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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지만 위대한 시간

아이와 함께하는 저녁이 주는 치유

by 부엄쓰c

교육이 끝나가는 마지막 주, 문득 깨닫는다. 이 모든 변화는 그저 우연한 저녁 밥상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늘 바빴던 나는 야근과 업무 사이를 오가며 아이의 저녁을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나가곤 했다. 처음엔 잘 챙겨 먹던 아이가 언제부터인가 홀로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내가 준비해놓은 정성스러운 밥에도 손을 대지 않고 먹지 않기 시작했다. 늦은 밤 지친 몸으로 현관문을 열었을 때, 씻지도 않고 밥도 먹지 않은 채 딴짓만 하고 있는 아이를 볼 때마다 속상했다. 어느 날은 아이가 엄마가 없는 시간에 몰래 유튜브를 보며 거짓말을 한 것을 나중에 알게 되어 많이 화가 나기도 했다. 그때마다 찾아오는 후회와 자책은 다시 업무에 바쁜 다음 날로 쉽게 잊히곤 했다.


그러다 갑작스레 교육이 시작되었고, 나는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새로운 리듬을 익히게 되었다. 아침 시간이 여유로워졌고, 저녁엔 아이와 함께 밥상 앞에 앉을 수 있었다. 그저 평범한 저녁 식사였지만, 아이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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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있으니까 좋아." 아이는 밥 한 숟가락을 뜨며 말했다. 나는 정말 궁금해서 물었다. "뭐가 그렇게 좋은데?" 아이는 단번에 답했다. "이렇게 케어해 주는 거. 이렇게 대답해 주는 것도 다 케어지. 내가 혼자 밥 먹으면서 얼마나 심심했는데."


아이의 그 말이 가슴에 천천히 스며들었다. 어쩌면 아이가 원했던 건 따뜻한 밥이 아니라, 엄마의 따뜻한 존재였을지 모른다. 아이는 내가 야근이 필요할 때면 엄마 일 많이 하고 오라고, 시간 다 채우고 오라고 말하곤 했다. 나는 혹시 내가 회사에서 눈치 보지 않을까 싶어 아이가 성숙하게 이해를 해주는 건가 생각하기도 했다. 가끔 갑자기 일이 많은 날은 무섭고 외로울까 봐 게임을 열어주곤 했는데, 지금에 와서 물어보니 그저 게임을 하고 싶어서 엄마 늦게 와도 된다고 했던 거란다. 그 말에 허탈하게 웃고 말았다.


그러나 그 솔직한 고백조차도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이가 진짜 원한 건 게임의 자유가 아니라, 함께 앉아 밥을 먹으며 웃어주는 엄마였다. 유튜브도, 게임도 잠깐의 즐거움일 뿐, 아이의 마음을 채워주는 건 결국 저녁 식탁이었다.


그 사소한 저녁들이 쌓이며, 아이는 조금씩 자신의 일상을 책임지는 법을 배웠다. 자신이 할 일을 스스로 하고, 주변의 칭찬을 받으며 자랑스럽게 웃는 날이 늘어났다. 교육 때문에 힘들고 지쳐 잠 못 이루는 밤도 많았지만, 결국 내 삶과 아이의 삶은 함께 앉은 저녁 식탁에서 조금씩 치유되고 있었다.


교육의 마지막 주,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나에게 필요한 건 대단한 변화가 아니라, 그저 아이와 마주 보고 앉는 소박한 저녁 식사였다는 것을. 그 작은 식탁이 우리의 하루를 이어주는 다리였고, 서로의 삶을 지탱해 주는 따뜻한 등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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