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동 이야기(4. 헌금 이야기)

4. 헌금 이야기-

by 홍반장

교회 가는 일요일 아침 풍경은

엄마에게 실랑이로 시작해 조르기와 떼쓰기로 이어진다.

기세는 십일조가 있어야 교회 가는 발걸음이 가벼운 걸 알기 때문이다.


엄마가 기분 좋은 날이신가 보다.

밀알인지 보리인지 그림이 그려져 있는 은색 동전,

50원을 두 손으로 받는다.

손에 꼬옥 쥔 동전이 교회 가는 발걸음을 뿌듯하게 한다.

50원짜리 동전을 받은 날은 고민이 많다.

십일조 봉투에 50원을 다 넣기에는

너무 많은 액수라고 생각했는지 풍년 상회로 간다.

방직공장은 일요일도 일하는지 공장 누나들이 아침부터 풍년 상회에 가득이다.

누나들 틈 사이로 10원짜리 과자(라면땅)하나 들고 50원짜리 동전을 내민다.

10원짜리 동전은 50원짜리보다 크기도 크고, 거슬러 받은 4개의 동전은 손에 꽉 찬다.

가게에 나와서 과자를 튿어 꼬부라진 과자 몇 개를 입에 털어 넣는다.

생라면보다 맛있고 도톰한 게 씹을 때 소리가 오도독한다.

교회 가는 길에 흔하게 먹던 아카시아꽃이 눈에 안 들어온다.

한쪽 손에 과장봉지, 각각 20원씩 나누어 넣은 왼쪽, 오른쪽 호주머니.

교회 가는 길이 이보다 뿌듯할 수 없나 보다.


헌금 시간이 되면 모두 기도를 드리는 시간 중에

멀리서부터 베일로 싼 바구니가 건너 건너 전해져 기세에게로 온다.

기세는 기도 중에 눈뜨고 딴짓을 하면 안 되는 건 알고 있다.

헌금이 없는 날은

멀리서 조금씩 가까이 오는 바구니가 하나님에 대한 기도보다 뒷전이다.

옆에서 툭하고 온 헌금 바구니를 넣을 게 없을 때는

받기 무섭게 옆 사람에게 전달해주는 것도

수건돌리기 놀이하는 것보다 재빠르게 하기 다반사였다.


하지만 오늘은 맘 놓고 기도를 드려도 되는 날이다.

다들 기도 중에 몰래 새우 눈 치켜뜨고,

주위를 안 살펴봐도 되기 때문이다.

한쪽 호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손으로 조물락거리며,

기세는 순서가 오자 자신 있게 동전 두 개를 꺼내어

자랑스럽게 보란 듯이 바구니에 털어 넣는다.


목사님이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말씀하신다.

사랑의 뜻은 주변 사람들에게 먹을 거도 나누어주고, 베풀며 살라는 뜻이란다.


집에 걸어오는 길에

한쪽 호주머니에 남아있는 동전 두 개를

양 호주머니에 나누어 넣는다.

다음 주에도 교회 가는 길은 즐거울 거 같다.



까치발로 연신 집에 돌아가는 길옆 달콤한 아카시아꽃을 따먹는다.



이전 03화중화동 이야기(3. 창세기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