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백수의 오락가락 독서일기/‘불편한 편의점’/김호연
지난해(2023년) 4월 책의 초판이 발행됐을 때, 사서 읽어보겠노라고 핸드폰 메모 앱 ‘살 책들’ 코너에 ‘41. 불편한 편의점(김호연, 나무옆 의자, 12,600원, yes24 10% DC가격)’이라 적어놓았다. 불편한 편의점 2권이 나온 지난해 8월 경 메모 앱 메모란의 내용을 ‘41. 불편한 편의점 1,2권 세트(김호연, 나무옆 의자, 25,200원, yes24 10%DC가격)’라 수정했다. 그리고 반년이 더 지났다. 그때까지 ‘불편한 편의점은’ 내 살 책들 메모란에서 구입 완료 체크 표시가 되지 못한 채 언젠가는 자신의 순번이 돌아올 것이라 믿으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불편한 편의점을 내 메모 앱 살 책들 메모란에 적어 놓은 이유는 단순했다. 오래전(기록을 보니 2013년쯤인 것 같다.) 작가가 쓴 ‘망원동 브라더스’라는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었다.-물론 지금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조금이라도 생각날까 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으나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조금만 더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용이 조금이라도 생각날 것 같아 곰곰이 생각을 하려는데, 나와 무슨 관계도 없는 책 내용을 알아서 또 뭐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곰곰이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그리고 이 책도 내 기대를 절대 저버리지 않을 것 같은 믿음이 들었다. 어쩌면 그것은 ‘창밖으로 도망친 100세 노인’의 ‘요나스 요한슨’에 대한 믿음 같은 것이었다.
며칠 전, 그러니까 지난 3월 19일-일요일이 막 다가기 전, ‘개와 늑대의 시간’이 시작될 무렵이었다.-요즘 내가 독서를 너무 등한시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책을 좀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사 놓은 책 들 중에는 읽고 싶은 책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아 읽을 책을 새로 사서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바로 가끔 사용하는 ‘yes24’ 앱에 들어가 최근 신문에서 책 소개를 보고 한 번 사서 읽으리라 마음먹었던 ‘세이노의 가르침’과 1년째 살 책들 메모란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불편한 편의점’ 1,2권 세트를 장바구니에 담아 주문했다. 결제는 앱에서 금방 지급 받은 yes24 상품권 2,000원과 사용하지 않고 있던 OK캐시백 포인트 20,000점을 사용해 총 금액 31,680원(온라인 구매로 10% 할인된 금액이다.) 중 남은 9,680원만 카드로 결제했다. 그리곤 앱에 들어온 김에 지난해 읽었던 ‘파친코’ 1,2권을 ‘yes24 바이백’ 신청을 했다. 바이백은 책의 상태가 좋으면 최고 정가의 50%까지 포인트로 다시 예치해주거나, 현금으로 환급해주는 제도다. 내가 읽고 난 ‘파친코’는 상태가 A급이었고, 더 이상 읽을 일이 없을 것 같았다.
함께 주문한 ‘세이노의 가르침’의 표지 변경 문제로 4월 5일에나 함께 배송이 될 것이라던 책은 예상보다 열흘이나 빨리 집으로 배달되어 왔다. 포장 박스를 뜯고 책들을 꺼낸 뒤 서재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다른 책 위에 새로 배달되어 온 ‘불편한 편의점’을 올려놓았다. 그 아래 1년째 완독을 하지 못하고 있는 할레드 호세이니의 ‘그리고 산이 울렸다’가 불편한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앞으로도 저 책을 과연 읽기나 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완독을 할 자신이 없었다.
다음날 일요일, 특별히 할 일이 없는 관계로 아침부터 서재에서 ‘불편한 편의점’ 1권을 집어 들고 최근 새로 산 좌식소파에 편안하게 누워 불편하게 책을 들고, 자주 책을 쥔 손의 위치를 바꾸며 불편하게 책을 읽었다. 그리고 그날 오후 저녁도 오기 전 나는 그 책을 다 읽고 말았다. 한꺼번에 다 먹으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 아끼며 먹었는데도 금방 다 먹고 만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월요일, 어제 인내심을 발휘해 펼치지 않은 2권을 역시 최근 새로 산 좌식소파에 편안하게 누워 불편하게 책을 들고, 자주 책을 쥔 손의 위치를 바꾸며 불편하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저녁도 오기 전, 책을 다 읽고 말 것 같은 책의 페이지에 도달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최대한 아껴서 먹는 음식처럼 아껴서 읽어야 했다. 읽던 책을 덮고 서재를 나와 자주 오르던 남한산성 등산길을 올랐다. 미세먼지가 심한 하늘은 뿌예서 흐렸고, 찬 기운이 가시지 않은 봄바람이 더해진 기온은 서늘한 듯 쌀쌀했는데,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 내내 손님 드문 편의점 야간 알바에 입맛이 당겨 군침을 삼켰다.
이날은 산수유와 개나리가 산마다 노랗게 피어 있었고, 진달래는 산 곳곳 화사했는데, 어느새 연분홍 벚꽃이 봄바람에 난분분 난분분 흩날리는 봄날이었다.
#뱀다리
소설 ‘불편한 편의점’ 1, 2권은 각 권이 여덟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에피소드가 독립된 한 편으로 존재하지만 또 결국은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더 큰 한 편의 이야기가 된다. 밝고 맑은 색의 물감으로 옅게 그린 수채화 같은, 글로 그린 그림 같은, 전혀 불편하지 않은 ‘불편한 편의점’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