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어 쉽게 배우기 3.베트남어의 베이스는 한자의 표기방식인 쯔놈이다.
“베트남어에도 한자(漢字)가 있다고요?”
귀가 어두운 60대 후반의 여성환자에게 침술치료를 한 후에 베트남어에 대해 설명을 했다. 귀의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말을 잘 알아듣고 내게 그렇게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베트남어의 베이스는 한자의 표기방식인 쯔놈(字喃 / chữ Nôm)입니다. 신라시대 설총의 이두(吏讀)와 유사합니다. 이두는 한글 창제 이전 한국어를 표기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문자 표기 체계입니다. 한자의 음과 훈(訓:새김)을 빌려 한국어를 적는 방식입니다.”
“베트남어도 설총의 이두(吏讀)처럼 한자를 그런 식으로 사용한다는 뜻인가요?”
“동일하지는 않지만 유사합니다.”
“그런 말은 베트남에 산지 20년이 넘어도 처음 듣습니다. 사실인가요?”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실제 그 어떤 책이나 자료에도 그러한 언급이 없다. 단지 베트남어가 어렵다는 말만 반복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천자문(千字文)이 기본이었습니다. 여기 베트남은 삼천자문(三千字文)이 있습니다.”
그녀는 다시 한번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삼천자문(三千字文)을 배우거나 익힌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베트남어의 기본이 한자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당연합니다. 단지 예전엔 엘리트층에서만 배웠고 지금은 대학 들어가면 배웁니다.”
“그건 왜 그렇지요?”
“한국은 대학 다니는 학생을 대학생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베트남은 대학생을 생원(生員), 즉 신빈(sinh viên)이라 칭합니다. 그들은 대학생을 생원의 뜻 그대로 학문을 깊이 하는 사람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많이 들어본 말이긴 합니다. 생원(生員)이 무슨 뜻인가요?”
“생원은 조선시대 생원진사과(生員進士科), 초시(初試)에 급제한 유생을 말합니다. 초시(初試)는 조선시대 과거시험 가운데 생원, 진사를 뽑는 소과(小科) 과거시험의 1단계 시험을 의미합니다. 그 시험에서 오경사서(五經四書)에 합격한 사람을 생원, 시부(詩賦)에 합격한 사람을 진사라고 불렀습니다.”
“베트남어는 대부분 그렇게 한자 베이스로 되어 있나요?”
“약 75%가 한자(漢字) 베이스입니다. 그래서 베트남어는 배우기가 쉽습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귀가 밝아진 것을 대화를 하며 깨달았다.
“귀가 밝아졌어요. 침술로 귀를 정말로 밝게 할 수 있네요.”
“당연합니다. 귀의 이문이 열리는 이문개방증이나 귀에서 소리가 나는 이명증, 난청, 중이염까지 모두 침술치료로 고칠 수 있습니다.”
그녀는 귀도 밝아지고 베트남어에 대해서도 배웠다고 감사를 표했다.
베트남어는 한자 베이스이기 때문에 한국인에게는 쉬울 수밖에 없다. 역으로 생각하면 국제결혼을 한 베트남 새댁들의 한국어 습득이 빠른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