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관계 사이에서 나를 바라보다
교육이 끝나고 시험을 치렀다. 정말 긴장됐다. 시험 전 청심환까지 먹었지만 떨림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결과는 교육과정 목표로 했던 등급을 받았다. 사무실 자리를 비우고 교육을 다녀온 터라, 대신 업무를 맡아준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어서 내심 더 높은 등급으로 깜짝 놀라게 하고 싶었다. 나도 모르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 번에 모든 걸 이루기는 쉽지 않은가 보다. 그래도 나는 충분히 잘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제 다음을 향해 또 한 발짝 나아가보자.
시험을 마치고 곧바로 일상으로 복귀했다. 돌아온 일상은 스트레스로 가득했다. 나는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긴장했다. 특히 나보다 연차와 나이가 많은 부장들에게 업무를 지시해야 하는 부담감과 어린 동료들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 사이에서 지쳐가고 있었다. 마침 리더와의 정기 면담 시간이 다가왔고, 나는 조심스럽게 내 마음속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중간에서 업무를 대신 처리하다 갈등이 생길 때, 나 혼자 책임을 떠안는 듯한 느낌 때문에 많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가벼운 마음은 아니었지만, 이 감정을 솔직히 말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 같았다. 어렵게 꺼낸 말이 제대로 전달되기를 바랐다.
리더는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내가 기대했던 건 어쩌면 내 감정을 알아주는 따뜻한 위로나 공감이었는지 모르겠다. 리더는 그 상황에서 자신도 나름대로 노력했다며, 앞으로 동료들과의 소통에 더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기대했던 말과는 조금 달랐지만, 이전보다는 더 나아질 거라는 가능성에 위안을 얻었다. 그럼에도 내 속마음을 드러낸 뒤 마음이 완전히 가벼워지진 않았다. 여전히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남아 있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며, 나는 다시 나라는 사람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내성적이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부담스럽고 관심을 받는 것이 불편하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나를 적극적이라 생각한다. 누군가 침묵하면 나는 분위기를 읽고 먼저 말을 걸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절대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데, 사람들은 이런 나의 내성적인 모습을 모른다.
나는 때로 게으르다. 설거지나 빨래가 밀릴 때, 아들은 "엄마는 로봇이 아니니까 괜찮아"라고 말해주었다. 그 말에 위로를 받았다. 집중하는 일에는 몰두해서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지만,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데는 서툴다.
욕심이 많아 많은 일에 도전하고, 그만큼 스트레스도 받는다. 하지만 덕분에 나는 많은 경험을 얻었다.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던 습관을 요즘 운동으로 대신하려 노력하고 있다. 모성애가 강해 아이와 무척 가깝지만, 그래서 오히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쉬지 않고 발전하고 싶은 욕망이 크다. 매일 조금씩 분명히 성장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계속 노력하고 성장하려는 이유가 혹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온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인정받고 수용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때로는 부모님과 갈등도 있지만, 덕분에 타인의 감정을 깊이 공감하고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서 다른 사람의 부탁을 쉽게 받아주곤 한다. 그러다 보니 종종 나 자신이 힘들고 지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성격 덕분에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깊은 신뢰와 따뜻한 유대감을 얻기도 한다. 이것이 내가 가진 장점이자 어려움이다.
논리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나는, 섬세하고 예민한 감성 때문에 종종 지친다. 다른 사람의 칭찬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색하지만,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싶다. 내 안의 모순과 갈등 속에서 성장하는 나 자신을 지켜보는 것도 즐겁다.
이 모든 글을 쓰는 이유는, 나의 모습을 찬찬히 살피며 장점과 단점을 모두 바라보고, 그 모든 면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싶어서다. 때로는 혼란스럽고 복잡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자 노력하지만, 여전히 그 과정이 어렵다. 단점이 곧 장점이 될 수도 있고, 장점이 때로는 나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추구하는 진짜 성장이 아닐까. 완벽하지 않아도, 가끔 지치고 흔들려도, 그런 나를 포기하지 않고 끌어안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걸어가고 싶은 진정한 삶의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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