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연개오(幡然開悟) : 모르던 일을 깨닫게 되다.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64-1. 차디찬 현실의 벽과 서로 연결된 절대적 차원
“그간 무엇을 생각하고 깨달았느냐?”
일주일 만에 돌아온 사부는 승학의 더욱 깊어진 눈을 보며 물었다. 그는 유림의 편지를 받아 드는 승학의 떨리는 손끝을 보며 생각의 시간을 주었다. 그 일주일간은 승학을 위한 시간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편지를 받았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승학과 유림의 성정을 잘 아는 그로서는 그들의 겪을 마음의 고통을 이해했다.
체질적으로 엄청난 열정을 지닌 승학의 심장과 깊은 호수와 같이 유림의 심지를 알기 때문이었다. 승학은 사부의 질문을 받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제가 유림 씨의 편지를 받고 충격을 받은 것은 그리움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굳은 심지와 맑은 영혼, 기다림의 고통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그녀가 직시하고 있는 것을 저는 왜 그리 모르고 살았을까요?”
“대관절 그것이 뭐였는가?”
“사부님. 그것은 냉엄한 현실이었습니다. 유림 씨가 표현한 한 구절이 저의 심장을 찔렀습니다. ‘현실의 흙 위로 내려앉아 때를 묻히는 우리의 사랑을 나는 견딜 수가 없다는 거예요.’라고 했어요. 그건 현실적 상황을 의미했습니다. 그녀는 정확히 현실을 직시했더군요. 미련한 저는 그것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습니다.”
“자네가 이제 드디어 현실을 깨달은 모양이구나. 유림의 혜안이 무척 깊은 것이야. 사랑은 현실의 흙 위에서 꽃을 피우기가 힘들다네. 대단한 부귀영화가 아니더라도 현실적 조건은 갖춰져야 하는 것일세.”
“제가 그간 마치 가상현실을 산 것 같습니다. 왜 이제야 그것을 깨달았는지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사람은 모두 때가 있는 법이라네. 지금이라도 그것을 깨달았다면 된 것이야. 유림이 편지 한 통으로 자네의 마음을 관통해 버리고 자네는 그것으로 깨달음을 얻다니, 대단한 일이야. 번연개오일세. 모르던 일을 한 번에 그렇게 깨달았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예, 사부님. 며칠을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무엇부터 할 것인가? 온갖 생각들을 정리한다고 몰입을 했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을 하다 질문을 던졌다.
“그래. 자네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저는 두 가지 현실적 목표를 충실히 제 삶에서 실행하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는 단군 의통의 미션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겁니다. 오늘의 저를 있게 한 본질적인 힘이 사부님이고 단군 의통이라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유림 씨와의 미래를 현실의 땅 위에 굳건하게 세우겠습니다. 제가 그간 공부하고 연구한 것을 현실 속에서 구현하여 유림 씨와의 사랑을 이룰 것입니다.”
“아주 잘 생각했네.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할 일이야.”
“저는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그토록 오랜 시간 소식을 전하지 않았는지, 또 제가 간과했던 현실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를 처절한 고통으로 느꼈습니다.”
“자네가 이제라도 번연개오해서 큰 다행일세. 나는 자네가 스스로 깨칠 때까지 기다렸다네. 자네와 유림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내가 중간에서 어느 쪽 말을 전하기가 어려웠네.”
그는 유림의 상황에 대해서 승학에게 말하지 않았다.
행여 승학이 마음을 못 잡고 힘들어할까 하는 배려 때문이었다. 유림은 간간히 사부와 연락을 주고받았고 힘든 상황을 의논했다. 당연히 사부는 유림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승학은 현실적 감각이 많이 결여되어 있었다.
하지만 유림은 속이 깊으면서도 현실적인 감각이 있었다. 승학의 현실적 상황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승학에게 간다고 해도 아무런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조건에도 불구하고 유림은 승학을 선택했다.
유림은 그를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기득권을 버렸다. 부모님이 주는 안락한 집과 편안한 생활을 모두 던졌다. 맨몸으로 집을 나와 레슨과 알바를 하며 승학을 기다렸던 것이다.
어릴 때부터 가난한 삶을 살았다면 그 현실은 그리 힘들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부유한 집안에서 곱게 자란 유림에게 차가운 현실은 고통 그 자체였다.
유림은 그 모든 것을 감수하며 승학을 기다렸다.
