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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여행

by 김무균

주말 연휴, 아내가 여행을 떠났다.

나와 아이들은 집에 있었다.

아내가 가족을 두고 혼자 여행을 간 것은 결혼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내가 부재(不在)한 집은 허전하고, 아득했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물리적인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그것은 순전히 마음에서 일어나는 심리적인 것이었다.

나는 지난 30년 동안 자주 집에 없었다.

길게는 한 달이 넘기도 했고, 그곳이 먼 타국이기도 했다.

나는 긴 시간 아내의 부재에 불편함이 없었고,

먼 곳에서도 아내의 부재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아내의 부재가 주는 허전함과 아득함을 경험하면서

지난날 아내도 오늘 나와 같았을까?

생·각·했·다.

짧은 하룻밤도 심지어 이러한데

아내가 먼저 죽고

내가 더 오래 산다면

그 뒷일을 어떻게 감당할지 더욱 아득해서

가슴에 헛바람이 났다.

아내가 여행을 떠나 혼자 남게 된 날,

하늘은 흐려서 무거웠고, 바람은 차서 더욱 거칠었다.(2025.2)

바닷가.jpg 아내는 여행지에서 엽서만한 겨울바다 한 폭을 들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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