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 아이와의 대화

솔직하게 감정을 나눌 때, 우리는 더 가까워진다

by 부엄쓰c


조용한 저녁이었다.


아이는 오늘도 장난을 치며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나는 이미 인상을 쓰거나 깊은 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나는 잠시 멈춰 섰다. 내 안에서 천천히 솟아오르는 익숙한 감정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답답함, 짜증, 그리고 아주 작은 서운함까지. 그것들은 나를 삼키지 않았다. 그저 내 안에 조용히 머물 뿐이었다.


"잠깐만, 엄마 얘기 좀 들어줄래?"


아이는 장난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담아 천천히 말했다.


"엄마는 지금 조금 속상해. 네가 내 말을 안 듣는 게 아니라, 그냥 엄마가 오늘 좀 지치고 힘들어서 그런가 봐."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조금 더 말을 이었다.


"하지만 괜찮아. 엄마도 가끔 그런 날이 있어. 그러니까 지금 엄마가 너한테 화내려는 게 아니라, 그냥 내 마음을 너한테 솔직히 이야기하고 싶었어."


아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작은 몸짓이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괜찮아, 엄마."


tempImagec2nsFD.heic


아이는 내 옆으로 다가와 나를 가볍게 안았다. 나는 아이의 품속에서 작게 미소 지었다.


예전의 나였다면 '엄마니까 참아야 해', '화를 내면 안 돼' 같은 말로 스스로를 억누르거나, 혹은 참다 못해 감정을 폭발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중간 어디쯤에서,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솔직히 나누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었다.


"응, 엄마도 곧 괜찮아질 거야."


나는 아이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작게 속삭였다. 그 순간 내 안의 등불이 조용히 빛나는 듯했다.


불안과 서운함은 여전히 내 곁에 있었지만, 그 모든 감정들과 함께 이렇게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이제 분명히 알고 있었다.






#등불 #아이와의대화 #감정표현 #육아공감 #자기수용 #감정회복 #내면성장 #사랑의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