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불석권(手不釋卷);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63.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그리움을 달래다.
“그간의 학업성취도에 대해서 스스로 어느 정도라고 평가할 수 있는가?”
승학이 미국에서 한의대를 졸업하고 석사박사 통합과정을 하고 있을 때 사부가 찾아왔다. 그는 미국에 있는 자녀들과 승학을 만나기 위해 왔다고 했다. 그는 차를 한잔 마시며 대뜸 그간 승학의 학업에 대한 것부터 질문을 했다. 승학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자평하기엔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그간 많은 새로운 연구를 했습니다.”
“주로 어떤 연구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건가?”
“제가 주로 관심을 가진 연구는 노화와 질병에 대한 겁니다. 그것이 두뇌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문헌연구를 했습니다.”
“그것 참 재미있는 연구 같네. 기본적 개념을 한번 설명해 보게.”
“많은 사람들은 뇌의 생체시계가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늙어가는 이유가 생체시계가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제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체질강화를 잘하는 사람은 뇌의 생체시계를 멈추거나 시간퇴행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보게. 어떤 경우 뇌의 생체시계가 시간 퇴행을 하는가?”
“뇌의 생체시계는 뇌에너지의 상태에 따라 시간이 돌아갑니다. 그러니까, 뇌에너지가 체질적으로 약한 사람은 일 년에 2년의 시간이 흐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뇌 에너지가 체질적으로 강화된 사람은 일 년에 오히려 시간 퇴행으로 2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자네의 연구로 보면 뇌의 생체시계가 체질상태에 따라 시간작동이 달라진다는 뜻인가?”
“예. 그렇습니다. 해상동물의 수명을 보면 히드라나 작은 보호탑 해파리는 불멸입니다. 무한대 수명의 생명체라는 뜻입니다. 또 거북이나 고래, 상어 등은 최소 200년 이상은 다 살고 있습니다. 반면에 육상동물은 15년이나 20년도에 사는 것이 고작입니다. 거의 오래 사는 생명체가 없습니다. 그 차이들이 생체시계가 뇌에너지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는 증거입니다. 생체시계의 시간작동이 제각기 다르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체질적으로 연구 가능한 영역입니다.”
승학의 연구를 들으면서 그는 내심으로 감탄했다.
기존의 한의학이나 체질의학에서도 명확한 답을 구하지 못했던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역시 노화와 질병에 대해 관심이 많기도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그가 다시 질문을 했다.
“아. 그런가? 그렇다면 나도 앞으로 생체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 있단 말인가?”
“당연히 그렇습니다. 생체시계와 뇌 에너지 관계를 알면 체질강화로 얼마든지 젊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노화와 질병은 미리 막을 수 있습니다. 또 일단 질병에 걸렸다고 해도 치료가 매우 쉽습니다.”
“그것이 가능한가? 왜 노화와 질병이 치료와도 관계가 있단 말인가?”
“28 체질의학으로는 그 관계를 명확히 알 수 있고 치료 기전을 확실히 밝힐 수 있습니다.”
“자네 얘기를 듣고 보니, 이해가 되네. 자네의 그 연구가 단군 의통의 천고비전에서 나오는 내용과 연관성이 있는가? 그 연관성에 대해서 궁금하네.”
“저의 모든 연구기반은 단군 의통의 천고비전에서 나온 겁니다. 그 내용 속에 들어 있는 것을 현대화하고 서양의학과의 비교연구를 통해 델타분석을 한 겁니다.”
“자네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은 수불석권을 했음을 알겠네. 그간의 연구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바이야. 오직 공부와 연구만 한 것 같구나. 그간 수고했네.”
“사부님 은혜입니다. 사부님의 든든한 지원으로 저야 당연히 해야 할 공부와 연구를 한 것뿐입니다.”
그가 승학의 학업성취부터 확인한 것은 유림과의 관계 때문이었다.
그는 승학이 미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간절히 유림을 기다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 느꼈기 때문에 미국으로 간 후에도 염려를 했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연락 한번 없이 무작정 유림을 기다렸을 승학의 마음을 이해했다.
“자네는 유림의 소식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네. 그렇지 않은가?”
“예. 사부님, 사실은 좀 그렇습니다.”
“유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게나. 나는 간간히 연락을 하고 있다네. 그녀는 자네가 여기에서 뚜렷한 학업성취를 할 동안 기다리겠다고 말하더군. 대단한 여성일세, 자네는 정말 좋은 여자를 만난 것일세.”
그는 가방에서 예쁜 포장지에 싸인 것을 꺼내며 말했다.
“자네가 그 오랜 세월 기다린 소식이 여기 들어 있네.”
"감사합니다. 사부님!!"
승학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갑자기 심장이 억제할 수 없이 뛰는 것을 느꼈다. 오랜 시간 스스로 유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심전력했던 지난 시간이 떠올랐다. 그 시간들을 견뎌냈던 것은 유림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승학은 그토록 기다리던 편지를 보자 유림을 본 것처럼 가슴이 떨렸던 것이다.
