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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항암치료를 거부했다

새로운 시작으로 나아가다



재발 방지를 위해 항암을 더 합시다.
약제를 더 추가해서요.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말인가. 나는 지금까지 석 달이 넘는 기간을 항암 종료를 위해 혼자 버텨왔고, 이제 길고 긴 괴로움의 터널을 지나 빛을 볼 일만 남아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교수님이 보시기에는 그게 아닌 것으로 판단했던 것 같다.     


  교수님은 내 케이스가 정말 특이하다고 하셨다. 원발암 자체는 크게 진행되지 않았지만, 난소로의 전이가 심한 상황이었다. 교수님은 나중에 이 케이스가 논문으로 발표될 수도 있다고 농담 섞인 말을 하셨지만, 그 농담조차도 조금 씁쓸했다. 종양 절제를 잘 하긴 했지만 난소를 몸에 남긴 상태이기 때문에 재발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하셨고, 약제를 하나 추가해서 조금 독할 수 있겠지만 3~4회 정도 더 진행해 보자는 의견이셨다.     


  이런 치료를 3개월이나 더 받아야 한다니. 나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나에게 옳은 선택이란 무엇일까. 나중에 후회 없는 선택이 되려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브런치 글 이미지 1



 나는 교수님께 여쭤보았다.


”이 항암치료를 추가로 받으면 재발 위험성이 낮아지나요? “     




”재발의 위험성이 낮아지는 건 없습니다.
환자분이 재발되면 재발확률은 100%인 것이고,
재발하지 않으면 0%인 것입니다.




선택은 오롯이 나의 몫이며 결과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추가 항암치료를 포기했다.






  내가 정말 항암치료에 확신이 있었다면 추가 치료를 강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재발 위험성이 확실히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치료 후 이미 10kg 가까이 체중이 빠진 상태에서 항암치료를 추가로 받는 것이 내 건강에 큰 부담이 될 것 같았다. 또한, 혼자 지내는 상황에서 정신적으로도 너무 힘든 시간이었기에, 추가 치료를 받을 자신이 없었다.      


  교수님은 항암치료를 많이 권하셨지만 결국 PET-CT를 한 번 더 찍어보고 결정하자고 하셨고, 그 결과는 다행히도 이상이 없었다. 그때부터 치료를 중단하고, 이후에는 주기적인 추적검사를 통해 건강을 관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되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그리고 그때 상황이 조금 달랐다면, 나는 다른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서울대병원과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다면, 또는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치료를 받는 데 있어 더 마음 놓고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 그때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선택이 나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항암치료를 받지 않기로 결정한 덕분에, 암에 대해 보다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다. 어떤 식이요법을 따라야 하는지, 어떤 생활 습관을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시간을 들여 찾아보았다. 이를 통해 나만의 건강 관리 방법을 점차 확립해 나갈 수 있었다.     


  앞으로의 결과는 나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가능성들을 믿고 있다. 앞으로 5년 후 완치, 10년 후 재발 없음 등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또한 그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나는 내 삶을 소중히 여기며, 나 자신을 위한 건강한 삶을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했다. 앞으로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처럼 암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전하고 싶다. 또한 식이요법, 생활 습관 개선 등 다양한 방법들을 글로 써서 나눌 계획이다. 아직 내 여정은 끝나지 않았으니,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 길을 걸어가고 싶다.     




(아직 브런치가 끝나지 않았으니 구독 계속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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