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절대적이고 필연적인 선택

고통의 회복 23. 끝이 있는 여행이 아니고 의지가 작용하는 항해입니다.

by 백승헌

수진은 한 문학잡지사의 추천으로 『기억의 온도』라는 산문집으로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낭독회와 독자와의 만남 자리가 준비되었다. 수진은 오랜만에 큰 무대 앞에 섰다.

떨리는 손으로 그녀는 마지막 장을 읽었다.


“고통의 회복은 정해진 끝이 있는 여행이 아니고 자신의 의지가 작용하는 항해입니다. 지금 이 순간도, 나는 다시 아프고 다시 치유받습니다. 나를 치유한 힘은 사랑이었습니다.

그리고 내 곁엔 언제나 그를 닮은 침향의 향기가 머물고 있습니다.”


행사가 끝난 뒤, 한 독자가 조용히 다가왔다.

“선생님 글 덕분에 병원을 가지 않고 버텼어요.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수진은 순간 울컥했다. 이것이 자신이 고통을 받으며 깨닫고 책으로 나눠진 진실이구나. 그리고 살아가야 할 이유이기도 하구나 하고 느꼈다.


침향서재는 더는 ‘한의원’도, ‘북카페’도 아니었다.

그것은 ‘삶의 온도’를 나누는 공간이었다. 누군가는 이곳에 와서 차를 마시고,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책장을 펼쳐보다가 자신을 마주했다.

수진은 주 1회 ‘감정 글쓰기’ 소모임을 열었고, 승윤은 매주 금요일 ‘침향 명상치료’를 진행했다.

어느 날, 한 방문자가 적어둔 방명록을 하경이 읽었다.

“이곳에 오면 삶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느낍니다.”

그녀는 승윤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우리, 정말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승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멀었지만, 방향은 맞는 것 같아요.”


그날 침향서재에는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책을 읽고, 약한 몸을 앉히고, 향기 속에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두 사람이 있었다. 침향서재의 벽에는 몇 권의 책이 놓여 있었다.

그 책들은 수진이 직접 쓴 글들과 승윤이 비치한 마음의 치유와 명상에 관한 책들이었다.

그들 각각의 생각과 감정이 그대로 담긴 그 책들은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었다.

수진은 그 책을 넘기며 조용히 말했다.

“모든 것이 흐르고 있어요. 시간이 흘러가고, 사람도 흘러가고… 우리는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죠.”

승윤은 창밖을 보며 대답했다.

“그 흐름 속에서 만났으니, 우리는 이미 서로에게 깊게 닿은 것 같아요.”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 앉아, 서로의 존재가 얼마나 자연스럽고 소중한지를 느꼈다.

침향의 향기처럼, 그들의 삶은 어느새 서로의 일상 깊숙한 곳으로 스며들었다.


어느 따뜻한 봄날, 승윤은 수진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결혼을 하고 싶어요. 이 생에서는 오직 당신과 함께 하고 싶어요.”

수진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눈을 감았다. 그녀의 눈앞에 떠오른 것은 도윤과 함께 보낸 모든 날들이었다.

그 모든 순간이, 그녀를 치료해 준 것이었고, 동시에 그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일상이었다.

“결혼, 그건 단순한 법적인 계약이 아니에요. 우리는 이미 서로를 하나로 만들어가고 있잖아요. 내가 만약 결혼을 한다면 그건 오직 당신밖에 없을 거예요. 그건 절대적이고 필연적인 선택인 거죠.”

그녀는 단순한 승낙이 아니라 절대 필연을 강조했다. 승윤은 미소를 지으며 하경의 손을 꽉 쥐었다.

“그럼, 이제 둘이 함께 걸어가는 길을 더 확실히 시작해 볼까요?”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손끝에서 전해지는 따스함을 느꼈다.

그것이 바로 그들의 결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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