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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이 다시 내게 말해줄 때

우선순위를 잊은 나에게 찾아온 작은 기적

by 부엄쓰c

글쓰기, 육아, 일, 공부까지 모든 것이 한꺼번에 몰아치던 지난주를 통과하며 나는 다시 버티는 법을 배웠다. 숙제를 하고 시험장을 오가며 책임을 다하는 사이 내 몸은 조용히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복통과 무기력, 그리고 바닥을 향해 끝없이 떨어지는 감정들. 내가 스스로 설정한 높은 목표들이, 오히려 나를 흔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일주일쯤 지나자 다행히도 마음에 작은 틈이 생겼다. 늘 나를 지켜봐 주는 독자님들과, 처음으로 댓글을 남기며 내 글을 잘 읽고 있다고 전해준 한 독자님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내 마음에도 온기가 번졌다. 여전히 약한 나를 드러내는 일은 쉽지 않지만, 그렇게 드러낸 용기에 돌아오는 위로는 생각보다 훨씬 더 큰 힘이 되어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다시금 삶이라는 긴 여정 위의 나를 떠올렸다.


1년 뒤, 3년 뒤, 5년 뒤 그리고 10년 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다시 물었다. 문득 떠오른 것은, 무언가를 잔뜩 가진 사람이 아니라 아무것도 가지지 않아도 마음 깊은 곳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물론 어린 시절 단칸방을 기억하는 나로서는, 물질적 결핍이 없는 삶을 꿈꾸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큰 집에서 살고 싶고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내 안에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내가 원하던 것들을 모두 채운다고 내 마음 깊은 곳의 진정한 충만감이 채워질까, 하는 의문이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회계 업무를 보던 내가 연구원이 되고 싶어 배움에 대한 갈망으로 숨 가쁘게 달려왔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룬 지금, 나는 행복한가? 내 마음속에서 무엇이 진정 나를 충만하게 하는지 나는 자꾸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목표를 이루는 것과 내면의 평온함은 꼭 같은 길 위에 있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편안하기만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성장하고 싶고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 다만 그 길을 걸으며 중심을 잃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가진 것으로 나를 채우기보다, 나와 내 주변을 사랑으로 가득 채우는 사람. 그래서 마지막 순간에 "참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꿈꾼다.


나는 행복을 이루는 요소들을 다시 한번 마음, 몸, 돈, 지적 자산, 관계 등으로 정리했다. 예전보다 분명히 나아졌지만, 여전히 목표에 닿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특히 몸과 마음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다.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나는 집 앞 필라테스 학원으로 걸어갔다. 오직 나를 위한 단 한 시간의 운동. 그 작은 변화가 얼마나 큰 힘을 주었는지 모른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저녁, 나는 아이에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명확하고 단호하게 내 마음을 전했다. 놀랍게도 아이는 나의 진심을 이해했고, 우리 사이에는 평소와 다른 차분한 공기가 흘렀다. 이것이 내게 정말 필요했던 것이었을까.


오늘 아이와 나는 평범하지만 따뜻한 저녁을 보내고 있다. 마주 앉아 각자의 일을 하며 흐르는 이 고요한 순간. 너무나 평범하지만 이것이 바로 나에게 찾아온 작은 기적이었다.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이어야 한다는 것을 진정으로 깨닫기까지, 그리고 그 사실을 습관으로 만들기까지 나는 이 우선순위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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