그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그녀가 편지 속에서 담은 그 의미들은 승학의 뼈를 때렸다.
깊은 사랑을 담아 영혼의 각성을 촉구했다.
승학의 번연개오는 그러한 유림의 사랑을 통해 내면 깊숙이에서 퍼 올려진 것이었다.
승학이 바쁘게 현실적 대안을 찾을 때 사부가 승학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오랜만에 일식집에서 만나자고 했다. 승학은 기쁜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 먼저 도착해서 승학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부님. 제가 10분 미리 도착했습니다. 이미 도착해 계시면 제자로서 제가 면목이 서지 않습니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이 나라에서 남아도는 것이 시간이라네. 근처 구경도 할 겸해서 미리 온 거야.”
그가 승학을 데리고 예약한 룸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하게. 여기 김 원장은 나와 오래된 지기일세. 침술에 능하고 여기 주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한의사라네.”
“선배님. 제가 그렇게 유명한 것은 아닙니다. 과찬이십니다.”
승학은 그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사부는 그와 미리 만나서 대화를 나눈 것 같았다.
“일단 식사부터 하고 얘기는 천천히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선배님, 오늘은 제가 반드시 한 턱 내겠습니다. 오늘은 먼저 계산하시기 없기입니다.”
그가 웃으며 코스요리를 시켰다. 사부는 묵묵히 승학을 지켜보며 말했다.
“여기 유승학 선생은 나의 애제자 일세. 앞으로 크게 쓰일 재목이니 자네가 절차탁마 좀 시켜주게. 큰 재목일수록 자네 같은 장인에게 맡겨서 갈고닦아야 하지 않겠나.”
그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이고 선배님. 무슨 그런 말씀을요. 선배님 애제자면 오히려 제가 배워야 할 것이 많습니다.”
승학은 고개를 숙여 다시 목례를 하며 말했다.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많이 배워야 합니다. 많은 지도 편달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사부가 진지한 표정으로 승학을 보며 말했다.
“내일부터 여기 김 원장의 미래 한의원에서 근무하며 열심히 일하게. 나를 대하듯 김 원장에게 하면 되는 거야. 모르는 것이 있으면 가르침을 청하고 많이 배우도록 하게.”
“예, 알겠습니다. 사부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원장님 제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승학은 내심으로 사부에 대한 깊은 감사를 드렸다. 그는 유림이 승학에게 일깨워준 현실의 의미를 발 빠르게 전해주고 있었다. 승학은 그날 저녁 식사에게 느낄 수 없었다. 고급 일식집의 화려한 요리들이 드라마 속 소품처럼 느껴졌다. 단지 가슴속 가득히 유림의 모습이 조각처럼 새겨져 있었다.
승학은 시간이 없음을 느꼈다. 유림의 상황을 안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사부는 그런 승학의 마음을 꿰뚫고 있었다.
바쁜 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가 그런 것 같았다.
승학은 사부가 한국으로 가기 전에 유림에게 소식을 전해야 했다.
‘승학은 유림을 생각하면 사람들 속에서도 다른 세상에 살고 있음을 느꼈다.
그것은 유림의 사랑과 빛으로 둘러싸인 세상 속이었다.
유림과 승학의 세계, 그것은 서로 절대 잊을 수도 없는 절대적 차원에 놓여 있었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세계이며 트윈 플레임의 연결이었다. 승학은 유림이 없으면 삶의 빛이 모두 사라지고 어둠만이 가득한 시간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승학은 그 생각을 하며 스승에게 전해줄 편지‘내게로 오라’를 가슴에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각고면려(刻苦勉勵): 고생을 무릅쓰고 부지런히 노력한다는 의미다.刻苦勉勵): 고생을 무릅쓰고 부지런히 노력한다는 의미다.
각고면려(刻苦勉勵): 고생을 무릅쓰고 부지런히 노력한다는 의미다.
64-2. 지극정성으로 병을 치료한다.
“유선생의 침술은 참으로 특이하게 효과가 탁월하네. 그 비결이 무엇인가?”
승학이 미래 한의원에서 부원장으로 일을 하면서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한의원에 백인과 흑인들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대표원장 김동수는 흐뭇해하면서도 내심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승학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긴 했다. 하지만 백인주류 환자들이 내원하는 것은 뭔가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유심히 지켜보다가 마침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승학에게 물었다. 승학은 웃으며 말했다.
