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의 소멸원리 20.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정상세포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정기검진에서 암세포 수치가 급격히 낮아졌다.
종양은 반 이상 줄었으며 간 기능도 정상을 회복했다. 무엇보다 환자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는 더 이상 60대 암환자의 표정이 아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보니파시오의 공원을 산책하며 맑은 공기를 마셨다. 그는 필리핀에 이렇게 쾌적한 도시가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구 도심지인 마카티에 출장차 한 번씩 온 경험에 비춰보면 놀랍다고 했다.
그는 승윤을 볼 때마다 감사의 표현을 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간 잊고 살았던 것을 여기 치료를 받으며 많이 기억해 냈습니다. 요즘엔 살고 싶다는 감정이 많이 일어납니다. 아니…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죽음의 경계선에서 겨우 깨달았어요.”
“어르신, 이제 거의 나으셨습니다. 이제 밝은 삶의 빛 속에서 살아가세요.”
“그래야죠. 수진에게 엄하게 대했던 일을 많이 반성하고 사과했어요. 사랑의 표현이 잘못된 것을 알았어요. 너무나 감사해요.”
수진은 멀찍이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나중에 수진은 조용히 승윤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정말 감사해요. 처음엔 저를 살리시고 이번엔 아빠를 살리셨어요. 아빠의 참 사랑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어쩌면 아빠의 엄한 가르침이 사랑인 것을 제가 오해했었나 봐요. 이 모든 것은 선생님이 제게 주신 선물이에요.”
그녀는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치료를 시작한 후 잠시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했던 승윤이 비로소 안도를 했다.
암치료를 할 때마다 느끼는 긴장감이 조금은 느슨해졌다.
수진의 사랑이 자신을 지켜준다는 느낌이 천군만마처럼 힘이 된 것이었다.
치료 4개월 차는 정상세포의 전환이 많이 된 상태였다.
암세포의 소멸은 죽이는 것이 아니었다. 세포분열을 통해 서서히 정상세포로 전환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전신의 세포들은 새롭게 깨어나며 춤을 추는 것이었다.
앞으로의 과제는 체력 강화와 후유증 예방이 관건이었다.
매일 새벽 환자는 보니파시오와 하이스트리트, 엎 타운까지를 열심히 걸었다. 또 침술치료와 한약복용을 꾸준히 했다. 식사요법은 영양성분 위주로 해서 체중은 점차 정상으로 돌아왔다.
기력을 회복하면서 환자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식탁에서 수진의 아빠가 수진을 보며 말했다.
“나, 다시 붓을 잡아볼까 해. 살아 있는 시간 동안 하고 싶었것은 모조리 다 할 거야. 이제 가족여행도 다니고그간 네게 못해주었던 것도 해주고 싶어.”
수진은 그 말에 울컥했다.
자신이 기억하던 강직하고 고요한 아버지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제는 인간미가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진짜로 살아 있는 삶을 꿈꾸고 삶을 향한 강한 의지를 가진 존재가 느껴졌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도 용기이기 때문이었다.
수진의 어머니는 부녀간의 대화를 들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고 즐거워했다. 강직하고 일밖에 모르던 남편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겠다는 말이 너무나 기쁘게 여겨졌다.
수진의 어머니는 승윤을 사윗감으로 보고 있었다.
남편을 정성스럽게 치료하는 그의 참모습을 보고 안심했다. 무남독녀로 키운 수진을 지켜줄 든든한 힘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수진에게 말했다.
“정말 그 사람 괜찮은 거 같아. 난 적극 너희들 사랑을 지지해. 결혼을 한다면 백번 찬성이야. 세상에 이런 귀한 인연이 어딨 어?”
“엄마, 내가 예전에 좋은 사람 만났다고 했을 때는 심드렁했잖아.”
“그땐 네가 과장한 거라 생각했어. 한데 너의 아빠 살리는 것을 보고 감동했어.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해.”
수진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내가 언제든 결혼해도 괜찮은 거야?"
"당연하지. 아빠도 그 사람과의 결혼이라면 찬성이라고 했어."
수진은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명품은 누가 봐도 좋듯 좋은 사람은 누가 보아도 좋은 것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그를 생각하면 함께한 모든 시간이 아름답게 파노라마 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