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것은 호기심을 불러오고, 호기심은 소통을 방해하는 또 다른 노이즈noise인 감정적 개입을 미연에 방지한다. 이는 공감을 이루기에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과 같다. 아인슈타인은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며 다른 내일을 꿈꾸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다.”라 했다. 나이키의 ‘Just Do It'은 행동으로 변화를 이끌라는 일종의 명령이다. “테스 형~!”을 외치는 가수 나훈아 역시 해보지 않았던 것들에 도전하라며, 죄를 짓지 않았어도 동네 경찰서에 들어가 인사를 건네 보라 권한다. 회고절정은 우리에게 새로운 것에 노출되거나 시도하는 삶이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인생을 충분히 즐겁게 보내는 비결임을 알려준다. 공감의 미장센이라는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종의 장치를 통해 타인과의 대화와 설득에 나서자고 권함도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자신과 상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에 있다.
당신이 겪고 있는 혹은 고민하는 문제들이 하룻밤 사이 완전히 해결되었을 때, 이는 무엇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까? 여기서 말하는 최초의 신호는 실현 불가능한 대단한 것이 아닌 실제 현실에서 당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의미한다. 알코올 중독이나 심각한 우울증과 같이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한 이들에게 조차도 작은 변화에 집중하게 하는 것만으로 호기심을 줄 수 있다. 핵심은 실현 가능과 실천에 대한 공감에 있다. 그렇기에 ‘최초의 단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최초의 단서를 묻는 것은 그것이 구체적이고 해결 가능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실현 가능한 가장 작은 것이 무엇인지를 서로가 공유하기 위해서다. 꾸준한 운동을 통해 이룬 몸의 변화는 기쁨을 느끼는 것은 넘어 자신의 목표에 충분한 동기를 부여한다. 간접적 전능감을 통해 자존감을 다시 찾게 하는 과정이라 할 수도 있다.
대화도 마찬가지다. 변화를 원하는 누군가에게 질문을 던지고, 돌아오는 답을 통해 우리는 상대의 목표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나는 이를 ‘목표 질문’이라 한다.
금연을 위한 모임에 이를 독려할 강사로 초대된 적이 있다. 참고로 나는 흡연자였던 적이 태어나 한 번도 없다. 그러나 아버지의 담배를 조달(?) 해 드리며 매년 담뱃세를 꼬박꼬박 내고 있다. 돈 때문이든 건강때문이든 상식적으로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담배를 완전히 끊는 것’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조금 다른 방식으로 그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혹시 알고 있습니까? 담뱃값이 5천 원으로 인상되면서 여러분이 1년에 내는 세금도 백만 원 이상 올랐다는 것을 말이죠.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 청중이 얘기를 한다.
“이 정부는 해 주는 것도 없으면서 세금 뜯어 갈 생각만 한다니까!”
또 다른 청중이 말했다.
“국민에게 금연하라고만 하지 국가가 운영하는 담배 회사는 그대로 두는 걸 보면 정부는 흡연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반가운 거 아니야?”
그들에게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금연 클리닉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그리고는 다음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2015년 담뱃값 인상으로 국민건강증진 부담금의 수입도 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의 금연지원 서비스와 금연클리닉 운영 예산도 크는 늘었는데요.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금연클리닉의 경우 2015년에 2615억 원에서 매년 증가해 2018년에는 3841억 원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보건소 금연클리닉 등록자는 변화가 없었죠. 2015년 담뱃세 인상 시점에 고작 1.3배 증가한 것이 다였습니다. 더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드릴까요? 보건소 금연클리닉에 등록한 사람들조차 금연 성공률은 오히려 매년 하락하고 있습니다. 클리닉을 운영 중인 전국 보건소 253개소의 6개월 금연 성공률은 평균 16.79%에 불과합니다. 이것이 과연 국가의 정책이나 보건소 금연클리닉의 홍보 부족 때문일까요? 여러분은 정말 담배를 끊고 싶은 게 맞죠? 그렇다면 지금 당장 보건소로 달려가 금연클리닉에 등록하십시오. 그리고 꼭 담배를 끊어 남은 삶을 청량한 공기와 함께하시기 바랍니다.”
위 강연은 국가 운영의 금연클리닉 예산이 매년 남아도는 상황을 금연 희망자들에게 전하는 것과 동시에 금연을 하겠다는 의지를 더욱 독려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물론 국가의 홍보 부족이나 세금 인상에 대해 비판하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금연을 희망하는 청중의 핵심 목표는 결국 금연이다. 본인이 낸 세금으로 운영하는 클리닉을 활용하고, 금연에 반드시 성공하는 것이 모두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호기심을 끊임없이 만들어 가는 삶은 지극히 이상적인 기대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상대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목표 질문’은 당신의 말이 선입견의 벽을 넘어 상대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이는 서로가 원하는 지점에 도달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단, 목표 질문을 통해 타깃 청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선 당신은 먼저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첫째, 대상이 현재 관심을 가진 주제는 무엇인지 아는가?
둘째, 상대는 관련 주제에 대해 어느 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있는가?
셋째, 그 열정에 불을 지피기 위해 당신은 어떤 가치를 보여줄 것인가?
