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오락실 이야기-
학교 앞 오락실은 방과 후 유난히 북적인다.
요즘 기세의 최대 관심사는 킹콩이라는 게임이다.
킹콩이 여자를 납치해 가면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 구출을 하는 게임이다.
킹콩은 계속해서 드럼통을 굴려 내려보내 올라오는 것을 방해한다.
게임을 잘하는 형들이 하고 있으면 화면을 유심히 보는 시간도 많다.
하지만 용돈이 한계가 있기에 맘 놓고 게임을 하지 못하고, 기계 앞에서 구경하는 시간이 더 많다.
동전을 하날 넣으면 게임 기계 오른쪽 하단에 영어로 CREDIT라고 표시되어 있는 부분에 숫자가 올라간다. 동전 하나에 한 번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어느 날 동네 친구 한 명이 기세에게 동전 하나를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그 동전 끝에는 어떻게 구멍을 뚫었는지 모르지만 실이 매달려 있다.
오락실 기계에 동전을 넣는 구멍에 실 달린 동전을 넣고 뺐다를 하면 여러 번 공짜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돈을 안 내고 여러 번 게임을 할 수 있다니 부러웠다.
동전에 구멍을 내다니......
그 친구 주변에는 대단한 친구들이 많았다.
실 달린 동전은 약과였다.
기역 자 모양으로 휜 테니스 줄이나 전자식 라이터 부속품 일명 따닥이 등 오락실 주인아저씨가 싫어할 만한 연장?들이 모두 하나씩이다.
그 친구들은 학교 앞이나 동네 오락실은 안 간다.
집에서 멀리 있는 오락실을 대상으로 그 연장?들을 사용하나 보다.
그 친구들은 갤럭시, 인베이더, 킹콩, 올림픽 등,
그시대에 관심 있는 게임을 원 없이 할 수 있다고 떠들고 다닌다.
그래도
기세는 동네 오락실에서 게임을 잘하는 형들이 하는 기계 앞에서 구경 중이다.
한참을 서있다가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신중히 동전 하나를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