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동 이야기(3. 창세기 이야기)

3. 창세기 이야기-

by 홍반장

가을 하늘이 높은 어느 날

길가에는 왜 이리 널려진 단단한 플라타너스 열매가 많은지, 발로 차고,

주워 줄기를 잡고 흔들며 한쪽 손은 옆집 누나 손을 꼭 잡고 신나게 걸어간다.

도착한 곳은 새로 생긴 개척교회.


긴 머리 교회누나가 나와서 단팥빵을 나눠준다.

왜 이리 달콤한지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교회로 향한다.

교회종탑1.jpg

밥은 안 먹고 교회 가서 빵을 얻어먹은 지 며칠 되는 날

더 이상 빵을 나눠주지 않아 의아한 눈빛의 기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빵을 주지 않자 교회누나에게 물었다.

누나 하는 말

“이제 교회에서 시험을 보면 빵을 줄 거야”

기세는 시험이라는 말에 긴장했다.

옆집 누나에게 연신 물었다.


“시험이 뭐예요?”

“어떻게 하는 거예요 누나?”


시험은 구약성경 목차 외우기라는 것이다.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로 이어지는 제목들.

그때까지 국민학교도 안 들어간 상태고, 글자도 잘 모르던 터였다.

제목을 노래화해서 부르면서 어느 정도는 말로 하는 건 성공했다.


문제는 글씨였다.

그날부터 옆집 누나가 공책에 책받침을 대고 연필로 꾹꾹 눌러 써준 글자를 받아 적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글자를 그리고, 그리기를 반복했다.

모양을 외워서 그리는 것이다.


드디어 기세는 교회에서 시험을.....그림을 그렸다.

문제를 읽지도 못하고 이해도 안 되는 상태에서 답만 그리는 것이다.

맞는지 틀리는지 모를 그림을 다 그리고 나서,

나오면서 교회누나에게 물었다.

“빵은 언제 주나요?”

“시험지 보고 채점해서 줄 거야!”


다음날 교회에선 이름과 점수를 불러주며 한 명, 한 명에게 빵을 나눠주었다.

기세는 본인 이름만 부르지 않자 고개를 갸우뚱한다.

물론 빵도 안 나누어주자 궁금하지만 아무 말도 못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기세만 점수를 줄 수 없어서 그렇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왜 그러냐는 제촉된 물음에 옆집 누나는

기세의 시험지를 떠올리며 기세를 보고 자꾸만 웃는다.



기세의 시험지 이름 쓰는 칸에 괴발개발로

창세기라고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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