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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큰 사람

져주는 마음

by 북짱



9살 딸아이와 아침부터 투닥투닥 언성이 높아졌다. 별것 아닌 일로, 매번 같은 일로 변하지 않는 모습에 화가 났다.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리는 모습이 미웠다. 화가 나니 말도 섞기 싫고, 학교에 데려다주기도 싫어졌다. 결국 남편에게 대신 부탁했는데, 딸아이가 집을 나서기 전 내게 “엄마, 사랑해” 하더니 눈물을 보였다. 그 말에 내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학교 가는 아이의 마음을 괜히 힘들게 한 것 같고, 품어주지 못한 엄마가 된 것 같아 미안함이 밀려왔다. 결국 아이를 꼭 안아 달래주고,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풀어주고 싶어서 내가 다시 직접 학교에 데려다주었다.




집에 돌아오자 남편이 물었다.

“무슨 일로 또 싸웠어?”

“싸우기는 누가 싸워? 훈육한 거지.”

그러자 남편이 말했다.

“걔는 ‘사랑해’가 무기인 줄 알아.”

참 무정한 아빠구나 싶었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느꼈다.




아이의 “사랑해”는 무기가 아니라 용기였다. 엄마인 나보다 먼저 다가와 준 것이다. 자기도 속상하고 화가 났을 텐데 그 마음을 참고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로. 그래서 나도 그 마음이 느껴져 화가 금세 누그러졌다. 먼저 다가가는 사람의 심정을 알기에 거절할 수 없었고, 그뿐 아니라 미안한 마음까지 생겼다.




문득 “지는 게 이기는 거다”라는 말이 확 와닿았다. 먼저 숙이고 들어가는 것이 지는 것 같지만, 상대에게 미안함을 느끼게 했다면 결국은 이긴 것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기고 지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 사실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진짜 사랑하면 자존심도, 고집도 의미가 없다. 그런 건 어느새 중요하지 않게 된다. 대신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마음이 보이면 이해하게 된다.




이기려고만 하다 보면 상대의 마음보다는 자신의 감정만 보게 된다. 그러면 오히려 더 화가 난다. 화가 나면 상처 주는 말을 쉽게 하게 되고, 결국 이겼다고 생각해도 전혀 시원하지 않다. 오히려 마음이 더 무겁고 불편하다. 그게 무슨 이기는 것일까.




사람의 마음은 때로 참 옹졸해진다. 그것이 자기 자식에게조차 예외가 아닐 때가 많다. 어른이라고 해서 다 용납하고 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줄 알고, 많이 받아줬던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잘 받아주는 사람이 된다. 상대를 포용하는 범위가 크고 넓어진다. 그런 사람을 ‘마음이 큰 사람’이라고 한다.




반대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은 작은 것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면서 점점 더 깐깐해지고 뾰족해진다. 그런 사람 곁에 과연 어떤 사람이 남아 있을까. 용서를 받아본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용서할 수 있다.




나는 이미 예수님께 큰 용서와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나 또한 다른 사람을 잘 이해하고 용납하는 사람으로 나이 들고 싶다. 마음이 큰 사람을 보면 참 멋지게 느껴진다. 그 안에는 여유와 넉넉함이 있고, 깊은 사랑과 따뜻함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다른 사람을 잘 포용하고 따뜻함으로 상대의 마음까지 덮어줄 수 있는 사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람으로 말이다.




그런 사람이 되기를 소망하며,

누군가에게 한 번 더 져주는 마음으로

그렇게 오늘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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