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죽음의 그림자와 생명의 빛

암선고의 고통 1. 신의 멱살을 잡고 마구 흔들고 싶었다.

by 백승헌


어느 나른한 오후에 찬홍의 세계는 암흑이 되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혹한 감정이 검은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갑자기 세상의 종말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목이 메고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호흡이 막히고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죽음의 그림자는 공포스러웠다. 그의 일상을 지배하는 가치들이 순식간에 파괴되고 있었다. 찬홍은 겨우 몸을 추스르고 병원에서 걸어 나왔다.

마땅히 갈 곳도 없었고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 주변은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어 어디를 보아도 차가운 아스팔트처럼 느껴졌다.


찬홍은 하늘을 향해 나직하게 외쳤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요?’

‘왜 하필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나요?’

암선고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마음이 아프고 몸이 신음하는 것 같았다.

신의 멱살을 잡고 마구 흔들고 싶었다. 따지고 원망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어디를 둘러봐도 신은 없었다. 단지 하얀 가운을 입은 신 같은 인간의 목소리만 귓가에 남아 있었다.

“폐암입니다. 예후가 좋지 않은 비소세포암이라서 빨리 치료를 하셔야 합니다.”

그 한마디는 바로 죽음의 선고였다.


암은 가족력이 있었다.

삼촌이 폐암으로 고모는 유방암으로 투병을 하다가 별이 된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삼촌은 그의 집 가까이 살고 있었다. 찬홍은 동갑내기 사촌과 친해서 자주 그 집을 다녀서 그 과정을 다 보았다.

참혹했으며 보는 것만으로 고통스러웠다. 오죽했으면 그 병명 자체가 트라우마가 되었다.

그런데 그 병이 내게 왔다니 말문이 막혔다.

소리 없는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그 절절한 순간 하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마흔이 다 되어서 만난 한유경이었다. 그는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마흔이 되는 내년에 결혼을 하고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갈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그 달콤한 꿈이 산산조각이 난 것이었다.

“지금 당장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매우 위험한 상황입니다.”


찬홍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점점 호흡이 가빠오고 식사를 할 수가 없었다.

목이 막힌 듯이 음식이 들어가지 않았다. 소화도 되지 않았으며 극심한 피로를 느꼈다.

그러나 한편으로 치료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했다.

삼촌은 6개월을 못 버티고 떠났다. 그 깡마르고 절망적인 눈빛이 오버랩되었다. 삶의 빛은 희미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어두운 죽음의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오는 것 같았다. 소름이 끼쳤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 수가 없었다.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찬홍이 말했다.

“치료를 하면 얼마나 더 살 수 있나요?”

하얀 가운의 신과 같은 의사는 눈빛을 벽 한편으로 돌리며 말했다.

“현재로선 정확하게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그는 몇 마디 더 덧붙이려고 하다가 침묵을 지켰다. 찬홍은 그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암흑 속에서 갑자기 생명의 빛을 찾고 싶었다. 어느 순간 불쑥 떠오른 그녀와 함께 살고 싶다는 간절한 염원이 떠오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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