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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함의 기술

혼자 두어도 괜찮다는 마음

by 부엄쓰c

이른 아침의 교육 일정은 내가 선택한 것도, 원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주어진 상황이었고, 아이는 혼자 아침을 보내야 했다.

처음 아이를 혼자 두고 나설 땐 늘 불안하고 미안했다.

“엄마 없어도 잘 챙길 수 있을까?”

무거운 마음으로 현관문을 닫았다.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아이는 혼자라는 자유를 탐험하듯 유튜브를 몰래 보기도 했고, 급기야 내 노트북까지 뒤적였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단호히 아이를 혼냈다. 엄마의 물건을 허락 없이 보는 건 결코 넘어갈 수 없는 선이었다. 태권도 관장님의 도움까지 받으며 분명한 기준을 세웠다.


혼을 내고 돌아서면 늘 마음이 쓰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아이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스스로 유튜브를 보지 않았다며 자랑했고,

어떤 날은 학교 준비물을 미리 챙겨 두었다며 뿌듯해했다.


그런 작은 성취들이 쌓여,

“엄마, 나 혼자서도 잘하는 게 많아졌어.”라고 말한 날, 아이의 눈빛에서 선명한 자신감을 보았다.

내 안의 불안과 미안함이 서서히 ‘믿음과 뿌듯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나 또한 내 마음에 여유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마음의 평화를 찾고 싶어서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몸을 움직이며 나를 돌보자 아이에게 줄 상과 벌의 기준도 더 명확해졌다.

잘하면 충분히 칭찬과 보상을, 부족하면 분명히 제한을 하기로 했다.

주말 1박 2일 태권도 일정에서 좋아하는 게임을 하기 위해 아이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더 철저히 해내기 시작했다.


어느 날 아이가 내게 말했다.

“엄마, 이 기세를 몰아서 오늘은 게임 해도 되지만 안 하고 미리 숙제 해놓고 잘래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웃으며 아이를 바라보았다. 정말 기특했다.

“할 일을 그렇게 하는 거 보니 아주 보기 좋아!”라고 마음을 담아 칭찬해주었다.


나의 빈자리를 미안하게만 여기지 않고, 믿음으로 바꿔준 것을 아이도 느끼고 있었다.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부모가 아이를 위해 완벽하게 모든 것을 채우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빈자리가 때로는 아이에게 더 좋은 성장의 기회가 된다는 것을 말이다.


오늘 아침, 아이는 바르게 서서 나를 보며 말했다.

“다녀오세요.”

나는 그런 아이의 단정한 모습이 참 든든하고 기특했다.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응, 엄마 갔다 올게. 학교 잘 갔다 오고, 오늘도 잘하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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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닫고 나오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혼자 두어도 충분히 괜찮다는 마음은 편안함을 넘어, 내 마음속 불안과 걱정을 조금씩 내려놓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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