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온도 19. 머릿속에서 천둥이 치는 듯 울림이 있어요.
체온과 사랑의 온도를 구분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첫날은 아무런 일이 없었지만 둘째 날은 달랐다. 진성이 섬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휴화산의 폭발조짐이 서서히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돌아오는 배의 간판에서 펜션으로 가는 길에 휴화산에서 용암의 마그마가 꿈틀거림이 느껴졌다.
폭발 직전의 휴화산에서 소규모의 폭발과 연기, 용암이 끓는 것처럼 진성의 가슴속에서 열이 솟구쳤다.
어떤 뜨거운 감정이 아니라, 자신도 알 수 없는 변화였다.
서로 예상하고 기대했던 것이 아니었다. 강렬한 N극이 S극을 강렬하게 끌어당기듯 서로 말없이 초강력한 인력이 서로를 끌어가는 듯했다.
진성은 먹먹한 얼굴로 그녀 앞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그녀는 집 나간 고양이를 안 듯 이끌었고 진성은 그녀의 품 안에 있었다. 쓰나미 같은 몸의 감각이 먼저 둘을 덮쳤다. 그 순간은 빨랐고 생각을 할 시간이 없이 둘은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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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오래 갈구한 그 무엇인가가 분출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은 파르르 떨고 있었다. 감각의 도화선이 마지막 폭발 지점까지 타들어갔다.
이상하게 그녀의 눈은 물기가 젖어 있었고 진성은 전신이 감전된 듯 열화에 가득 싸여있었다. 그녀는 블랙홀처럼 진성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두 손으로 진성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안았다. 손가락 마디마디 하나하나가 춤을 추듯 진성의 머리카락 사이를 오갔다.
그 순간 진성은 아뜩하게 심연으로 떨어지는 의식의 낙하를 느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은 순식간에 악기를 연주하듯 음률을 울리기 시작했다. 가느다란 탄성과 신음에 가까운 작은 울부짖음이 서로 뒤엉켜 있었다.
“아!! 머릿속에서 천둥이 치는 듯 울림이 있어요.”
그녀가 나직하게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성은 청춘을 찾는 뱀처럼 그녀를 칭칭 감듯 끌어안고 벌떼처럼 꽃잎 깊숙이 고개를 처박고 꿀을 빨았다.
은밀하고도 달콤한 꿀과 향기, 부드러운 살결의 감각이 두 사람을 감싸 안았다. 진성은 그녀에게 속삭였다.
“내가 여기 있어요. 함께 있어요. 안심하세요.”
그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그녀의 몸이 경련하듯 떨며 전신을 울려 탄성을 냈다.
“너무 좋아요. 왜 이렇게 좋은 거죠?”
그 말을 하고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그녀가 숨을 헐떡이며 괴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숨이 답답해요. 호흡이 잘 안 돼요.”
비상상황이 발생한 것 같은 느낌이 왔지만 진성은 그녀를 찬찬히 살피며 말했다.
“천천히 호흡을 하세요. 긴장을 푸시고 몸을 늘어지게 내버려 두세요. 그대로 가만히.”
진성은 그녀의 경혈을 가만히 눌러 그녀의 기혈을 풀어주며 눈빛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잠시 진성을 바라보다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멈추지 말아요. 너무 좋아요.”
진성은 무중력상태인 것처럼 그녀의 몸에 무게를 싣지 않았다. 한참 후에 그녀가 다시 부드럽게 숨을 쉬자 진성은 그녀의 혀를 자신의 혀로 감아서 힘껏 당겼다. 여성의 혀는 심장과 연결되어 힘껏 당겨주면 맥박이 안정되고 더욱 더 강렬한 화산폭발로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강렬한 혀당김으로 인해 심장의 맥박이 튀면서 갑작스럽게 몸을 뒤틀었다.
체온이 뜨거워지며 마치 활화산처럼 타오르며 용암을 분출하듯 꿈틀거렸다.
그 순간 휴화산의 깊게 파인 불구덩이 속으로 진성의 불길이 빨려 들듯이 들어갔다.
“아, 미칠 것만 같아요.”
그녀가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휴화산이 폭발하며 활화산으로 변하고 있었다.
붉은 마그마가 그녀의 머리끝에서 분출해서 온몸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체온은 조금 달아올랐지만 사랑의 온도는 용암처럼 뜨거웠다.
그녀의 몸에서 분출된 붉은 마그마가 전신을 녹이며 진성의 몸으로 흘러들었다.
두 개의 몸을 마그마가 녹이기 시작했다.
일찍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있었다.
그녀는 악기가 되어 황홀한 음률로 울렸다.
진성의 몸에서도 그녀의 흐드러지게 아름다운 음률이 전신으로 퍼져가면서 전율이 일어났다. 진성은 순식간에 활화산의 용암 한가운데에서 타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