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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딘 Feb 23. 2024

애.개.육아

나, 아내, 아이, 인삼. 우리는 한 가족이다. - 1

#1

 나는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반려하는 행위를 좋아했다.


다른 사람이 키우는 강아지를 좋아했고, TV에 나오는 고양이들이 이뻤다.

유치원, 초등학생 때는 길 가다가 보이는 지렁이, 달팽이를 비롯한 곤충들도 잡아 집에 가져왔고, 엄마 몰래 집에 햄스터를 입양해 키우다가 걸려서 혼나기도 했다.


 중학생이 되어서 강아지를 키우자고 했고, 그 강아지는 결국 엄마가 전부 케어했다.

엄마는 매일 청소기를 2~3번씩 돌리고, 오줌 실수하면 락스희석한 물로 바닥을 닦고, 그렇게 사셨다. 집에 개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옷에서는 늘 섬유유연제 향이 가득했다.


이때 강아지 한 마리 입양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기도 했었다.


중학교 데려온 강아지는 내가 대학에 입학하며,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고는 나의 관심은 멀어졌다. 그럼에도 군대에 입대하고, 휴가 때마다 허리가 부러지듯 꼬리를 흔들었다. 무시했고, 귀찮았다. 나는 군 제대 이후 방황했고, 다시 복학을 마음먹었다.

원룸방을 얻어 이삿짐을 싣고 달리는 안에서 사망 소식을 들었다. 슬픔보다는 덤덤했다. 오히려 엄마가 씁쓸해하셨다.


그렇게 나는 학업 등으로 인해 무언가를 반려하는 행위를 그만두었다.

한동안은.


자취하던 중 어느 날 아는 동생으로부터 골든햄스터 한 마리를 부탁받게 되었다. 이미 1년 넘게 살던 녀석이었다.

잠잠해진 나의 마음 한편에 돌을 던진 것이었다.


1년을 더 살다가 녀석이 죽고서는 다른 동물들을 다시 집안에 들여오기 시작헀다.

작은 햄스터를 1년 넘게 키웠지만 금방 죽었다. 이 작은 생명이 내 방에서 어느 날 갑자기 죽는 건 아무래도 마음이 착잡해졌다.


그래도 난 멈추지 않았다. 이제는 좀 더 수명이 긴 녀석들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추가된 조건은 관리의 최소화였다.

그렇게 나는 절지류를 집에 들이기 시작했다.


적당히 멋스럽다 생각하던 한 마리의 타란튤라와 한 마리의 전갈이 집에 왔다. 

이 녀석들은 딱히 관리가 필요하지 않았다. 하루 한번 먹이와 습도를 위해 물을 분무해주고, 바닥에 온도 조절용 전기장판 정도면 끝이었다. 필요하다면 1년에 1번 정도, 케이지 청소해 주면 그만이었다.


대신 먹이를 키워야 했는데, 먹이는 밀웜으로 시작했고, 키우기에 난이도도 높지 않았다.

그냥 책상 위에 작은 케이지에 두고 키웠기에 자리차지도 안 했고, 밀웜 케이지는 밀폐용기에 구멍 몇 개 뚫려 있던 것이 전부였기에 냄새도 나지 않았다. 밀웜 주된 먹이는 밀기울이었고, 가끔 상추나 양배추 잎 1개면 충분했다.


그렇게 신경 쓰는 듯 아닌 듯 키우던 전갈친구는 온습도에 조금 더 민감했는지 금방 적응하지 못하고 죽었다.


그러나 타란튤라는 주기적으로 한 마리씩 늘어났다.

대략 3년 정도 키운 것 같다.

물론 그동안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도 좀 있었고, 적응해서 3년 동안 꽤 커진 아이도 있었다.


나름 애정하며 키웠는데 결혼을 앞두고 새로운 주인을 찾아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주인을 알아보는 녀석들은 아니라 괜찮았을 것이다. 나보다 더 잘 케어해 주는 주인이었기를 바랄 뿐이다.


결혼 후 나는 반려동물이 아닌 반려식물로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집이 작고, 햇볕이 넉넉히 들어오는 그런 집이 아니었기에 식물들이 금방 죽어 나갔다.

그래서 나에게는 더 이상 반려동식물은 없다고 생각할 때쯤... 아내는 강아지를 원하기 시작했다.

산책도 함께 나가기도 한다.



너무 길어져서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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