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안실의 냉동인간 6. 죽어도 산속에서 자연인으로 남아 별이 될 거야.
찬홍은 비록 마음 한편은 암흑이었지만 빛을 보았다.
그녀가 구원의 빛이었다. 한 순간, 절망의 끄트머리에서 희망의 길을 찾은 듯했다.
다른 선택은 할 수 없었다. 다시는 그 병원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찬홍은 그녀를 보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절대로 병원 영안실의 냉동인간이 되고 싶지 않아. 나는 반드시 자기와 함께 돌아올 거야. 죽어도 산속에서 자연인으로 남아 별이 될 거야. 고마워. 자기가 내 안에 잠들어 있는 자의식을 일깨웠어.”
“그래요. 걱정 말아요. 자기가 별이 되면 나 역시 별이 될 거예요. 외롭게 그 먼 길을 혼자가게 하지 않을게요. 우리의 생은 아무리 찬란해도 일회성이잖아요. 나는 끝까지 자기와 함께 할 거예요.”
그녀의 진심이 느껴졌다.
유경은 아름답고 열정적이며 지적이었다. 원래 피아노를 전공하고 싶어 했지만 한의사 집안의 전통을 이어야만 했다. 유경의 오빠는 컴퓨터 그래픽을 전공하며 완강히 한의사의 길을 거부했다. 집안의 가업을 위해 유경은 한의대를 진학했다.
그녀는 한의대를 다니면서도 여러 개인적 취향에 심취했다. 주변에 수많은 남성들이 그녀를 따랐지만 이성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조용하면서도 언제나 어둠을 밝히는 등불처럼 빛이 났다. 어디를 가도 그녀는 자기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녀만의 온화하고 빛이 나는 분위기가 그랬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밝았고 튀지 않으면서도 귀티가 흘렀다. 특이한 스팩트럼이 발산되었다.
찬홍은 그녀를 UFO 동호회에서 만났다.
그들은 처음 만난 날부터 아담 스키의 UFO 동승기와 목격기에 대해 대화를 했다. 찬홍은 자신을 외계인이라 소개했다. 고향별 안드로메다 17 성좌에서 지구별 학교로 왔다고 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유경은 그의 말을 믿었다. 또 그녀 역시 그 별에서 왔다고 생각했다.
그들을 이어주는 끈은 특이하게도 외계문명이었다. 찬홍이 어떤 괴상한 말을 해도 유경은 그의 말을 믿고 흥미로워했다. 사실상 그들은 주파수가 통했다.
유경은 찬홍을 맞춰주는 것이 아니었다. 정신세계가 극히 유사했으며 동류의식이 흐르고 있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9년간 그들은 친했지만 서로가 바빴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사귀고 결혼을 약속한 것은 2년 전이었다.
결혼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이런 일이 생긴 것이었다.
유경은 깊은 생각에 잠긴 찬홍을 지켜보다가 말했다.
“이제 시간이 없어요. 앞으로 7일 내로 모든 것을 정리하세요. 힘들면 제가 도울게요.”
“아니야. 모든 것을 버리거나 주거나 승계하도록 할 거야.”
찬홍은 7일이 채 되기도 전에 모든 정리를 했다.
그는 형제와 다름없는 친구 대성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그는 친구의 암선고에 충격을 받았지만 눈물을 삼키며 정리를 했다. 그는 찬홍의 손을 잡고 말했다.
“여기의 정리는 내가 다 할 테니까 걱정 말고 떠나. 꼭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야 해. 그것이 나의 소망이야. 어떤 상황에도 잘 이겨내야 해.”
그는 언제나 찬홍을 지켜보는 친구였다. 그와의 우정이 새삼 확인이 되었다.
찬홍은 이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여인과 뜨거운 우정의 친구가 곁에 있었다. 찬홍은 부모형제들에게는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고 말했다. 그렇게 모든 정리가 되고 난 후에 찬홍은 유경과 함께 산으로 향했다.
친구 대성이 데려 주겠다고 했지만 극구 사양하고 택시를 불렀다.
차가 서울을 떠나 강원도로 향했다. 찬홍은 구태여 목적지를 묻지 않았다.
유경이 모든 준비를 했기 때문이었다.
가는 차 안에서 둘은 손을 잡고 각기 다른 창밖을 바라보았다. 산속은 삶과 죽음의 벼랑길이 될 터였다. 언제 돌아올지 기약 없이 떠나는 길이었다.
어쩌면 자연인이 되어 텁수룩한 수염을 자랑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가혹한 암세포의 분열이 가속화되면 싸늘한 시선이 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