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동 이야기(10. 여름성경학교 이야기)

10. 여름성경학교 이야기-

by 홍반장

여름방학이다.

기세는 일찌감치 탐구생활과 일기를 다 해놓고(?)

편히 방학을 보내려 며칠 동안 분주하다.

탐구생활이 생겨서 방학숙제가 무지 양도 줄은 거 같고,

내용도 나름 재미있다.



교회에서는 여름성경학교를 간다고 한다.

가족들이랑 야외에 자주 놀러 간 적이 없는 기세는

교회에서 놀러 간다고 하는 말에 들떠 있다.

교회 선생님이 준비물을 불러주신다.

물가에 놀러 가서 필요한 물건들, 수영복, 수건, 칫솔, 갈아입을 옷 몇 개와

성경책과 찬송가,

마지막으로 엄마가 제일 아끼시는 옷 한 개?

기세는 엄마에게 말해 엄마가 제일 잘 입으시는 꽃무늬 몸뻬를 하나 챙긴다.



가는 곳은 청평이다.

교회 앞에 모여 버스에 올라타고 한참을 달려갔다.

선생님들은 버스 안 퀴퀴한 냄새 때문인지

한쪽에서 멀미하는 친구들에게 비닐봉지도 나눠주고,

멀미약도 나누어 주신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버스에서 내려 반별로 줄 서서

하나, 둘, 셋~, 복창을 하며 인원 확인을 한다.

저 멀리 학교 운동회에서나 봄직한 흰색 큰 텐트 안에서는 고소한 카레 냄새가 진동을 한다.

친구 엄마들과 선생님들이 모여서 음식을 준비하시나 보다.



인원 확인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강가를 신기한 듯 쳐다본다.

멀리 강위 물살을 헤치고 모터보트가 지나간다.

그 뒤 줄을 잡고 한 사람이 묘기를 부리고 있었다.

친구 아버님인 교회 장로님이다.

장로님은 삼각 수영복에 구명조끼를 입고 멀리서 보란 듯이 수상스키를 타고 있었다.



그래도 기세는 텐트 쪽에만 눈이 갔다.

드디어 반별로 줄 서서 음식을 나누어 준다.

처음 보는 플라스틱 배식판이다.

반별로 식판이라고 일컫는 판에 음식을 차례차례 담아 잔디밭에 담당 선생님을 중심으로 모여 앉아 식사를 한다.

그런데 동네 형들이 속한 반에서 주는 식판과 기세가 속해 있는 식판이 달라 보였다.

형들 반은 덩치가 커서 그런지 식판 깊이가 깊고 양이 많이 들어갈듯한 식판이었다.

어느새 형들 줄에 섞여 있는 기세를 담당 선생님이 이리로 오라고 자꾸 부르신다.



점심을 먹고 이것저것 활동도 하고,

놀이도 많이 해서인지 금세 배에서 저녁시간을 알린다.

저녁엔 선생님이 기세 손을 잡고 또 카레를 줄 서서 먹는다.

왜 이리 점심, 저녁을 카레를 먹어도 이렇게 맛이 있는지,

기세는 매일 먹으라도 먹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녁이 되어 컴컴해지기 시작하자

큰 텐트 주변에 전등을 달려고 청년부 형들이 열심이다.

한쪽 구석에는 반별로 웅성웅성한다.

반별로 장기자랑을 한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탈의실 주변으로 아이들을 모아 가져온 옷을 갈아입으라고 하신다.

엄마옷을 가져오란 이유를 이제 깨달았다.

여장 무도회를 하겠다는 선생님의 마음을.

아이들은 치마, 원피스, 투피스, 정장에서부터 한복까지

대부분 고급스러운 옷들을 골고루 꺼내어 질질 끌며 입고 나온다.

가져온 엄마옷을 입고 탈의실에서 나온 아이들을 선생님이 화장도 해주시며 웃으신다.



선생님이 어머니가 제일 아끼시는 옷을 가져오라는 이유였는지,

아이들은 말 그대로 옷장 깊숙이 있는 명절 때나 결혼식에나 입으실 만한

부모님들이 아끼는 옷들을 가져온 모양이다.

아이들은 옷 크기가 안 맞았는지 텀부덩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질질 끌며 가관이다.

하지만 기세는 엄마가 제일 잘 입으시는 꽃무늬 몸뻬 옷을 가져와서 입고,

교회 형 누나 앞에서 모델처럼 걷고 있는 중이다.




다들 기세가 입은

엄마가 제일 아끼시는 일명 몸뻬에 다들 배꼽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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