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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헌 Nov 21. 2024

20. 고고성처럼 터지는 울음소리

열정의 온도 20. 나는 영원히 당신만을 사랑할 거야.

그것은 섹스가 아니라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악기의 연주였다.

두 개의 몸이 하나의 영혼으로 일체화하는 몰아의 경지였다. 대개의 섹스는 짧으면 5분에서 10분에 끝내는 짝짓기였다. 술기운으로 감각이 둔해져도 길어도 20분이나 30분에 끝나는 남녀의 스포츠와 비슷한 것이었다. 그러나 악기연주는 달랐다.

여체는 바이올린이 되고 남체는 활이 되어 선율을 만들어 내는 예술의 세계였다. 시간의 경계가 없는 몰입으로 시작도 끝도 없는 영원의 한 조각이었다. 너와 나의 독립적 자아가 해체되고 우리가 되며 서로의 자기가 되는 무한의 경지였다.

그녀는 보름달 밤의 늑대울음처럼 깊고 긴 음률을 내뿜었다. 길고 긴 여운과 간절함이 묻어 있는 수컷을 부르는 울음소리였다. 어린애가 태어나듯 그녀는 여인으로 재탄생하는 달콤한 진통을 내지르고 있었다.

 

24시간 짝짓기를 하는 뱀처럼 둘은 완전히 서로를 칭칭 동여 감고 있었다.      

그들은 떨어질 수 없는 적멸의 한가운데에 둥둥 떠 있는 상태였다.  

“아. 미치겠어요. 제가 어디에 와 있는 거예요.”

그녀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의식하지 못했다. 진성은 그녀의 온몸에 자기의 혈관이 연결되어 샴쌍둥이가 된 것 같았다. 분리감이 사라지며 완전히 합체가 되어 너와 내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아!! 나도 모르겠어. 오!! 경!! 아!! 당신의 이름처럼 나는 감탄사 밖에 떠오르지 않아.”

진성은 그녀의 이름을 난생처음으로 불렀다.

그들이 열락의 한가운데를 휘젓고 있을 때 멀리서 첫새벽을 알리는 닭울음소리가 울렸다. 

    

육지로부터 이탈된 섬의 언덕 위에서 그들은 행방불명이 되었다.

휴대폰이나 현실감은 사라져 있었다. 진성과 경아는 머나먼 세상의 끄트머리에 겨우 매달려 있었다. 현실의 그 누구도 그들을 찾을 수 없는 먼 곳까지 간 것이었다.

그들은 땅속 깊이 파고들어 간 지층의 공간에서 혹은 구름 위의 창공에서 악기연주에 빠져 있었다. 아무것도 들을 수 없고 누구도 끼어들 수 없는 절대적 시공의 지점에 있었다.

그녀는 고조기와 절정기를 오가며 외마디 비명 같은 열락의 외침을 토했다.

진성은 그녀의 깊숙한 곳에서 수많은 꽃잎들이 벌렁벌렁 거리며 자신을 조여 오는 것을 느꼈다. 꽃잎 속 천 개의 빨래주름 같은 살결이 벌렁거림이 되어 쪼여왔다. 

그들은 온몸의 일곱 개 차크라를 열고 무아지경에 이르러 우주의식을 느꼈다. 우주가 열렸다.  쾌적과 쾌감, 쾌락, 희열, 환희, 환락, 환상의 일곱 가지 감정이 일곱 색깔 무지개처럼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진성은 그녀에게서 빛과 영원의 안식처가 있음을 새롭게 발견했다. 

태어나서 이처럼 절대적 행복과 안식, 영원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전에 스쳐간 인연과 그녀는 달랐다. 그녀는 절대적 필연이었다. 그토록 찾았던 자기 영혼 반쪽의 퍼즐을 맞춘 느낌이었다. 

그는 너무나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이제 온 거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진작에 와 있었어요. 왜 나를 못 알아본 거예요.”

그녀는 이슬 가득히 젖은 눈빛과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진성은 가슴이 터질 것 같은 희열과 슬픔, 지난 기다림의 고통이 한꺼번에 소용돌이치는 것을 느꼈다.  거센 파장과 물결들이 진성과 그녀를 오가며 일체화되어 갔다.      


“나는 당신에게만 내 신을 벗을 거야.”

진성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정말, 그렇게 하실 거죠?”

그 한마디는 수많은 언어를 함축하고 있었다. 진성은 수많은 생각들과 감정들의 틈바구니에서 오직 한마디의 언어를 꺼내어 말했다.

“나는 영원히 당신만을 사랑할 거야. 오!! 나의 소울 메이트 영원히 사랑해.”

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키고 호흡을 고르려고 했다. 

하지만 전신의 세포들이 춤추며 전율이 일어나며 터지는 길고 긴 울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마침내 그녀는 폭죽처럼 커다란 고고성의 울음을 터뜨리며 재탄생을 알렸다.  진성은 샴쌍둥이처럼 그녀의 느낌을 동체가 된 상태를 실감했다. 그 순간 작은 깨달음이 일어났다. 

만물여아일체(萬物與我一體 )였다. 

세상의 모든 것과 나 또한 한 몸이 되었으며 그녀와 자신도 한 몸이 된 것을 느꼈다.  우주와 초록지구별, 너와 내가 하나가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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