“환자들은 각고면력하여 효과를 빨리 보이면 신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침술이 특이한 것 보다는 지극정성이 통하는 것 같습니다.”
“자네의 각고면려는 처음부터 알았네. 하지만 효과는 그것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 아니겠나. 내가 그간 지켜본 바로는 침술 자체가 특이한 것 같네.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는 것일세.”
“제 침술은 체질침법으로 다른 일반적인 침술과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은 체질진단을 한 후에 정확한 원인을 찾아서 그에 맞는 브레인작동을 시키는 방법입니다.”
“브레인작동이 무슨 뜻인가? 뇌작동을 침으로 한다는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기존 침술이 경락과 경혈을 중심으로 합니다. 반면에 체질침술은 뇌작동과 몸작동의 연동을 중심으로 합니다. 침의 효과가 뇌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는 원리입니다.”
“그것 참 흥미롭구만. 침술이 어떻게 뇌작동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인가?”
“체질을 중심으로 뇌와 몸통의 균형점을 잡아주는 것이 뇌작동의 원리입니다. 체질이라는 인체설계도를 모른다면 뇌작동이나 뇌오작동을 알 수가 없습니다. 인체의 모든 질병은 뇌작동과 뇌오작동의 영향하에 있습니다. 그것을 조절하고 밸런스를 잡아주는 것이 체질침법입니다.”
“뇌작동과 뇌오작동은 또 어떻게 다른 것인가?”
“뇌는 인체를 통제하며 좌와 우의 밸런스를 잡아줍니다. 그 밸런스가 무너지면 약한 부분에 뇌에너지가 집중되고 신경이 긴장되어 통증이 유발됩니다. 그것을 명확히 좌측과 우측을 구분하여 침치료를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통 한의학의 경락과 경혈, 침자리 이론과는 전혀 다른 방법입니다.”
“아하!! 이제 이해가 되었네. 체질침법은 전통 경락이론과 전혀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이지?”
“예. 그렇습니다. 가끔 일치하는 혈자리가 있을 수는 있지만 대부분은 전혀 다릅니다. 인체에 일어나는 통증 중에 상당부분이 뇌의 오작동에 의해서 발생합니다. 그것을 바로 잡아주는 것이 체질침법입니다.”
"체질과 뇌의 관계를 연구해서 창안한 새로운 침법이란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의 사암침법을 비롯해서 중국의 전통 침법, 대만의 동씨침법, 일본의 나가노침법 등 엄청난 유파가 있지 않습니까? 그중에 유일하게 체질침법만이 뿌리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체질을 진단한 후에 그 체질에 맞는 침치료를 하기 때문입니다."
"듣고 보니, 이해가 되는군. 그래서 환자들이 침치료의 효과를 빨리 느낀다는 말인가?"
"예, 당연히 그렇습니다. 개별 맞춤식 침치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서양인들이 자네의 침치료에 열광하는지 그 이유를 좀 알 수 있겠나? 오해하지 말게. 비법을 전수해달라는 뜻은 아니야. 순수한 학문적 의문 때문일세. ”
그는 정색을 하며 진지하게 궁금증을 나타냈다.
“서양인들은 합리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백인이나 흑인, 히스패닉계나 거의 유사합니다. 그들은 단순합니다. 어디가 아프면 그 통증이 즉각 낫기를 바랍니다. 그들은 효과가 즉시 나타나면 바로 인정을 합니다. 또 친구나 이웃들에게 순수하게 그 사실을 전합니다. 자연스럽게 소개가 이뤄진다는 뜻입니다.”
“즉각적인 침치료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말인가?”
“체질침술은 서서히 좋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침치료를 하면 바로 그 즉시 1분 이내로 효과가 드러납니다. 효과가 확인되고 지속되어야 합니다. 만약 효과가 느리다면 서양인들은 합리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거야 그렇다고 보아지네. 그들은 합리적이며 실용주의적 경향이 강하지. 유선생은 그런 서양인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치료를 한다는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통증에 민감한 서양인들을 위해 가장 작은 호침을 사용합니다. 그들로서는 침통증은 없으면서도 효과가 빠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그게 정말 가능하다는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고 전통 한의학의 경혈 침자리에 침을 놓으면 효과가 즉각적이지 않습니다. 저는 경혈 침자리와 체질 침자리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한국의 침술뿐 아니라 중국, 대만, 일본의 침술을 모두 연구하고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즉각적인 침치료는 체질침술이 획기적으로 빠르고 지속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자네의 말을 듣고 보니, 이해가 가네. 설명을 들을수록 솔깃해지고 공감이 가네. 정말 대단한 침술일세.”
