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금백련(精金百鍊) : 쇠가 충분히 잘 단련되었다는 뜻이다.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79. 충분히 숙련되고 많은 경험을 쌓음이 곧 의술의 척도.
“첫 번 방문하고 바로 이주 결정을 내렸다는 말인가?”
미국의 미래 한의원 김원장은 섭섭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승학이 말레이시아 이주에 대해서 말은 했다. 하지만 그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이주 속도가 빨라지자 김원장은 당황했다.
승학의 환자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고민이 되었던 것이다. 그는 체질의학을 잘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승학은 그러한 점을 잘 알고 그에게 말했다.
“제 결정이 빠르고 이주가 예상보다 조금 빠릅니다. 그래서 후임 부원장이 결정이 되면 여기서 체질의학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가르쳐 드리고 가겠습니다. 염려하지 마세요. 그것이 조금 불안하시면 원장님께 모두 체질의학을 전수하고 부족한 부분은 언제든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적잖이 안심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자네가 그리 해준다면 나야 바랄 바가 없네. 다른 부원장을 영입한다고 해도 자네처럼 진득하게 할 사람은 없네. 내가 수차례 경험해 봤지만 자네 같이 환자가 많고 의술이 높아도 꾸준히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은 못 봤네. 보통 다른 한의사 같았으면 근처에 독립해서 개업을 했을 거야. 그것이 그리 어렵지도 않지 않은가?”
승학은 정색을 하며 말했다.
“저는 천성적으로 그런 생각이나 행동은 할 수 없는 성격입니다.”
“그거야 잘 알지. 그러니까 나는 자네를 고용했다 생각하지 않고 동업자로만 대하지 않았는가. 자네의 천품은 정직하고도 고매해서 같이 있어도 참 편안하고 행복했다네. 너무 감사하네.”
“그건 제가 드려야 할 말씀입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사부님이 소개해주신 분이라서 제가 좀 긴장했지만 나중에 같이 지내면서 제겐 사부님과 같았습니다. 제 인생에서 한의원 경영이나 처세에 대해 가장 잘 알려주신 사부님이십니다.”
“그거야 자네가 공부만 하는 학자타입이라서 내가 조금 훈수를 둔 것뿐이네.”
승학은 그에게 승학이 본 모든 환자의 차트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을 알고 미리 상세히 기록하고 이것만 보더라도 환자 상담과 치료를 할 수 있게 자세히 기록해 놓았습니다. 보시면 잘 아시게 될 겁니다. 모르시는 부분은 제가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는 승학의 준비와 책임감에 대해 깊이 감사를 전했다.
승학은 미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이주계획을 본격화했다.
승학은 유림과 아이를 데리고 한의원 계약을 하기 위해 다시 말레이시아로 갔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는 한국인들의 거주지역이 암팡과 몽키아라, 수방 등지의 지역으로 나눠져 있었다.
전통적으로 잘 알려진 한국인 거주지역은 암팡이었다. 승학은 먼저 암팡으로 갔다. 그곳은 구도시의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쿠알라룸푸르의 중심지인 부킷빈탕과는 가까웠지만 어딘지 조금 어두워 보였다.
그곳을 돌아다니다가 사부가 알려준 한국인 황사장과 통화를 하고 그를 만났다.
그는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손 원장님이 제자분이 오실 거라 해서 기다렸어요. 그런데 미국에서 사시던 분이 이곳에서 사실 수 있겠어요? 생각보다 여기가 발달된 면도 있지만 문화적으로는 좀 뒤떨어져 있어요.”
“그야 첫 번 째 왔을 때부터 느꼈습니다. 그것보다 제 관심은 여기 중국인 화교들이 얼마나 거주하고 한의학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인지입니다. 여기 온 이유가 말레이시아 약재 연구를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금백련이라는 말이 있지요. 쇠붙이가 충분히 단련되었다는 뜻이죠. 제가 손 원장님한테 전해 들은 바로는 충분히 숙련되고 많은 경험을 쌓으셨더군요. 여기 오셔도 충분히 잘하실 겁니다.”
“사부님이 저를 격려하시는 말씀이시죠. 저는 여기서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연구를 할 생각입니다. 말레이시아 자생약초 연구만 제대로 할 수 있으면 저는 아주 행복합니다.”
유림이 가만히 듣고 있다가 말했다.
“여기 중국인 화교들이 한약이나 침 치료를 좋아하나요? 그들의 교육 수준은 어떤가요?”
“그들은 말레이시아 경제 80%를 장악하고 있다는 말이 있어요. 그 정도로 부유하고 교육 수준도 아주 높아요. 그들을 현지 말레이시아인들은 오렌지라고 한다더군요. 겉은 황인종 노란색인데, 속은 백인종 흰색의 정신과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고요. 그런데도 그들은 한약이나 침치료를 아주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여기 중국인 화교는 100만 명이 넘습니다. 여긴 중의원이나 약재상도 대단히 발달되어 있어요. 중국인 화교들이 여기 말레이시아 자생약초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어 아주 좋습니다.”
