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제주살이 당시의 기록을 재구성하였습니다.
내일모레면 제주를 떠나 원래에 있던 자리로 되돌아갑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돌아갈 때 캐리어가 이상하리만큼 무거워졌는데 이번에는 수월하게 짐을 쌌습니다. 이미 한 번 짐 싸기를 처리한 상태여서 그런 거겠지만 그래도 섭섭할 만큼 일찍 끝났네요.
진짜로 돌아갑니다. 어쩐지 긴장이 됩니다. 1년의 제주살이 계획이 상상도 못 한 일로 막을 내리게 돼서 돌아가는 마음이 가볍지 않은 것 같아요. 섭섭함과 긴장감을 빼놓고 캐리어를 닫을 때 즈음 시계를 보니 5시가 지나고 있었습니다. 지금 나가면 일몰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들고나갔습니다. 좋아하던 하늘과 바다, 바람이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대답 없는 메아리로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당분간은 '느낄 수 없는 것들'과 인사를 했습니다. 핑크빛 하늘이 서서히 물들어 갑니다. 나는 가만히 서서 바라봅니다. '이렇게 눈으로 담으면 한동안은 재생이 가능할 거야.' 겨울이 와 다니던 길목을 군데군데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처럼 우리의 흔적이 이곳에도 남아있기를 바라면서 떠날 준비를 합니다.
마지막 날, 뭘 하고 싶은지 나에게 물어봅니다. 최애의 식당에 갈까? 추억이 깃든 오름을 오를까? 가보고 싶었던 삼다수숲길을 갈까? 성산일출봉을 오를까?
두터운 패딩에 카메라를 메고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을 셀카로 담아보니 처음 돌아다니던 내가 스쳤습니다. 발길이 닿는 대로 움직이던 지난날들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아서 슬펐습니다. 성산일출봉을 처음 올라가 본 나는 신비롭고 강한 기운에 홀렸습니다. 자연의 움직임으로 깎여진 돌과 그 위로 자라난 작은 나무들의 위태로움, 높은 곳에서도 비치는 바다의 맑음이 절경이었어요. 돌이켜보면 제주는 어디에서나 이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고요함 안에 드러나는 분투의 흔적, 평화로움 속에 깃든 단단함.
집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오후, 전이수 작가님의 전시장을 들립니다. 매년 크리스마스에 바뀌는 전시라서 가기 전에 꼭 보고 싶었거든요. 작품 앞에서 머무는 시간을 여유롭게 선물하며 시간의 사치를 부려봅니다.
눈물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서둘러 엘리베이터에 오릅니다. 어멍도 그런 것 같습니다. 웃음은 참기가 어려워도 눈물은 애를 쓸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이별은 적응이 되지 않으니까요. 잘하는 작별이란 없기에, '다시 만날 거잖아' 란 당연함은 가까운 죽음을 겪은 뒤 사라졌고 최선을 다해 작별을 끌어안는 것이 유일한 것임을 알기에 있는 힘껏 어멍을 끌어안았습니다. 서로의 심장이 맞닿자 이내 떨림이 전해집니다.
진짜 갑니다. 잘 있어요. 우리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