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마음을 어루만지는 침향서재

침향서재의 공간 22. 마음이 아픈 환자에게 주어지는 휴식의 공간이었다.

by 백승헌

침향서재는 한의원과 연결된 공간이었다.

침술이나 한약의 부담없이 차를 마시거나 책을 보며 편안하게 치료받는 특별구역이었다. 신규환자나 중병환자는 해당되지 않았다.

마음이 아픈 환자에게 주어지는 휴식의 공간이었다. 심인성질환이나 심한 스트레스의 환자는 특별한 위로와 치유를 받을 수 있게 설계되었다.

침향서재의 내부 공사가 거의 마무리되어갈 즈음.

수진은 어느 날 고백처럼 말했다.

“우린 생각보다 다르게 살아왔어요.

당신은 늘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고,

나는 늘 사람에게서 도망쳤거든요.”


승윤은 조용히 답했다.

“그래서 우리가 만난 거예요.

당신이 도망친 그 자리에서, 내가 손을 내밀었고,

당신이 그 손을 잡아줬죠.”

수진은 미소 지었다.

“우리 이렇게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요?”

“살아간다는 건, 매일 그 물음을 다시 묻고 또 대답하는 거겠죠.”

그날 밤, 둘은 침향의 집 마당에 작은 화로를 놓고 앉아, 서로의 손을 마주 보며 찻잔을 들었다.

세상은 조용했고, 그들 사이엔 아무 말 없이 흐르는 따뜻한 신뢰가 있었다.


침향서재가 드디어 문을 열었다.

첫 번째 손님은 중년 여성으로, 만성 두통과 불면을 호소했다.

수진은 그녀에게 조용히 침향차를 내주고, 자신이 쓴 글 중 한 구절을 읽어주었다.

“몸이 아프다는 건, 마음이 긴급 구조 신호를 보낸 거예요.

그 마음을 먼저 안아주세요.”

여성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홧병을 안고 있었다.

그 누구에게도 말못할 부부간의 문제였다. 수진은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그녀가 조금씩 흐느끼자 수진은 자리를 비웠다.

그곳은 치열한 치료의 현장이 아니라 휴식과 정화가 되는 절대공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침향의 향기를 맡으며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혼자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안정이 되면 가까이 있는 책을 보고 음악을 들으며 자가 치유를 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수진이 승윤에게 알려주었다.

승윤은 서재 안 침상에서 조심스레 침을 놓았다.

수진은 조용히 지켜보았다.

침은 살에 닿았지만, 그 어떤 말보다 부드럽게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그 순간 수진은 깨달았다.

'우리의 사랑도 이와 같아야 한다. 상처에 섣불리 반응하지 않고, 조용히 기다리며,

가장 깊은 곳에 닿을 때까지 꾸준히 손을 내미는 것.'

그녀는 승윤을 생각하며 그도 같은 생각을 하는지가 궁금해졌다. 사랑하는 두 사람은 떨어져 있어도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승윤은 환자를 돌보고 치료하는 일에 바쁜 듯 보였다.

수진은 멀찍이서 그를 지켜보았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전신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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