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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비늘 Oct 05. 2021

Both Sides Now

Hudson 강가를 거닐며

밤에도 끊임없이 움직이고 활기를 내뿜는 New York은 멈추지 않고 질주하는 사람들의 무대다. "Concrete Jungle"이라는 별명처럼, 빼곡히 쌓아올린 건물들은 하늘을 향해 더 높이 우뚝 솟는다. 웬만한 루프탑에 가도 그보다 높은 건물들이 시야를 가리기 마련이다. 매 블럭마다 보수와 신축 공사로 흙먼지가 날리며, 드릴 소리와 경적 소리가 도로 위를 덮는다. 그리고 너도나도 발하는 불빛에, 밤하늘에는 자리 잡을 별 하나 없다. 끊임없는 자리싸움을 통해 도시는 더 거대해지고, 시끄러워진다.


도시토박이로 자라왔지만, 자연과 멀어지는 것은 익숙한 나도 지치게 한다. 도시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있고, 모든 도로가 추월차선인 것처럼 바삐 걷는다. 길거리에 널브러진 수북한 쓰레기의 악취는 음식과 매연 냄새와 뒤섞여 마스크조차 무력하게 만든다. 서울깍쟁이라는 말처럼, New Yorker들도 미국내에서는 깍쟁이 취급을 받는데, 이런 환경이 예민한 사람들을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재정적으로 여유로운 사람들이 뉴욕에서는 일하되, 인근 주에서 가정을 꾸리는 것도 이 때문일 터다.

Manhattan의 Hudson Yard

자연으로부터 나와 살아가는 인간에게 자연의 냄새가 옅어진 도시 속에서의 삶은 피폐해지기 쉬운 환경이다. 다행히 도시를 설계한 사람들의 선견지명으로 오늘날의 New York은 Central Park를 포함한 크고 작은 공원들을 품고 있다. 주말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인근 공원을 찾는데, 날씨가 좋은 날이면 돗자리 깔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바글바글해진다. 조용한 산책을 즐기는 나로서는, 이러한 축복조차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도심과는 좀 떨어진, Hudson 강 가까이 위치한 Manhattan 서쪽에 자리를 잡았다.


Hudson 강은 한강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서울을 가르는 한강은 그 둘을 잇는 수십개의 다리로 많은 들이 오가고, 한밤중에도 야식과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 북적인다. 조망을 차지하기 위해 브랜드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양옆을 따라 우후죽순 들어섰다. Hudson 강도 한강처럼 최근에 지어진 고급아파트들이 경치를 독점하다시피 Mahattan 서쪽에 줄지어있다. 대신 George Washington 다리를 제외하면 주변에 다리가 거의 없고, 건너편 New Jersey 주에는 월가를 마주한 지역을 제외하면 나지막한 건물이 능선을 따라 모여있다. 평온해이는 풍경의 여백 하늘이 더 크게 채우고, 구름이 많다. 그 아래로 지나가는 배들이 보이고, 이따금씩 아주 약간의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어온다. 

Manhattan Pier 84에서 바라본 New Jersey의 Union City

제대로 된 한국 음식이 그리워 가끔 New Jersey 한인타운을 가고는 하는데, 강 건너에서 본 New York은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고속도로를 한참 타고 달려 도착한 등산 코스에서도 뚜렷한 스카이라인은 눈에 바로 띈다. 럴 때마다 마치 처음 본 사람처럼 감탄을 금치 못하곤 한다. New York은 밖에서 보아야 더 멋있다고들 한다. 그 안에 있으면 도시의 모습이 보이지 아니하고, 단편적인 건물들만 시야에 들어오기 때문 것이다. 피로감에 떠났던 직장인들이나 유학생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힘들었던 시간의 향수에 젖는 것도 같은 이치가 아닐까.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좋은 부분만 취하며 살고 싶다는 비현실적인 소망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치열하기보다 여유롭고 싶고, 부족하기보다 풍족하고 싶다. 그리고 촌스럽기보다 세련되고 싶고, 무겁기보다 가벼워지고 싶다. 순한 의식주를 넘어 더 많은 것을 누리고자 하지만, 때로는 내려놓고 그저 쉬려할 때도 있다. 이렇게 유부단한 나에게 있어 강 너머의 풍경은 그 방향이 어디든간에 지금 발을 딛고 있는 곳보다 무언가 멋을 더 잘 갖춘 듯하다.

서쪽에서 바라본 Manhattan Midtown

우왕좌왕하며 고민하는 내 자신에 대해 써내려가다보니, 유명 Canada 가수 Joni Mitchell의 노래 Both Sides Now가 생각난다. 가사 중 이런 부분이 있다.

I've looked at life from both sides now
From win and lose and still somehow
It's life's illusions I recall
I really don't know life at all.


마냥 아름답게만 보였던 구름, 사랑, 삶을 차례로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혼란스러워하는 마음을 그리는 내용이다.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하고, 주고 받으며 다져진  마음은 이 도시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과도 닮았다. 조급한 마음에 한뼘 더 나아가려 애를 는 나는 어디론가는 향하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기쁨과 아쉬움은 교차하는 것 같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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