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결점 투성이에 가까운 사람들

어느 백수의 오락가락 독서일기/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마이클 부스

by 김무균

이클 부스의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을 우연찮게 읽었다. 이 책의 부제는 ‘거의 미친 듯이 웃긴 북유럽 탐방기’인데, 별로 웃기지 않아서 나는 이 책을 읽는데 거의 두 달이나 걸렸다. 사실 처음 덴마크 편을 읽을 때만해도 조금 웃기는 했었다. 그래서 금방 다 읽을 줄 알고 지인에게 재미있는 책이라며 추천까지 했을 정도였다.(읽으면서 요나스 요나손이라는 스웨덴 작가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문장이 자주 생각났다. 이 책도 계속 그럴 줄 알았다. ‘100세 노인...’은 세계적으로 500만 부 이상 팔렸고, 영화로도 제작됐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4만 명 정도가 관람했다.) 하지만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정보의 양이 많아지고 뇌 용량이 한계를 느끼면서 웃기를 멈추었다. 드문드문 책을 읽었다. 다 읽고 나서도 책의 내용들을 좀체 기억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 그냥 북유럽이라는 데가 이런곳이구나 정도로 기억 속에 저장해 두었다. 저자 마이클 부스가 누구냐고? 그것은 나도 잘 모른다. 덴마크 여자와 결혼한 영국인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출판, 방송, 강연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앞표지 날개에 적혀 있다. 일본에서는 ‘오로지 일본의 맛’을 써서 15만 부가 넘게 일본인들에게 먹지 않고 팔아치웠다고 한다.

이 책은 ‘머리말’부터 ‘감사의 말’까지 거의 550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두껍다면 두꺼운 책이다.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다섯 나라(페로제도와 그린란드는 뺐다. 아직 나라로 소개하기에는 좀 그래서인 모양이다.)의 특징들을(문화든 민족이든 정치체제든 복지든 교육이든 전통이든 ‘휘게’든 ‘라곰’이든 ‘던들’이든 간에) 작가 나름대로의 시각으로 분석했다. 분석은 지인, 학술서, 미디어 등을 통한 여론과 교수·언론인·정치가 등 다양한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활용해 객관성을 인정받으려고 노력했다. 자료를 수집한 시기와 책이 나온 시기 사이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것이 좀 문제이긴 하다. 요즘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각 나라에 대한 책 분량은 덴마크편이 가장 길고(140페이지에 달한다.), 아이슬란드편이 아이슬란드의 가장 적은 인구 만큼이나 가장 짧게 구성되어 있다(52페이지 밖에 안 된다.). 각 나라에 배정한 분량은 경제력 기준인지, 역사와 전통 때문인지, 정보의 양 때문인지, 아니면 저자의 호오好惡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순으로 페이지가 줄어든다.

전세계적으로 교육이나 복지제도가 가장 완벽하고, 국민소득 수준이 최고이며, 양성평등이 가장 앞선 나라에다(알콜 흡입량과 천혜의 환경에 있어서만은 절대 아니다.) 탁월한 신체조건, 잘 생긴 외모, 심지어 건축과 인테리어까지 북유럽스타일로 각광받고 있는 이들 북유럽 나라들은 지금 우리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거기다가 이들 다섯 나라는 대한민국 누구나 전문가인 축구까지 잘한다.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노르웨이에서 바나나 속껍질을 까고 47달러의 시급을 받는다고 노르웨이인들이 폄하하는 스웨덴이 8강에 진출했다. 교육과 복지를 말할 때면 빠짐없이 쫒아가야 할 모델로 등장하고(요즘 같아서는 우리나라도 곧 이들 나라를 따라갈 것만 같다. 그런데 먹거리와 세금은 어떻게 하지?), 이들 나라의 자전거 타는 국회의원들의 검소함을 이야기할 때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진흙바닥에서 의문의 일패를 당한다. 그런데 이것이 다일까? 굳이 세상 사람이 다 아는 이야기를 비싼 종이에 인쇄비 들여가며 책으로까지 만들었을까. 아니다. 이 책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보다 몰랐던 사실들이 더 많다. 그동안 우리는 북유럽 국가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던 것도 있지만, 왜곡되어 잘못 전달되어진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도 적지 않다. 그래서 북유럽을 좀 아는 체 하려는 사람에게는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뭐 적극적으로 권하는 것은 아니다. 나와 같이 뇌 용량의 한계가 있는 사람이라면 읽자마자 금방 내용을 잊어버릴테니까.


“나는 서양 언론이 북유럽 지역에 대해 늘어놓는 불균형한 장밋빛 보도를 바로잡고 마음에 담아둔 몇 가지 불만을 털어놓으려고 이 책을 시작했지만, 스칸디나비아의 몇 가지 더 긍정적인 측면, 즉 신뢰, 사회적 결속, 경제평등과 남녀평등, 합리주의, 겸손, 균형이 잘 잡힌 정치제도 등에 관한 새로운 정보도 같이 전해지기를 바란다.” 이 책 에필로그편 538페이지에서 작가는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이렇게 이야기 했다. 그런데 사실 이 책 어디에도 이처럼 노골적으로 북유럽 나라의 제도와 문화와 사회와 북유럽인들을 칭찬하는 문장은 없다. 저자는 이 책 전체를 통해 일관되게 에둘러서, 때로는 음흉하게 북유럽 나라들을 비꼬고 비판한다. 저자가 말하기가 애매하면 다른 나라를 시켜서 그렇게 한다. 예를 들면 노르웨이인에게 덴마크나 스웨덴을, 스웨덴인에게는 핀란드나 노르웨이를 비판하게 하는 식이다. 물론, 이들을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어떻게든 표현하는 것을 잊지 않지만 말이다. 확인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다시 한번 권한다. 그것이 힘들다면 누군가 읽고 있는 이 책을 잠시 빌려서 머리말과 에필로그만 읽어보시라.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어쨌든 북풍이 불고 있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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