승학은 편지봉투를 서서히 뜯었다. 핑크색 편지지가 보일 때 가슴은 더욱더 떨렸다.
“그럼 혼자서 편지를 보도록 하게. 나는 어딜 갔다가 일주일 후에 다시 돌아오겠네.”
그가 나가자 비로소 승학은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승학은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승학 씨!!
승학 씨!! 오늘은 당신을 부르는 이 말이 피가 베이는 듯 간절해요.
당신이 이 글을 읽을 때 어떤 감정에 휩싸이고 있을까요? 지금 현실이 우리의 미래 시간을 향해 나아가고 있어요. 지금 여기는 밤 2시 5분 전이에요. 당신은 지금 시간의 어디에 있을까요?
아마도 당신은 공부와 연구의 한가운데에 있겠죠. 당신이 연구에 몰입을 할 것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당신 곁에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무엇이 나를 당신으로부터 떼어놓았는지 현실적인 변명을 구하고 싶어요. 나는 단지 당신이 나로 인해 조금도 방해받지 않기를 바란 것뿐이에요. 깊은 심층의 무의식 속에서 나는 당신의 시간을 오롯이 존중해 주고 우리를 위해 기다리기로 한 거예요. 우리의 운명을 더 높은 곳으로 따뜻하고 밝은 곳으로 만들려고 하는 낯익은 의지인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로서도 기다림은 잔인한 고통이에요. 수 천 번을 당신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참고 또 참았어요. 영원의 시간대에 비한다면 지금 우리의 기다림은 긴 것이 아니에요.
내 결심은 유전자의 명령만큼이나 내 존재와 절대적으로 결합되어 있어서 거부할 수 없어요. 그것이 우리 사랑을 이끌고 가는 힘의 정체라고 생각해요. 저는 당신 이외엔 어떤 것과의 화해도 불허하고 평범한 삶의 표면에 머무는 것도 용인하지 않고 있어요.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은 나에게 정화이기도 하고 파괴이기도 하며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순교이기도 해요. 그 힘이 왜 이토록 강력하게 저를 묶어 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현실의 흙 위로 내려앉아 때를 묻히는 우리의 사랑을 나는 견딜 수가 없다는 거예요. 한 치의 타협도 불가능해요. 차라리 우리의 사랑이 바닥에 닿기 전에 허공에 정지시켜 놓으려는 욕망인지도 모르겠어요.
어떤 경우에도 당신을 힘들게 할 수는 없어요.
제가 억제하지 않는다면 당신을 찾아가서 곁에 언제까지나 머무를 것 같아요. 그럴 수는 없어요. 당신이 우리를 위한 준비가 다 되었다고 말할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릴게요.
승학 씨!! 이 순간 내 마음에 돌연 뜨거운 폭풍이 일어나 이내 얼굴이 눈물로 범벅됩니다.
내가 어디를 가든 당신 곁에 있다는 것을 느끼면 조금은 위안이 되지만, 고통스럽습니다.
뜻하지 않는 울음에 휘말려 마음이 장롱에 눌리는 듯합니다. 당신은 나를 잊지 않겠지만 잊을 수도 있을까요?
당신은 이제 나를 잊어도 좋아요. 하지만 나는 이제부터 당신을 진정으로 소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현실적 고통을 제외하면 사랑으로 인해 나의 생이 눈이 부시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당신의 사랑으로, 당신의 말씀처럼 나는 그 어떤 여자보다 더 고귀한 여자가 되었어요.
당신을 사랑해요.
마치 전사처럼 결연하게, 천사처럼 달콤하게 공주처럼 오연하게 시녀처럼 단정하게 누이처럼 부드럽게 아이처럼 천진하게 당신을 사랑해요. 숭고하게, 항상성을 가지고 변함없이, 결코 변함없이 더욱 심오하게.... 당신을 향해서라면 한없이 아래로라도 걸어가겠어요.
추신: 당신이 완벽하게 준비될 때 알려주세요. 서두르지 마세요. 언제든지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어요.
승학은 편지를 읽고 나서 다시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영원히 뜨고 싶지 않을 정도로 오래오래 눈을 감고 있었다. 유림의 얼굴이 어둠 속에서 나타나서 새겨질 때까지 그렇게 오랫동안 있었다.
그 후 승학은 사흘을 꼬박 누워 있었다.
몸에 신열이 나고 까닭도 없이 눈물이 났다. 유림을 만날 때부터 시작된 어떤 의식 같은 상태였다. 견딜 수 없는 상태를 견뎌내야 하는 사람이 그렇듯이 안으로 곪아 가는 느낌이 아마 그럴 것이다.
체질적으로 볼 때, 감성의 폭발력이 이성과의 평형감각을 무너뜨리면 찾아오는 증세가 그런 것이다. 승학은 책을 덮고 며칠을 꼼짝없이 그대로 있다가 나흘째가 되어서야 눈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