“제가 연구한 것이 아닙니다. 저의 조사님과 사부님의 침술을 전수받은 것뿐입니다. 저의 조사님인 청허선사님의 침술은 대단한 경지였습니다. 저는 곁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아. 그런가? 어떤 신묘한 침술인지를 알려줄 수 있겠나?”
“제가 하고 있는 체질침술과 같은 것입니다. 조사님은 신침으로 이름을 날리신 분이셨지요. 제가 곁에서 보았을 때도 정말 놀라웠습니다.”
“이제, 이해가 되었네. 괜히 사람들이 몰려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겠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고 잠시 생각에 젖었다. 승학은 그가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다.
승학은 수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이론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승학을 다시 보며 말했다.
“앞으로 난치병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치료를 해주겠나? 내가 오래 치료를 했지만 잘 안 되는 환자들이 있어. 그 분들을 따로 자네한테 맡겨서 치료를 하게하고 싶네.”
“저야 맡겨만 주신다면 각고면려하겠습니다.”
그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승학은 그가 학문적 열정이 높고 매사 완벽성을 추구하는 태양인기질인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사부는 승학의 임상경험을 위해 그런 것까지 다 고려해서 선정을 한 것 같았다.
승학은 진심으로 환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치료에 임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온통 임상 침치료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그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환자들도 승학의 마음을 느끼며 더욱 더 몰려들었다. 신기하게도 서양인들 환자가 침치료를 더욱 더 좋아했다. 대표원장 김동수는 처음에는 신기하게 바라보다 나중에는 경이로운 눈빛으로 변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의 상식이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각종 통증이나 난치병이 빠른 효과가 나타나고 완치율이 높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 뿐 아니었다. 승학이 그의 요청으로 처방한 체질한약의 효과도 엄청나게 달랐다. 마치 양약처럼 효과가 빠른 특징이 있었다.
그는 다 시 한번 승학을 불러 그간의 궁금했던 점을 질문했다.
“유선생의 임상능력이 기대했던 것 이상이라서 놀라고 있네. 내가 한의학을 공부한 이래로 가장 독특하고 치료효과가 빠른 체질의학에 놀라고 있네.”
“체질의학은 유일하게 한국의 한의학입니다. 중의학에는 없는 새로운 이론체계입니다. 그만큼 차별성이 있고 치료효과가 빠릅니다. 당연하게 치료효과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체질의학도 중국의 의학의 일부로 발전한 것 아닌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중국이 한국의 체질의학에 영향을 받아서 후발주자로 체질을 연구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이론들은 조잡하여 체계가 없고 한국의 체질의학 따라하기에 급급한 실정입니다.”
“그런가? 놀라운 사실이군. 하지만 중의학에 있는 체질이론들은 무엇인가?”
“사상체질이나 체질의학의 체질이라는 용어 자체가 한국의 국문학자 이을호 선생님이 사용한 한국적 표현입니다. 중의학이 한국의 체질의학을 따라한 증거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체질이라는 용어가 중의학이 아닌 한국에서 만들어진 용어라는 뜻인가?”
“예. 그렇습니다. 중의학에서 체질의학을 임상의학으로 사용한 자료나 문헌이 없습니다. 그들이 연변이나 흑룡강성에서 조선족들이 사용하는 사상의학에 영향을 받아 체질을 연구한 것입니다.”
“놀라운 사실이군. 나는 그 전에 사상체질은 공부를 했지만 체질침술은 들어본 적이 없었네. 한데 자네의 체질침술은 놀라운 임상효과가 있었어. 그런데다 체질처방의 효과는 가히 놀라워.”
“예,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지극정성으로 환자 치료에 임하겠습니다. 더욱 더 노력하겠습니다.”
승학은 진심으로 환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몰입치료를 했다.
다른 어떠한 잡념이나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그에게 있어 몰입치료는 삶 그 자체였고 유림과의 현실을 위한 사랑이었다. 그에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
아무리 고귀한 사랑이라도 현실적 기반이 없으면 무너진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유림의 편지 한통이 그에게는 고질적 현실무감각증을 치료하는 극약처방과도 같았다. 승학은 1년 이내로 유림을 데려오기 위한 필사적인 몰입을 했다.
그것은 지상명령이었고 삶의 이유가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