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픈 날, 나는 글을 붙잡았다
지난 일주일을 되돌아보니, 나는 분명히 넘어져 있었다. 하지만 내 안의 희미한 의지가 다시 나를 일으켜 세웠다. 살아내고자 하는 간절함이었다. 나를 다시 일으킨 건 글이었다.
영어 교육이 시작된 첫 주부터 나는 낯선 숙제와 글쓰기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렸다. 첫날 밤을 꼬박 새우고 나서야 깨달았다.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은 잠이라는 사실을. 결국 새벽 세 시, 이른 시간에 일어나 밀린 숙제를 하고 스크립트를 외웠다. 하루 종일 수업에 집중하고 집에 돌아와 아이에게 저녁을 차려준 후, 나는 기절하듯 잠들었다. 그러다 깨어보면 아이는 씻지 않은 채 꾸물거리고 있어 짧고 날카로운 잔소리를 던지고 다시 침대에 몸을 던졌다.
교육을 들어오기 전, 고과권자가 내게 업무가 필요하면 언제든 돌아오라고 말했다. 그 순간 나는 숙제의 압박을 직감하며 망설였다. 둘 다 잘 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부담감과 책임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먼저 말을 걸어온 건 고과권자였다. 내 이름을 부르며 그가 건넨 말, "숙제 많지? 열심히 공부해."라는 짧고 다정한 문장에, 긴장감이 아주 잠시 느슨해졌다.
연재를 기다려주는 독자들에게는 미안했다. 그 미안함을 표현하기도 전에 나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갈 것이 분명했고, 결국 숙제를 먼저 처리하다 보면 새벽이 밝아왔다. 그런 날이 반복되며 점점 글에서 멀어졌고,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것마저 스스로에게 던지는 변명이 아닐까 하는 자책이 들었다.
나는 승진을 위해 내가 정한 기준을 꼭 충족시키고 싶었다. 도움이 되고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었다. 내가 부재 중인 것에 대한 책임도 다하고 싶었고,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고자 했다. 이런 무게가 나를 압박하며, 나는 늘 새벽을 깨우며 공부하고 낮에는 교육을 받느라 지쳐 쓰러졌다.
그러다 몸이 무너졌다. 갑자기 찾아온 심한 복통에 비상약을 먹으며 겨우 참아냈다. 업무 관련 또 다른 중요한 시험을 앞둔 나는 아프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는 말을 하기 싫었다.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고, 아쉬운 소리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견디다 겨우 운전대를 잡고 시험장에 도착했고, 통증이 심해 감독관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일찍 자리를 떴다.
집에 돌아와 침대 위에 누웠을 때, 나는 문득 외로움을 느꼈다. 몸의 고통보다 혼자라는 현실이 더 아팠다. 아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게임 시간을 늘려달라는 답변에 섭섭함을 표현하자 아이는 서툴지만 진심 어린 위로를 보내왔다. 그 짧은 위로가 외로운 시간을 조금은 따뜻하게 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 속에서, 고등학교 친구들이 보내준 옛날 사진을 봤다. 사진 속 나는 표정이 없었다. 그때는 몰랐던 내 마음이 지금 와서 보이기 시작했다. 친구들에게 보낸 메시지에 특별한 답은 없었지만, 나는 점점 내 안의 진짜 마음을 마주하고 있었다.
삶은 있는 그대로 충분하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하지만 때로 마음이 무너져버리고, 지금의 행복을 온전히 느끼지 못할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글을 쓴다.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기록하며 다시 일어난다. 여행에서 느꼈던 편안함과 닮은 내면의 평화를 찾아, 오늘도 나는 이렇게 나를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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