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이분법의 마술: 하나는 둘, 둘은 넷!
질문하는 언어학
[교수] 일단, 인위성으로 돌아와서 얘기를 마무리하죠. 인위성을 가지고 두 가지 기호를 규정해 주세요.
[학생8] 예, 인위적 기호는 인위성을 갖고, 자연적 기호는 인위성을 안 갖고.
[교수] 좋습니다. 이제 그걸 간단히 표시해 봅시다. 어떤 성질을 가지면 플러스로 표시하고, 그렇지 않으면 마이너스로 표시한다고 해 보죠.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되겠어요? 인위적 기호는 인위성에 무슨 표시?
[학생8] 플러스 표시!
[교수] 자연적 기호는 인위성에 무슨 표시?
[학생8] 마이너스 표시!
[교수] 내가 이렇게 써 볼 게요. 칠판 보세요!
인위적 기호: [+인위성]
자연적 기호: [-인위성]
어때요! 이젠 정리가 되었죠? 하나의 속성으로 두 가지 유형을 구별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걸 이분법이라고 합니다. 어떤 속성을 정해 놓고 그걸 가지고 있는 것과 가지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누는 거죠. 두 개의 대상을 두 가지 속성으로 각각 정의하는 것보다, 이렇게 한 가지 속성으로 두 가지 대상을 단번에 정의하는 게 더 간결하고 더 멋집니다. 언어학에서는 이렇게 이분법을 통해 대상들을 규정하고자 합니다. 그럼, 하나 더 질문을 하겠습니다. 방금 우리는 인위성을 가지고 두 가지 종류의 기호를 구별하였는데, 인위성 말고 다른 어떤 속성이 또 가능할까요? 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사실, 학생이 아까 답을 말했어요. 스스로 말이죠.
[학생8] 예? 제가요? 오! 그랬나?
[교수] 예, 내가 아까 훌륭한 용어를 만들어냈다고 칭찬까지 했죠. 기억나요?
[학생8] 자연성이요?
[교수] 그렇습니다. 바로 그거예요. 그럼, 자연성을 가지고 두 가지 종류의 기호를 구별해 볼까요? 학생이 직접 나와서 써 볼래요? 너무 부끄러워하지 말고. 얼른요.
[학생8] 예, 알겠습니다. 음...
인위적 기호: [-자연성]
자연적 기호: [+자연성]
[교수] 여러분, 어떻습니까? 잘했죠! 박수! 아까 내가 쓴 것과 비교해 보세요. 어떤 성질을 가지고 구별하느냐에 따라, 기준이 뭐냐에 따라, 플러스와 마이너스 표시가 달라졌죠?
인위적 기호: [+인위성] 인위적 기호: [-자연성]
자연적 기호: [-인위성] 자연적 기호: [+자연성]
인위성을 기준으로 하든, 자연성을 기준으로 하든, 하나의 기준으로 두 가지 대상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이게 이분법을 통해 기호의 두 가지 종류를 정의하는 방식입니다. 이젠 여러분 모두 기호의 두 가지 종류가 어떻게 대비되는지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겁니다. 이제 이분법에 대한 이야기 하나만 더 하고 이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죠. 아까 이분법에 따르면 하나의 속성으로 두 가지 대상을 구별할 수 있었습니다. 맞죠? 그럼, 이제 문제입니다. 2개의 속성을 통해서는 몇 가지의 대상을 구별해 줄 수 있을까요? 음... 이건 일종의 수학 문제이기도 한데요. 1개의 기준으로 2개의 대상을 구별할 수 있다. 그럼, 2개의 기준으로는 몇 개의 대상을 구별해 줄 수 있을까? 여기 누구 수학 잘하는 사람 없어요? 예, 학생, 이야기해 보세요.
[학생9] 예. 1개의 기준으로 2개의 대상을 구별할 수 있다면, 2개의 기준으로는 4개의 대상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하나가 둘을 감당할 수 있으니, 그런 하나가 둘이 생기면 모두 네 개의 대상을 구별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수] 훌륭합니다. 여러분, 저 학생에게 박수 한번 쳐 주세요! 그럼, 제가 그렇게 이분법을 적용한 실제 예를 보여드릴 게요. 칠판 보세요.
