삶이면 그것 역시 슬플 것입니다. 오늘을 영원으로 사는 삶, 영원처럼 사는 삶, 영원을 사는 삶, 그것이 살아 있는 삶, 영원의 삶이 아닐까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으신 하나님,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요 야곱의 하나님, 죽은 사람들의 하나님이 아닌 살아 있는 사람들의 하나님, 그분 안에서 그분과 함께 오늘을 영원으로 사는 삶이면 몹시 기쁜 삶이 아닐까요? 


TIME TO LIVE THE ETERNAL LIFE, 

영원한 삶을 살기에도 바쁜 나,  


ONLY IN GOD, BY GOD, WITH GOD, 

하나님 안에서, 하나님에 의해서, 하나님과 함께 사는 삶을 사는 나,  


GOD’S CHOICE FOR US, 

예수님의 길, 그건 나를 위한 하나님의 선택입니다. 


사순절, 그 선택입니다. 



* 죽은 형제에 대한 의무 (참조, 창세기 38:6-8, 신명기 25:5-10)

** 설마, . . . 저는 그럴 것입니다. 물론 나의 생각입니다. 다시 태어나도 그리고 하늘나라에서도 지금 아내와 다시 만날 것입니다. 농담 아닙니다. 제 아들도 만날 것입니다. 지금 아내와 아들이 쳐다보고 있어 그런 것 아닙니다. 정말입니다. 

*** 버스커 버스커(Busker Busker)의 <벚꽃 엔딩>

https://www.youtube.com/watch?v=tXV7dfvSefo

**** 사두개, 혹은 사두가이(Sadducees). 천사의 존재, 사후 세계, 그리고 부활을 믿지 않습니다. 영혼 역시 육체와 함께 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유대교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일체의 ‘조상의 전통’을 거부하고, 오직 모세오경만을 받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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