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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아 Oct 14. 2024

언 럭키비키

2천 원에 행운을 팝니다

나는 럭키비키라는 단어를 싫어한다. 

'럭키비키'는 영어 단어 'Lukcy'와 'Vicky'의 조합으로, 주로 운이 좋은 상황이나 사람을 칭할 때 사용되는 2024년 신조어다.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말하는데,

예를 들어, 갑자기 좋은 일이 생기거나 기대하지 않았던 행운을 얻게 될 때 "진짜 럭키비키야!"라고 말할 수 있다.


나에겐 참 생소하고 낯선 단어다.

"럭키비키잖아? 이것 참 좋은 일이잖아" 보다는 “내 이럴 줄 알았다”를 입에 달고 살아와서 그런가. 

우려하던 일이 마침내 벌어졌다는 뉘앙스가 내겐 더 자연스럽다.

우려하던 일이 일어났을 때 부정으로 받아들이는 나는 ‘언 럭키비키’ 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망했네'보다는 나은 것 같고, 그렇다고 '럭키비키'처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 때 주로 사용한다.


어디 긍정의 힘만 있겠나 부정의 힘도 있다. 

언 럭키비키인 상황에서도 멘탈을 부여잡는 것, 어찌어찌 해결해 내는 것,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언 럭키비키인 상황도 그리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매일매일이 “럭키!” 라고 외칠 수 없어도 괜찮으니까. 언 럭키에도 '럭키'는 들어가니까.



언제부턴가 네잎클로버가 핫해졌다.

동네 커뮤니티에서는 심심치 않게 이런 글을 발견할 수 있다.

"잠실새내역 앞에 네잎클로버 파는 아저씨 몇 시쯤 오나요?”

"행운의 네잎클로버 어디 가면 살 수 있나요?"


그러던 어느 날 친구를 만나기로 한 전철역 앞에서 네잎클로버 노점상을 발견했다.

"2천 원에 행운을 팝니다."라고 쓰인 박스와 테이블 위 빼곡히 자리 잡은 코팅된 네잎클로버들.

드디어 나도 찾았다는 생각과 동시에 들었던 생각은 '행운을 돈 주고 살 수 있나?'였다.

꿈을 돈 주고 사고팔 수 있다는 말도 믿지 않는데 행운을 판다니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마치 음성변조할 노력조차 하지 않은 보이스피싱을 듣는 것 같았다.

다가가서 '그 행운 어디서 온 건데요? 누구의 어떤 행운을 판다는 거예요?'라고 묻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자꾸만 네잎클로버 노점상에 눈길이 갔다.

생각보다 네잎클로버를 구매하거나 사진을 찍으려고 걸음을 멈춰서는 사람들이 많았다.

머리로는 노점상 바로 옆 복권가게에 가는 것이 더 빨리, 큰 행운을 만날 수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시선은 네잎클로버에서 떠나질 않았다.


어릴 적에는 재미로 친구들과 네잎클로버 찾는 놀이를 하곤 했는데, 

이제는 돈을 주고 행운을 사고 싶을 만큼 행운이 간절한 시대에 살고 있나 보다.

나 또한 행운이 간절하다. 그렇지만 네잎클로버를 부적처럼 몸에 지니고 다녀야 하나, 아니면 지갑에 껴놔야 하나, 그래도 코팅되어 있으니 실수로 세탁기에 돌려도 망가지진 않겠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어느새 노점상 앞에 서있는 친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친구는 내게 선물이라며 그 자리에서 구매한 네잎클로버를 건넸다.

내가 빤히 쳐다보는 모습을 보고는 갖고 싶어 하는 것이라 생각한 듯했다.

우리를 보며 노점상 할아버지가 말했다. "좋은 일 생기겠네요."


요새는 네잎클로버가 흔해 빠졌다고, 

쿠팡에서도 단위로 판매하는 거 알고 있냐고 묻는 내게 친구가 말했다.

"너에게 좋은 일이 생기길 바라는 내 마음은 하나야."


그리고 내가 대답했다.

"이미 생긴 것 같아, 좋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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