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포신(除舊布新):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펼친다는 뜻이다.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78. 새로운 도전이 임상경험과 연구의 폭을 넓힌다.
“너무 갑작스럽게 말레이시아로 가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결혼식 이후 유림은 곧 임신을 했고 아이를 출산했다. 승학은 아이의 돌잔치를 축하할 겸 찾아온 사부와 함께 식사를 하며 말레이시아행을 밝혔다. 조사님과의 약속도 있었고 오랫동안 생각했었던 구상이었기 때문이었다. 사부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는 했지만 유림을 염두에 둔 듯했다. 안정된 삶이 보장되는 생활을 뿌리치고 갑자기 떠나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기를 권한 것이었다.
승학은 웃으며 사부에게 말했다.
“사조님과의 약속도 있고 해서 빨리 가 보려고 합니다. 물론 의료사업상으로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더불어 아시아의 3대 반도국가인 말레이시아, 베트남은 반드시 가보고 싶습니다.”
“미국에서의 생활보다는 훨씬 열악하고 경제적 가치도 떨어질 것이야. 문화적으로도 그곳이 훨씬 후진국인 데다 무슬림국가여서 불편한 점도 있을 거야. 그래도 괜찮겠는가?:
“깊은 산속보다야 생활하기가 좋겠지요. 꺼져가는 생명을 움켜잡고 사부님을 만날 때를 생각하면 이곳에서 안주하는 것이 오히려 불편합니다. 새로운 발전을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네. 새로운 약초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아주 좋을 것이야. 나도 예전에 몇 번 그곳에 가려고 했었다네. 몇 번 진출을 위해 사전답사를 했지만 환경이 맞지 않아 그만두었네.”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나쁘던가요?”
“예전에 내가 가 보았을 때 한국인이 거의 없었어. 나는 생활영어 정도는 하지만 유창한 영어가 되지 않아서 현지 적응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네. 좋은 점은 중국 화교가 많이 살아서 한의학 문화적 배경은 아주 좋더군. 약초 연구를 할 수 있는 중국인 약초꾼이나 약재상도 많은 것은 장점이었어.”
“저는 어떤 악조건이든 무관하게 반드시 진출하려고 합니다. 사조님은 앞으로 다가올 병란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약초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게 누누이 말씀하셨습니다.”
“자네의 열정과 의지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네. 그런데 유림과 사전에 의논을 했나?”
“저는 항상 제가 생명이 위태로웠던 그때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 어떤 상황이든 반드시 돌파하고 이겨내야 한다는 신념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유림 씨와는 아직 의논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다시 말했다.
“만약 반대한다면 어떻게 할 터인가?”
“제가 가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라고 해도 곁에 있겠다고 했습니다. 그건 저 역시 유림 씨가 가고자 하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갈 겁니다. 서로의 마음이 그러해서 괜찮을 겁니다. 하지만 만약 조금이라도 싫은 내색을 한다면 같이 여행을 가서 살펴보고 설득을 하면 되겠지요. 그리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 됐네. 가장 좋은 시점에서 떠나는 자네의 용기와 의지가 대단하네. 나는 자네가 어디를 가서 어떤 연구를 하든 언제나 변함없이 응원하겠네. 어디를 가더라도 잘해 낼 것으로 믿고 있네.”
“사부님, 감사합니다. 항상 열정을 다해 연구하고 단군 의통의 기틀을 단단히 다지겠습니다. ”
“자네의 결심이 그러하니 마음이 든든하네. 내가 사전 답사를 위해 조사한 말레이시아는 아주 좋은 약초의 환경을 가지고 있었어. 열대의 날씨지만 한국의 가을 같은 선선하게 좋은 날씨였어. 단지 덥지만 건조해서 처음은 좋지만 바이러스가 엄청나게 많은 지역이라는 특성이 있었어.|
“바이러스가 말레이시아의 자연환경 상으로 많으시다는 말씀인가요?”
“그럴 수밖에 없는 조건이 있었어. 쿠알라룸푸르는 현대화된 도시지만 이상하게 그곳엔 큰 강이 없었다네. 그러니까 덥고 건조한 날씨라서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쉬운 조건이었어.”
“그렇다면 제가 반드시 가서 연구해야 할 최고의 환경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병겁이 역병이라면 그건 바이러스가 되지 않겠습니까?”
“바로 그럴 것이야. 바이러스 연구를 반드시 해야 할 것이야.”
그는 승학의 등을 두드려주며 응원을 보냈다.
