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주변에 자주 눈에 띄는 길고양이들이 몇 보입니다. 주인집에 허락을 받고 길고양이 밥을 주기 시작했어요. 비싸지 않은 사료를 사서 그릇 두 개를 가득 채워놔 봤습니다. 신기하게 사람이 없을 때 먹고가는지 얼마 뒤에 보면 비워져 있어요.
그러기를 며칠이 지나자 두 마리의 고양이가 밥 먹는 모습을 보는 걸 허락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외출해서 돌아오면 '애미야, 밥그릇이 비었다.' 하는 것 마냥 눈에 아주 잘 보이게 숨어서 "야옹"합니다. 이 둘을 하양이와 얼룩이로 이름을 지어주었어요.(아주 직관적이죠.)
보는 걸 허하노라
그리고 하양이는 이제 자신의 궁둥이를 보여줍니다. 고양이가 궁둥이를 보여주면 친해진 거라고 주워들은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다리에 얼굴을 부비기도 하고 벌러덩 자빠지기도 합니다.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였을까요? 개냥이인 듯 애교도 부리고 말을 걸면 대답도 해줍니다. 왠지 퇴청까지 올라오며 쳐다보는 걸 보니 집안으로 들어오고 싶어 하는 눈치예요. 그건 어려울 것 같아 정중히(?) 거절하니 슬쩍 내려가 줍니다.
고양이랑 놀아주기? 고양이가 놀아주기?
그러던 중 주말 아침, 퇴청 앞에 무언가 놓아져 있네요. 그 주변을 하양이가 어슬렁거립니다.
응? 꼬리가 기네요.
... 움직이지 않습니다.
딱 밟기 좋은 곳에 놓인 그것은 바로... 새끼 두더지였어요.
그냥 두더지도 본 적이 있나 싶은데 새끼 두더지는 생전 처음이에요. 그것도 살아 있는 모습이 아니라니요.생명이 꺼진 무언가를 보는 건 삶에 찌든 어른에게는 "흐익!" 할 만한 일이지만 애들은 좀 신이 났습니다. 하양이에게 선물을 받은 것 같은가 봐요.
원하시면 사진 내릴 수 있습니다
의기양양하게 우리의 주변을 어슬렁 걷고 있는 하양이.
이렇게 고양이의 보은을 당해버렸습니다.
보고 있을 때 치우면 안 된다고 하여 하양이가 밥을 먹고 돌아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었어요.
정말로 보은인지 단순한 고양이의 사냥 본능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냥 보은 당했다고 생각하려고요.
하양아, 지네와 쥐를 멀리 쫓아내 줄 수 있겠니?
그리고 보은은 이제 충분하단다.
두 번째 이야기
주인집 사장님의 권유로 작은 텃밭을 일궈보기로 했어요. 뭔가 시골 생활의 로망이 아닐까요? 집 근처 텃밭에서 유기농 채소를 공급받아 식탁에 올리는 것. 그 로망 하나를 한 번 이뤄보겠다고 남편과 의지를 다졌습니다.
하지만 제공받은 땅은 그냥 잡초가 무성한 곳.
이랑을 만들어야 뭘 심어도 심을 수 있으니, 식물 재배 경력 제로의 두 사람은 의지만 가지고 삽과 괭이를 들었습니다. 하필 구름 한 점 없는 한낮에 말이죠.
밭 가는 아씨
농사는요, 의지로 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드넓은 밭도 아니고 2평 남짓의 텃밭 이랑을 만드는데 쓴 몸은 왜 두들겨 맞은 것 같을까요?
민들레와 쑥은 뿌리가 내핵까지 뻗어나갈 수 있다는 듯 파도 파도 나옵니다. 머리채 잡고 한 번 붙어보자는 심정으로 뜯어 내고 또 뜯어 냅니다.
원래 땅 속에는 돌이 그렇게 많은가요? 박혀 있는 돌을 파내니 담장을 쌓을 수도 있겠어요.
커서 뭐가 될지 모르는 굼벵이는 처음 볼 때만 놀랍지 10마리가 넘어가니 손으로도 잡을 지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