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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현대의학에는 없는 체증의 병명

체증의 첫단계 기체 2. 기분이 나쁜 상태가 식체를 유발한다.

by 백승헌

한국인에게 체증은 흔한 일상어이다.

다혈질의 감정과 기분 문화로 인해 체증이 잘 일어난다. '체했어.'라는 말이 흔하고 그만큼 환자들도 많다. 증세가 심한 경우, 단시간에 많은 고통을 받는다.

“10년 먹은 체증이 내려간다.”

이 말은 체증이 흔하지만 치료하기 어려운지를 나타낸다. 간절한 소망이 이뤄지거나 시원한 복수가 실현되면 그런 표현을 쓴다.

체증이 얼마나 잘 내려가지 않으면 그런 일이 있어야 내려갈까?

사실은 그 정도로 힘든 질병이다. 심한 급성체증의 경우, 급사하거나 반죽음 상태로 실려오기도 한다. 자주 체증에 노출되는 환자들은 그 위험성을 잘 안다.


그러나 현대의학에는 질병이 아닌 증상으로 분류한다.

특별한 원인 없이 소화불량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 다른 병명이 부여된다. 체증이라는 병명은 없다. 단지 기능성 위장 장애(기능성 소화불량)로 진단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신경성으로 분류된다. 심한 증세는 자율신경실조증으로 진단이 된다.

이 증세에 대한 현대의학의 관점은 객관적인 근거나 과학적 유의성이 없다. 실험적 데이터도 없고 뚜렷한 연구도 없다. 현대의학으로서는 체증이라는 증세를 표현하는 영어식의 단어가 없다. 특히 급체는 전혀 생소한 증세로 간주한다. 영어단어에서는 indigestion, dyspepsia이다. 이 두 개의 단어는 스펠링은 달라도 소화불량이라는 뜻은 같다.


환자의 상태가 심각해서 병원에 가서 급체라고 하면 이해를 못한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증세를 들어봤지만 현대의학으로는 병명도 없고 구체적인 치료법도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급체는 엄지손가락을 따거나 배 마사지를 하면 빠르게 증상이 소실된다. 또 대개 3일에서 7일 사이는 저절로 낫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것은 낫는 것이 아니라 잠복체증이 되어 다시 나타난다. 병원에서 진단을 해도 체증을 잘 모르는 이유가 있다. 체증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게릴라 같은 특성 때문이다.

그러나 바람이 보이지 않아도 실체가 있는 것처럼 체증은 뚜렷한 병이다.


한의학에서는 체증이라는 병명이 있다.

일부에는 담적(痰積)이라는 병명을 부여하지만 그건 합당치 않다. 실증적 근거에 관한 논란거리가 많기도 하거니와 전통적 체증이 정확하기 때문이다.

체증의 증세는 극히 다양하다.

체증의 첫 단계는 기체다. “기가 막힌 일” “기분 저하” 등이 문제다. 기분이 나쁜 상태가 체증을 유발한다. 그러므로 모든 체증은 기력저하와 활동력 저하가 수반된다.

그 밖의 증세는 두통과 어지럼증, 메스꺼움, 구토 등이다. 증세가 심해지면 몸살이나 복통, 근육통, 오한 등이 발생한다. 극심한 경우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다.

이러한 증상들은 간과 심장, 비위 등 내부장기의 기능저하로 나타난다.


나는 많은 체증과 만성체증환자를 만났다.

서양인들을 비롯하여 아프리칸도 체증 환자가 많았다. 그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호전이 안되어서 오는 경우가 많았다. 급체(급성체증)의 경우는 침술치료가 매우 빠르고 주효하다. 명치부위가 딱 막힌 증세는 민간요법인 엄지손가락 소상혈을 따주면 바로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식도와 위장이 심하게 막힌 만성체증은 침술치료와 더불어 한약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하부식도의 분문괄약근과 위장 하부의 유문괄약근의 만성적 기능저하를 회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체증은 다른 어떤 치료보다 침술치료와 한약치료가 주효하다. 정확한 원인을 알면 다시 재발하지 않는 뿌리 치료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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