승학은 굳은 결의를 다졌다. 앞으로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우선의 안락함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설사 말레이시아 진출을 해서 고통을 겪는다고 해도 그 결정은 변함없을 것이었다. 최고의 약초 연구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선택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승학은 유림에게 말레이시아행에 대해서 말했다.
“유림 씨!! 말레이시아로 가야 할 것 같아요. 조사님과 약속도 있고 사부님도 그것을 응원해주고 있어요.”
유림은 승학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제가 가야 할 곳은 언제나 당신 옆이라고 말했죠. 당신이 어디를 가든 그 옆엔 제가 반드시 있을 거예요. 아무런 걱정 마세요. 당신만 제 곁에 있으면 저는 그곳이 지옥이라고 해도 천국으로 만들 거예요.”
승학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당신이 이렇게 바로 승낙해 줄 줄은 몰랐어요. 너무 고마워요. 쉽지 않은 결정일 터인데요.”
“그렇지 않아요. 숨을 못 쉬고 죽어가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당신 곁은 어디든 천국이에요. 당신을 기다리던 그 시절도 정말 힘들었어요. 내가 목숨을 잃어가던 그 시절에 당신이 나타나신 그 기적과 우리의 사랑을 생각하면 어디를 가든 저는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요.”
승학은 그녀의 말에 너무나 깊은 감동을 받았다.
자신을 이렇게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최고의 힘이 되며 기적이 아닐 수 없었다. 아름다운 그녀의 눈을 보며 승학은 미지의 두려움을 한꺼번에 날려 보냈다.
유림이 그런 승학을 보며 말했다.
“승학 씨, 사실 저는 한 곳에 안주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제구포신(除舊布新)이란 말을 저는 정말 좋아해요. 우리 집 가훈이 그랬어요. 사업을 하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펼치려는 의지가 있나 봐요. 친정아버지가 최고로 좋아하는 사자성어이기도 해요.”
“아. 그래요. 정말 좋은 뜻입니다.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펼친다는 것은 제가 늘 원하는 도전이죠. 우리 부부가 같이 그 뜻을 이어 나가요. 당신이 곁에 있어 너무 행복해요. 너무나 너무나 당신을 사랑합니다.”
승학은 그렇게 말하며 유림을 와락 끌어안았다.
유림 역시 승학을 마주 안았다. 두 사람의 기운이 하나도 뭉쳐지며 무지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오색영롱한 빛이 그들을 감쌌다.
승학은 유림과 아이를 동반하여 말레이시아 사전 답사를 갔다.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내리자 열대지방 특유의 탄 냄새 같은 것이 났다. 바깥공기 역시 후덥지근하며 열대의 날씨가 느껴졌다. 그러나 마음은 편안했다. 쿠알라룸푸르 시내로 가는 택시 안에서 승학은 유림의 손을 잡고 바깥 풍경을 보았다.
팜 나무가 끝없이 심어져 있는 열대의 풍경이 참으로 이색적이었다.
유림이 가만히 보다가 말했다.
“예전에 태국여행은 가 봤지만 여기는 약간 특이한 것 같아요. 태국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요.”
“열대지방이라서 무척 덥고 낙후되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생각보다는 아주 좋은데요.”
“그래요. 여기가 동남아 중에서는 잘 사는 나라여서 그런가 봐요. 도로나 멀리 보이는 집들의 분위기가 괜찮아 보여요. 저는 이곳이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승학은 쿠알라룸푸르 시내에 들어와서 예약한 호텔에 짐을 풀었다. 호텔 역시 아주 좋았다. 에어컨 성능이 좋아서 그런지 오히려 약간 추위가 느껴질 정도였다. 승학은 유림을 안고 호텔 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이곳에서 우리 행복하게 살아요. 당신이 있어 나는 어디든 좋아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아요. 빨리 이사 와서 살면 좋겠어요.”
“유림 씨, 조금이라도 걱정이 안 돼요?”
“무슨 걱정이 필요해요. 당신이 옆에 있잖아요. 둘이서 어떤 일이든 다 헤쳐갈 수 있지 않겠어요. 당신이야 말로 걱정 마세요. 저는 너무 좋아요. 보기보단 제가 은근히 강해요. 새로운 환경에도 적응 잘해요.”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승학은 유림이 주는 든든함 때문인지 낯선 곳에서의 적응보다는 새로운 연구에 대한 기대에 가득 찼다.
승학은 잠시 깊은 산에서 홀로 동굴 속에서 밤을 지새울 때를 생각했다. 이름 모를 산짐승의 울음소리와 스산한 바람소리, 깊은 정적이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승학 옆에 언제나 유림이 있었다.
승학은 앞날에 어떤 장애가 따른다고 해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