그 말을 듣고 승학은 사조님의 말씀이 정확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아. 그렇군요. 말레이시아의 유명한 약초가 있나요?”
“말레이시아의 자생 약초는 대략 1300종이 있다고 들었어요. 제 친구가 여기서 통캇 알리라고 하는 유명한 약초 판매상을 해요. 한국 관광객들이 그 약초를 대단히 좋아하거든요. 정력에 좋고 운동능력이 향상된다고 찾는 사람이 아주 많다고 합니다. 그 밖에 유명한 말레이시아 약초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제가 여기 온 목적은 말레이시아 자생약초의 연구입니다. 일단 그 연구를 할 수 있다면 저한테는 최고의 적격지인 셈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연구이고 한의원 경영은 제 아내가 잘할 겁니다.”
승학이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아기를 안고 있던 유림이 진지한 표정으로 황사장에게 물었다.
“이 나라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의원의 사업적 전망은 어떠할까요?”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한국인만을 보면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국인 화교나 유럽인들을 비롯한 외국인들 대상으로 마케팅이 되면 아주 잘 될 겁니다.
그들은 침치료나 한약을 아주 좋아하거든요. 또 여기 암팡지역 말고 몽키아라나 솔라리스 지역을 가면 외국인 거주자가 많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외국인들도 한의학을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
유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잘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그들은 그와 헤어지고 나서 몽키아라로 향했다. 그곳은 최근에 막 개발하기 시작한 신도시라고 했다.
몽키아라의 햇살은 뜨겁고 공기는 덥게 느껴졌다.
승학은 열대지방을 온몸으로 느꼈다. 유림은 아기를 업고 있어 더욱더 더위를 느끼는 것 같았다. 그들은 가까운 현지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바깥 풍경을 살펴보았다.
수많은 무슬림 여성들이 히잡을 쓰고 있었다. 무슬림의 나라 말레이시아로 온 실감이 느껴졌다. 날씨는 조금 더웠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분했고 도시적이었다.
“여기는 도시개발이 잘 된 지역 같아요. 비교적 깨끗하고 사람들 표정도 밝은 것 같아요.”
유림이 느낀 점을 그대로 말했다.
“그래요. 여기 이 주변 지역은 괜찮은 것 같네요. 유림 씨 보기엔 여기서 살만한 것 같아요?”
“그럼요. 이 정도면 훌륭하죠.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데요.”
“그러면 이 근처에서 좋은 장소를 찾아보기로 하죠. 일단 부동산부터 찾아보는 것이 좋겠어요.”
유림은 잠깐 아이를 안고 있으라고 한 다음 혼자 밖으로 나갔다 왔다. 그녀는 손에 광고잡지를 들고 말했다.
“여기 한인 광고지를 보면 쉽게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우선은 한의원 있는 곳부터 찾으면 어떨까요?”
“그게 좋겠네요. 그렇게 하죠.”
그들은 그 근처 부동산 몇 군데를 돌던 중에 한국인 부동산 에이전트를 만났다.
그는 붙임성이 좋고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을 지니고 있었다. 그에게 물어보았다.
“이 근처 한의원 자리로 좋은 곳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여기 좋은 곳 많이 알고 있어요. 제가 좋은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재차로 자세히 안내하겠습니다. 가시죠?”
그는 승학 일행을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BMW를 타고 나타났다. 승학이 조금 망설이자 곁에서 유림이 좋다는 눈빛을 보냈다. 승학 일행은 그의 차를 타고 그 일대 주변을 다녔다.
여러 곳을 다녔지만 좀처럼 맘에 드는 곳이 없었다. 그중에서 조금 괜찮은 곳은 솔라리스 지역이었다.
솔라리스는 원래 정글이었지만 신도시로 개발된 지역이라고 했다. 그곳은 매우 깨끗하고 신도시 특유의 밝고 활기찬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곳을 거니는 사람들은 현지 말레이시아인보다 외국인이 많았다.
특히 한국인의 수도 많았고 유럽인이나 중국 화교들이나 일본인들도 많이 보였다. 승학은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솔라리스 지역이 마음에 들었다. 곁에서 같이 지켜보던 유림 역시 솔라리스 지역을 보고 나서 말했다.
“이곳이 참 좋겠어요. 외국인이 많으니까 왠지 안심이 돼요.”
유림이 좋다고 하자 승학은 안심이 되었다. 승학은 유림을 보며 말했다.
“당신이 좋다고 하니까, 이곳으로 결정하기로 하죠.”
승학은 그곳에서 위치가 좋은 곳을 찾아서 바로 계약을 했다. 또 주거 아파트도 근처의 솔라리스에서 찾아서 계약을 했다. 말레이시아 이주 준비를 순식간에 다 마무리 지었다.
유림은 승학이 묻기도 전에 먼저 좋다고 표현을 했다.
혹시 자신 때문에 망설이지 않을까 싶어 그렇게 배려하는 듯했다. 승학은 유림과 손을 잡고 자신들이 새롭게 살 말레이시아 땅과의 인연을 그렇게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