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적 회복 21. 더 이상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의미였다
완전한 회복이 되었다고 말하기엔 이르지만, 그는 더 이상 병원에 가지 않았다.
자연의 시간에 따라 생을 되돌려 받은 사람이었다.
5개월 후, 서울의 병원에선 “기적적 회복”이라는 단어가 적힌 진단서가 발급되었다. 더 이상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였다.
수진은 한 시름을 놓았다. 그러나 그녀에게 있어 승윤과의 사랑이 산처럼 버티고 있었다. 그녀는 그 문제를 빙돌려서 말했다.
“우린 언제든 혼자일 수 있지만, 혼자이기만 한 적은 없었어요.”
승윤은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우리, 계속 살아봐요. 함께 살아가다 보면 서로의 소중한 빛을 보게 될 겁니다.”
그들은 서로의 삶에 스며들어, 병을 이기고 사람을 회복하는 길을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헤어져 지내보니 알겠어요. 우린 언제든 혼자일 수 있지만, 혼자이기만 한 적은 없었어요.”
승윤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우리 계속 서로의 눈 속에 둥지를 틀고 살아가야 해요. 제 영혼은 당신의 눈 속에 둥지를 짓고 살아갈 겁니다. 그것이 운명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습니다. 함께 흘러가면서 그리고 그 시간들을 글과 침으로 남기면서.”
수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그날 밤, 오래된 나무 상자에서 침향 조각 하나를 꺼내 불을 붙였다.
연기는 천천히 올라와 집 안 가득 퍼졌다.
그 향은 익숙하고, 깊고, 오래도록 남았다.
마치 두 사람이 만들어가고 있는 사랑처럼. 겨울의 초입, 두 사람은 이불속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수진은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승윤은 『몸은 기억한다』를 읽고 있었다.
그때 승윤이 조용히 물었다.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수진은 책장을 넘기던 손을 멈췄다.
“사실 그 단어가 무거워요. 한 번은 나 같은 사람은 결혼하면 안 되는 줄 알았거든요. 늘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정적이며 다른 사람과 침대를 같이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요? 나 같은 사람이라니?”
“감정적으로 불안정하고, 몸이 자주 아프고… 늘 짐이 되기 쉬운 사람.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누군가의 짐이 되기 싫어요. 내가 누군가의 짐짝이 되는 것만큼 비참한 일은 없잖아요."
승윤은 책을 내려놓고 수진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런 사람은 없어요. 그렇게 생각할 뿐이죠. 우리 두 사람은 이미 함께 하고 있고 서로 영혼의 의지를 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은 절대 안돼요. 오직 당신만이 내 영혼의 반려자입니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말했다.
"우리 모두는 어느 시점에선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어느 순간엔 기대는 사람이 되는 거죠. 결혼이라는 건 그 ‘흐름을 받아들이는 용기’ 아닐까요?”
수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같이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승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꺼냈다.
“우리 둘이 함께 ‘치유 서재’를 만들어볼까요?
사람들이 와서 쉬고, 책을 읽고, 조용히 몸을 돌보는 공간.
작은 상담실도 있고, 간단한 한방차도 내주고…”
수진의 눈이 반짝였다.
“글이 치료가 되고, 차가 진정이 되고, 당신의 침이 회복이 되는 공간…
좋아요. 이름은 ‘침향서재’ 어때요?”
“좋네요. 그럼 그게 우리 첫 공동 프로젝트이자, 우리 삶의 중심이 되겠네요.”
두 사람은 그날 밤, 작은 손수건에 ‘침향서재’라는 이름을 자수로 새겼다.
서툰 글씨였지만, 그 안에는 둘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들의 감정이 사랑이 되고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삶을 선택하고 있었다. 그것은 한 사람의 마음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일치되어 그 일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