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3년 후, 현재

by 안 희




꺼내어 쓰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이곳에는 검은 돌이 펼쳐진 바다와 바람, 눅눅함, 길고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이 없음에도 있는 것처럼 보는 것처럼 매주 기분이 그랬다. 이만큼 생생하고 진한 감정이 남은 이유와 비법은 뭘까.


서울로 돌아온 이후 크고 작은 변화들이 일어났다. 단짝친구 겨울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한 달 뒤에 할아버지마저 떠났다. 투박한 사랑체를 가진 가족구성원 중 표현을 아끼지 않았던 두 존재는 약속이나 한 듯이 함께 사라졌다. 이사를 했고 지역마다 여럿 규모의 도서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책을 빌려 읽으며 한강을 더 좋아하게 됐고 아침에 눈 뜨는 일이 괴롭지 않게 됐다. 쉼을 주는 고향이 생겼고 죽음 아니면 사랑인 어멍을 얻었다. 서울의 야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게 되었으며 산에도 오른다. 소음 속에서 고독을 지키며 관계를 맺는 법을 찾았으며 많이 편안해졌다.


누군가에게는 흔한 일상이지만 나에게는 '숨'이 달라진 변화들이다. 증명하려던 전과 존재하려는 후의 삶은 제주살이를 경험 한 기점으로 달라졌다.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여전히 '제주'라고 답 할 것이다. 이제는 살만 하다. 마음속에 잔잔한 파도처럼 새겨진 그때의 모든 만남에게 늘 고맙다. 농담이 아니라 제주가 사람 하나 살렸다!


흠.. 서울에 돌아왔으니 이제 이야기를 마쳐야겠다. End 가 아닌 and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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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솔직함 뿐이었던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연기에 빚지며 살고 있습니다>부터 꾸준하게 찾아주신 작가님들과 독자님들 또 새로운 분들까지 티 내지 않았지만 매주 큰 힘을 얻었습니다. 이제 <언젠가 한 번쯤은, 제주> 연재를 끝낼게요. 모두에게 '언젠가 한 번쯤은 OO'가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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