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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모른다

인정하고 돌아보기

by 북짱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생각보다 자기 자신을 잘 모른다. 내가 되고 싶은 모습, 바라는 모습을 곧 나 자신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설문조사나 심리테스트를 할 때도 실제의 나보다는 ‘지향하는 나’를 선택해 결과가 엇나가기도 한다.




나 역시 그렇다. 나는 요즘 화를 잘 안 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아이들과 남편이 보기에는 아직도 집에서 유일하게 화를 내는 사람은 나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어느새 또 욱하고 있다. 정작 나보다 나를 더 정확히 아는 건 늘 가장 가까운 가족, 남편, 아이들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우리가 느끼는 ‘나’와 다른 사람이 보는 ‘나’가 다른 이유는, 아마도 자기 자신을 온전히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 엄마가 나가시는 모임에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말을 자주 하는 분이 계셨다. 많은 분들이 그분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자신이 그런 말들을 절대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본인이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니 당연히 고쳐야겠다는 마음도 없고, 같은 상황들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그분에게 누군가 조심스럽게 이야기해도 듣지 않고 자기는 아니라고 오히려 화를 냈다고 한다.




사실 누구라도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고집이 세져서일까? 아이들은 놀라울 만큼 잘못을 쉽게 인정하고 금세 사과한다. 그런 모습은 우리가 아이들에게서 배워야 할 점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말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함은 언제쯤에나 생기게 될까? 아마 가만히 있다가 저절로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세 자매인데, 가끔 쌍둥이 동생이 내 옷차림을 지적하곤 한다. “그거 별로야.” 이렇게 해도 될 텐데, “야 그지 같아~ 그런 거 입지 마!” 이렇게 말하면, 나를 생각해서 하는 조언이라는 걸 알아도 순간 마음이 상한다.




우리 언니는 지적을 받으면 욱 한다. 엄마가 말해도 마찬가지다. 내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지적한 글을 보면 또 욱 할지도 모르겠다. ㅋㅋ (미안^^;) 사실 나도 욱 한다. 누구라도 지적을 받으면 순간 마음이 움찔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잘못된 점을 고쳐나가려고 애쓰는 마음은 꼭 필요하다. 아무리 의지가 있어도, 처음 그 말은 듣는 순간은 아프다.




요즘은 누군가 그런 말을 솔직하게 해주는 일도 드물다. 관계 때문에도 그렇고 선뜻 말하기가 쉽지 않다.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조심스럽다. 아무리 좋은 뜻으로 말한다 해도 오해나 앙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괜히 오지랖 부려서 피곤해질까 말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성경에는 “남의 눈에 티는 보면서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는 말씀이 있다. 다른 사람의 잘못은 잘 보이면서, 정작 내 잘못은 못 볼 때가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는 생각을 요즘 더 자주 한다.




나는 책을 읽고 성경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많아졌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그 시간이 참 감사하다. 그러다 보니 욱하는 순간도, 화나는 순간도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생각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니, 나의 하루뿐 아니라 우리 가족의 하루까지 달라졌다.




그동안에 몰랐던 나를 하나둘 알게 되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할 때 눈이 반짝이고 마음이 뜨거워지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이 들고 싶은지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오늘이라는 이 하루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 시간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다. 내 주위의 사람들을 돌아보며 사랑을 흘려보낼 수 있는 따뜻하고 여유로운 마음이 넉넉한 할머니로 늙고 싶다. 나 스스로를 잘 아는 사람으로 말이다.




나의 하루를 돌아보며,

그렇게 나는 오늘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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