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잃어버린 마음 보관소

이곳에서는 무엇이든 맡길 수 있습니다.

by 부엄쓰c



문이 닫히는 순간, 세상이 조용해졌다.

작고 낯선 종소리가 멀리서 울렸고, 나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발을 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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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텅 비어 있었다.


어둡고 높은 천장, 끝을 알 수 없는 빈 공간.

기둥도, 창문도, 사람의 흔적조차 없었다.

마치 내 마음의 가장 깊은 곳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여기 맞는 걸까?”


내 목소리가 부서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메아리가 사라질 즈음, 어딘가에서 탁 하고 불이 켜졌다.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부드러운 간접등이 공간을 천천히 채웠다.


벽 한편에 작고 희미한 빛이 깜박이고 있었다.

그곳엔 짧은 명단이 천천히 흐르고 있었고, 내 이름이 조용히 빛났다.


『대기자: 이하연』


나는 놀라서 멈칫했다. 어떻게 내 이름이 여기에..?


그때 빛과 그림자 사이, 한 사람이 아무 소리 없이 다가왔다.

깨끗하고 정갈한 옷차림, 침착한 발걸음, 깊고 조용한 눈빛.


그는 나를 바라보며 조용히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하연 님. 저는 이곳에서 마음을 안내하는 이선우라고 합니다.

잃어버린 마음 보관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낯설게 친절한 목소리였다.

이상할 정도로 낯설면서도, 동시에 이곳이 내가 꼭 찾아야 할 곳이라는 묘한 확신이 들었다.


“여긴 어떤 곳인가요?”


그는 손짓으로 공간의 한쪽 벽을 가리켰다.

어둠 속에서 작고 소박한 나무 테이블과 두 개의 의자가 희미하게 드러났다.


“편하게 앉으세요. 이곳에선 무슨 말을 하셔도 괜찮습니다.”


나는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앉는 순간, 긴장이 아주 조금 풀렸다.


선우는 나를 조용히 바라보며 물었다.


“어떤 마음을 맡기러 오셨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나는 순간 망설였다. 무엇을 맡기러 왔는지 나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다.

어쩌면 나는 마음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

한 번도 제대로 가진 적이 없는 건 아닐까.


그 순간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저 자신을 맡기고 싶어요.”


말을 내뱉자마자 나는 당황스러웠다.

그는 조금도 놀라지 않고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사실 자신을 맡기러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기선 모든 게 이상하지 않아요.”


그 말은 놀라울 만큼 가슴 깊숙이 스며들었다.

누구도 내게 그런 말을 해준 적 없었다.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이곳에는 스스로 찾아오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간혹 끝내 오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마지막 말을 하는 그의 목소리가 잠시 흔들렸다.

나는 그 짧은 흔들림에서 어떤 슬픔을 느꼈다.


내가 바로 ‘스스로 찾아온 사람’이라는 사실에 나는 작은 위로를 얻었다.

적어도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그가 다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부터 당신은 잃어버린 마음들과 하나씩 마주하게 될 겁니다.

때로는 두려울 수도 있지만, 도망치지 않고 마주한다면

그 마음들이 다시 당신에게 빛이 될 겁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어떤 마음과 마주하게 될지,

그 마음과의 만남이 어떤 아픔과 위로를 가져올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나는, 잃어버린 마음 보관소의 첫날 밤을 맞았다.






다음 이야기 | 3화 스스로 찾아온 사람


첫 번째 방 앞에 서서,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 문 너머에는 내가 가장 오랫동안 외면했던 마음이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