이 세 가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구하기 힘든 때를 위해 하나의 힌트를 주겠다. 그것은 상대가 가진 ‘꿈’이다.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이끄는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결국 인류의 오랜 소망인 ‘우주여행’이라는 꿈(dream)을 파는 기업이다. 현대 과학의 힘이 그 실현 가능성을 점차 높여주고 있다. 그런데 구체적 실행과 기술도 없이 비전을 담은 하나의 목표를 발표해 100년의 먹거리를 챙긴 국가가 있다. 바로 인구 63만 명에 불과한 유럽 내륙의 작은 국가인 룩셈부르크Luxemburg다. 2018년 우주청을 설립해 소행성에서 희귀 광물을 채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나사는 실제로 행성의 돌을 가져오면 매입해 주겠다며 이에 대해 사실상 국제법상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물론 현실화될 때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으며, 투자 대비 경제적 가치도 예상할 수 없다. 그럼에도 수많은 관련 행사와 기업들을 유치하며 룩셈부르크는 이미 100년 먹거리를 챙기고 남았다.
인간의 우주에 대한 열망인 꿈을 팔았던 사람은 일론 머스크나 룩셈부르크가 처음은 아니다. 일찍이 존 F. 케네디는 1961년 의회 연설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앞으로 하나의 목표에 전념해야 합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고 무사히 지구로 귀환할 수 있도록 하는 목표 말입니다. 만일 우리가 이를 해낸다면 달에 가는 것은 한 사람이 아니라 이 나라 전 국민이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이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해야 합니다.”
우주여행이라는 꿈의 시작은 이때부터였는지 모른다. 케네디는 달에 다녀오는 여정을 대중의 목표로 설정했다. ‘목표 질문’의 핵심이 실현 가능과 실천에 대한 공감에 있는 것과 같다. 최초의 단서는 가장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목표를 향해가기 위한 장치다. 케네디의 이 연설은 ‘인간의 달 착륙’이라는 낯선 꿈에 호기심을 당겼고, 이를 목표로 수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긴 시간을 달려와 일론머스크의 ‘스페이스X’에 이른 것이다.
자기계발서나 스피치 관련 책에서 끊임없이 인용하는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목사의 연설인 ‘I have a dream'의 진정한 교훈은 자신의 신념을 대중의 꿈과 목표로 환원한데 있다. 1963년 8월 28일 워싱턴 DC 링컨기념관 광장에는 30만에 달하는 군중이 모여들었다. 링컨기념관은 남북전쟁 후 노예제를 폐지한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대통령을 상징하는 곳이다. 1861년 1월 1일 “내 평생 이 선언서에 서명하는 것보다 더 옳은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서명할 때 손이 떨리면 앞으로 이 서류를 본 사람들이 내가 주저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요.”라는 말과 함께 링컨은 노예해방선언을 공표했다. 그러나 그의 서명엔 전혀 어긋남이 없었음에도 100년을 넘긴 1960년대에도 흑인들은 여전히 사회, 경제, 정치 전반에 걸쳐 차별과 억압 속에 있었다.
미국 남부에서 시행하던 짐 크로 법(Jim Crow laws)은 남북전쟁 당시부터 모든 공공기관에서 인종 간의 분리를 합법화하고 있었다. ‘평등하지만 분리한다’는 모순된 법으로 인해 군대와 학교 그리고 공공장소와 대중교통에서 인종이 분리되었고, 심지어 화장실과 식수대도 백인과 흑인이 함께 사용할 수 없었다. 북부도 별반 다르지 않아 명문화된 법이 없을 뿐 인종차별이 만연했다. 이처럼 100년의 지난한 시간은 루터킹 목사의 워싱턴 대행진 연설을 기점으로 급속히 빨라지기 시작한다. 감동적인 그의 연설에 민권운동이 불처럼 일었고 이는 1964년 시민권법과 1965년 선거권법으로 이어져 사실상 짐 크로 법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로부터 45년, 노예해방선언으로부터는 140여 년 후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다.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k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엇(what)을 어떻게(how)에 집중할 때 ‘왜’에 초점을 두라 말한다. ‘Why'는 꿈, 신념, 가치관, 동기부여 등의 궁극적인 목표인 동시에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는 목표 질문을 통해 서로가 공감의 접점을 찾고 마지막에 도착해야 할 종착지이기도 하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궁극적 목적이 변화와 행동에 있다는 것 또한 ‘왜’에 집중해야 할 이유를 말해준다. 그리고 ‘why'의 정점에는 ‘꿈’이 있다.
당신에게 묻겠다.
“여느 날처럼 밤에 곤히 잠이 들었다. 그리고 자는 동안 기적이 일어나 당신의 꿈이 이루어졌다 가정해 보자. 아침에 눈을 떠 ‘어찌 된 일이지? 어제까지 그토록 이루기 위해 노력한 꿈이 현실이 됐어’라는 생각이 들게 할 ‘최초의 단서’는 무엇인가?”
그 단서가 당신이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 당장 시작할 일이다.
참고 : 보건소 금연클리닉 예산과 등록자 그리고 성공률과 관련한 자료는 2018년 6월 18일자 MEDI:GATE NEWS의 기사를 참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