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남아있는 날엔 억지로 이해하지 않기

내 마음 곁에 잠시 머물기

by 부엄쓰c



그날도,

언제나처럼 힘든 마음을 꺼내놓을 수 있었던

고마운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평소보다 조금 더 긴 이야기를 보냈다.

그런데 친구는 조용했다.

답장이 오지 않은 채 시간이 흘렀다.


나는 애써 넘기려 했다.

“바쁘겠지.”

“뭐,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마음 한켠이 계속 찜찜했다.

괜히 내가 귀찮은 사람이 된 건 아닐까.

내가 너무 많은 이야기를 늘어놨던 걸까.

그런 생각들이 불쑥불쑥 올라왔다.


그러다 친구에게서 이런 말이 돌아왔다.


“얘기를 잘 들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오히려 더 미안해졌다.

혹시 그만하라는 뜻이었을까.

내가 부담스러웠던 건 아닐까.

머릿속은 더 복잡해졌다.


그런 마음으로 나는 한동안 친구에게

아무 말도 건네지 못했다.

괜히 또 귀찮게 할까 봐

스스로를 조용히 만들었다.


그러다 어느 날,

내가 힘들 때 늘 내 이야기를 들어주던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이 마음도 솔직하게 꺼내보게 되었다.


“사실 나는 답장을 기다렸어.

그리고 네가 미안하다고 했을 때,

괜히 내가 귀찮은 사람이 된 건 아닐까 싶어서

섭섭하기도 하고, 더 미안하기도 했어.”


내가 그렇게 솔직하게 말하자

친구는 부끄럽게 꺼낸 내 마음을

조금도 가볍게 넘기지 않고 진심으로 받아주었다.


“아니야. 아이랑 있다 보니 정신없어서 그래.

자꾸 대답이 끊긴 게 나도 미안했어.

사실 들어줄 수밖에 없어서 더 미안하지.”


그 말을 들으니

나는 오히려 마음이 풀렸다.

귀찮아서가 아니라

들어주고 싶으면서도 여유가 없었던

그 상황이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문득, 내 안에서 들리는 소리가 또렷해졌다.


‘혹시 나는 귀찮은 존재일까?’


나는 안다.

나와 유대하는 사람들은 나를 귀찮아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혼자 그렇게 여기게 되고,

그렇지 않다는 걸 확인받으면 비로소 안도한다.


다행히 그들은

내가 부끄럽게 마음을 꺼낼 때

언제나 따뜻하게 확인시켜준다.


억지로 이해하려 하지 않고

내 마음을 그대로 인정했을 때

조금씩 자연스럽게 풀려가는 걸 느낀다.


감정이라는 건

억누르거나 밀어내는 게 아니라

그저 곁에 두고 조용히 기다려주는 것이

더 필요한 일임을 나는 안다.


억지로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솔직한 마음은 결국

서로를 더 가깝게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는 것.

그런 마음이 오갈 수 있는 사이가

결국 곁에 오래 남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나는 이제,

내 마음을 잃지 않게 해주는 관계들만

조용히 곁에 남겨두려는 걸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실천

억지로 이해하지 않기.

남아 있는 감정을 인정하고, 솔직히 표현하기.



나에게 남기는 말

“괜찮아. 지금 이해하지 않아도 돼.

이 마음 곁에 조금 더 머물러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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