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치료의 전쟁 19. 타깃이 정확해야 공격이 적중되며 승리할 수 있다.
“적취증이라는 것이 뭔가요?”
만성체증을 위한 복진을 하면 배꼽 주변의 적취증을 확인한다. 심한 뱃속 덩어리인 적취증을 말해주면 대부분 그렇게 질문한다.
일반환자들은 대부분 모른다는 뜻이다. 그러나 적취증은 흔하디 흔한 증상이다.
만성체증을 오래 앓아온 환자는 대부분 다 적취증이 있다.
적취증을 현대의학으로 표현하면 섬뜩하다.
그것은 종양에 해당하는 병의 일종이다. 적취는 양성종양이나 암등을 모두 포함하는 무서운 개념이다. 얼마나 무서운 증세인가?
뱃속에 뭔가 만져진다는 것을 대부분의 환자들은 안다.
자신의 배를 만지면 뱃속 덩어리 적취가 만져지기 때문이다.
적취증은 뱃속이나 가슴 옆구리 등의 결괴(結塊 - 뭉쳐진 덩어리)이다.
조그만 덩어리에서 크게는 탁구공만큼 큰 것도 있다. 이 적취가 있으면 항상 배가 더부룩하거나 아픈 병증이 있다. 소화불량과 과민성대장 증후군, 변비증 등 온갖 병증이 따라다닌다.
적취증은 크게 적(積)과 취(聚)로 나눠진다.
적(積)은 덩어리가 옮겨 다니는 상태이다. 덩어리가 만져졌다가 없어지기도 한다.
취(聚)는 덩어리가 국소부위에 고정되어 있는 상태이다. 적(積)이 더 심해진 상태이다.
이 두 개의 병증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혼재한다.
적과 취가 서로 공존하기 때문에 적취증이라고 한다.
적취증의 원인에 따른 분류
1. 생긴 부위나 오장에 따라서 분류한다.
오장 : 간적, 심적, 비적, 폐적, 신적이 있다.
2. 음식에 의해 생겨난 것을 분류한다.
음식 : 주적(술), 면적(밀가루), 육적(고기), 어해적(생선), 과채적(과일과 채소), 다적(차), 수적(물), 충적(기생충)이 있다.
3. 특정한 발생 원인에 따라 분류한다.
원인 : 기적(스트레스), 식적(음식), 담적(담음), 혈적(어혈)이 있다.
4. 몸과 마음의 내상에 따라 분류한다.
내상: 노심상(勞心傷) 과도한 걱정과 스트레스, 노권상(勞倦傷) 과로, 음식상(飮食傷)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 방로상(房勞傷) 방탕한 성생활.
♥ 적취증의 임상사례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 되고 늘 몸이 찌푸딩합니다. 왜 이런가요?”
40대 후반의 남성 N 씨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는 눈밑의 다크서클이 심해서 너구리 같은 형상이었다. 눈은 침침한 듯 자주 깜박였고 피부가 거칠고 투박했다. 그를 복진하며 말했다.
“배꼽 주변에 적취가 참 많습니다. 이 정도면 생활하기에도 힘이 드실 겁니다.”
“맞습니다. 저도 배꼽 주변에 뭔가 덩어리가 느껴져서 늘 기분이 찜찜합니다. 이것이 적취라는 건가요?”
“예, 그렇습니다. 적취는 1단계로 스트레스로 기(氣)가 울체 됩니다. 2단계로 순환불순이 되며 붓습니다. 3단계는 몸에 노폐물(담음, 어혈)이 쌓입니다. 4단계는 노폐물들이 결합되면서 몸에 덩어리(적취)가 생깁니다. 이 정도까지 된 것을 보면 그간 고충이 많으셨을 겁니다.”
그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한탄하듯 말했다.
“아. 그렇습니까? 제가 사업이 망한 이후로 큰 고통을 겪은 것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그는 사업실패 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납품업체를 운영하며 특정 회사를 믿은 것이 큰 실책이었다고 토로했다. 평소의 신용을 믿고 무리하게 납품을 해주었지만 그 회사가 부도가 났다고 했다.
“사업은 다시 일으켜 세우시면 됩니다. 하지만 몸은 치료시기를 놓치면 다시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지금의 증세는 목숨까지 위협하는 무서운 병입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정도로 무서운 병인 줄은 몰랐습니다. 치료를 하겠습니다.”
나는 만성체증 치료를 하며 수많은 적취증을 뿌리 뽑았다. 그 이유는 어떤 병증이든 원인을 알고 치료원리가 정확하면 완치가 되기 때문이었다.
적취증은 현대의학적으로 보면 암에 해당되는 병증이다.
한의학적으로도 마찬가지로 암의 전조병증이다. 조선시대 의서에는 적취증을 난치병으로 규정했다. 치료하지 않고 만성화되면 암으로 변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적취증의 기저질환은 만성체증이므로 치료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만약 원인을 모른다면 적취증은 난치병이 될 수밖에 없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질병 치료의 전쟁에서는 타깃이 정확해야 공격이 적중되어서 승리를 할 수 있다. 적취증 치료는 정기를 보강하거나 병의 사기를 공격할지 혹은 동시에 진행할지를 알아야 한다.
N 씨는 만성체증 치료를 통해 적취증의 뿌리를 뽑았다.
그의 배꼽 주변에 포진되어 있는 5개의 적취를 모조리 제거했다. 음식관리와 침술치료, 적취증의 특효제 들이 집중치료를 한 것이 주효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