N: [+N, -V]
V: [-N, +V]
A: [+N, +V]
P: [-N, -V]
자, 이제 설명하겠습니다. 칠판에서 우선 맨 왼쪽의 것들을 보세요. N, V, A, P. 이건 뭘까요? 영어의 주요 품사 4가지입니다.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이렇게요. 그런데 이들 옆에는 각괄호가 하나씩 놓여 있지요? 그 안에는 N과 V가 들어 있어요. 이때 각괄호 안에 들어 있는 N과 V는 속성으로서의 N과 V입니다. 그러니까 맨 왼쪽에 쓰여 있는 N, V, A, P와는 다른 차원의 것들이죠. 먼저 명사 N의 경우를 봅시다. 옆에 있는 괄호는 [+N, -V]입니다. 이건 어떻게 읽으면 될까요? 예,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용법을 앞에서 배운 대로 풀이하면, 어떻게 되죠? 명사 N은 명사의 속성은 가지고 있고, 동사의 속성은 가지고 있지 않다. 이렇게 풀이되죠? 어, 풀이해 놓고 보니 좀 싱겁네요. 당연한 이야기니까요. 그러면 그 아래 동사 V로 가서 보겠습니다. 동사 V는 [-N, +V]입니다. 이건 어떻게 읽죠? 동사 V는, 명사의 속성은 가지고 있지 않고, 동사의 속성은 가지고 있다. 이렇게 읽는 거죠? 그렇습니다. 이것 또한 싱겁기는 명사 N과 마찬가지입니다. 계속 이런 식이면 굳이 이분법을 사용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요. 마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고 말하는 것 같잖아요. 그러나 실망하기에는 아직 일러요. 다음을 보세요. 형용사 A는 [+N, +V]입니다. 이걸 읽으면 다음과 같죠. 형용사 A는 명사의 속성도 가지고 있고, 동사의 속성도 가지고 있다. 어떻습니까? 정말 놀랍죠? 정말 영어에서 형용사는 명사의 성질도 가지고 있고 동사의 성질도 가지고 있습니다. 명사의 성질 가운데 하나는 명사는 다른 명사를 수식해 줄 수 있다는 것이고, 동사의 주요 속성은 그것이 명사를 서술해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어에서 형용사는 pretty girl처럼 명사를 수식을 해 줄 수 있고, the girl is pretty처럼 명사를 서술해 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형용사의 속성을 [+N, +V]는 잘 나타내 주죠. 이제 마지막으로 전치사 P를 볼 차례입니다. 그것은 [-N, -V]로 표시됩니다. 어떤 뜻이에요? 전치사 P는 명사의 성질도 가지고 있지 않고 동사의 성질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죠. 이렇게 촘스키(Chomsky)라는 언어학자는 4개의 품사를 2개의 속성으로 구별하여 정의했습니다. 매우 흥미롭고 경제적인 정의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학생10] 선생님! 질문 하나 있는데요. 아까 들었던 연기는 자연적 기호라고 하셨는데, 그러면 연기를 사용한 봉화도 자연적 기호인가요?
[교수] 예, 이 문제만 하나 더 풀어보고 오늘 수업은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벌써 3시간이 다 갔네요. 어떻습니까? 학생은 봉화가 자연적 기호인 것 같은가요, 인위적 기호인 것 같은가요?
[학생10] 사실 좀 헷갈려서 질문을 드렸습니다. 봉화는 분명히 사람이 만든 것 같은데, 그 재료는 또 연기거든요. 사람이 만들었으니 인위적 기호인 것 같은데, 재료가 자연적 기호이니 또 자연적 기호인 것도 같습니다.
[교수] 예, 학생의 말을 들으니 왜 헷갈린다는 것인지 알겠어요. 그러나 기호의 두 가지 종류를 구분하는 기준은 분명하죠? 뭐라고 했죠? 바로 사람이 만들었느냐 아니냐죠? 그럼, 답은 뭐예요? 학생이 분명히 말했죠? 봉화는 사람이 만들었다고! 그럼, 답은 뭐예요? 그렇죠! 인위적 기호입니다. 재료야 어떻든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기만 하면 그 기호는 인위적 기호입니다. 기준이 그러니까요. 학생의 질문을 통해서 우리는 인위적 기호가 그 재료로 자연적 기호를 취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네요. 좋은 질문입니다. 모두들 고생 많았습니다. 오늘 수업은 이만 줄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제까지 기호에 대해 배운 것을 바탕으로 이제 언어의 문제로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 미리 잘 풀어 보고 다음 시간에 또 즐겁게 만나 이야기 나누어 봅시다. 다들 수고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