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訟(송): 돈을 지키는 분쟁의 기술

돈의 분쟁 7. 감정의 싸움이 아니라 시스템의 전쟁이다.

by 백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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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머무는 곳에는 반드시 이해관계가 생긴다

송괘(訟)는 분쟁의 괘다. ‘言(말씀 언)’과 ‘公(공정할 공)’이 결합된 이 괘는 말로 다툼이 발생하고, 그것이 공적 판단을 필요로 하는 상황을 뜻한다. 돈이 오가는 모든 곳에는 약속이 있고, 그 약속이 어겨졌을 때 분쟁이 생긴다. 자산의 크기가 커질수록, 이해관계자는 늘고, 책임과 리스크 또한 확대된다. 실제 부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산을 어떻게 불리느냐보다, 어떻게 지키느냐에 있다. 투자 계약, 부동산 임대, 주식 거래, 가업 승계 등 어느 것 하나도 법적 분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송괘는 단순히 싸움을 피하라는 메시지를 넘어서, 불가피한 다툼 속에서도 자신을 보호하는 지혜를 전한다. 송괘는 “처음은 곧지만 끝은 어그러진다”라고 한다. 시작은 좋았으나 끝이 좋지 않을 수 있는 모든 인간관계와 금전 문제에 경고의 괘이다.


계약, 말보다 문서가 돈을 지킨다

재테크 초보자였던 30대 직장인 Y 씨는 친구의 소개로 부동산 투자 모임에 가입해 경매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구두 계약으로 수익 배분을 약속받고 1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수익금 정산이 누락되었다. 뒤늦게 법률 자문을 구했지만 문서 계약이 없다는 이유로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두통에 시달리며 필자를 찾아왔다. 그가 뽑은 괘가 송괘였다. “포기를 하고 학습의 기회였다고 생각하세요.” 그는 수긍했다. 투자 권유를 하던 친구도 똑 같이 손해를 본 입장이라 누구도 원망할 수가 없었다. 송괘는 이러한 상황을 예지 한다. 계약은 말이 아닌 서면으로 증명해야 하며, 서로의 책임과 권리를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 송괘가 말하는 ‘송’은 단순한 말다툼이 아니다. 법적 해결이 필요한 상태까지 이른 충돌을 의미한다. 현대 사회에서 송괘는 '계약은 보험'이라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계약은 분쟁을 방지하는 최선의 수단이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스스로를 지키는 무기다.


법적 분쟁, 감정보다 절차가 먼저다

나는 무슨 결정을 할 때 송괘가 나오면 무조건 그 자리에서 멈춘다. 분쟁이 일어나는 요소가 반드시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교하게 계약서를 잘 작성해도 상대가 작정하고 덤벼들면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살이다. 송괘는 잘 경계하면 돈과 사업을 지킬 수 있지만 무리하게 덤벼들면 모든 것을 날릴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분쟁이 일어나면 감정에 휘둘려 대응하지만, 송괘는 냉정한 절차와 명확한 증거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특히 분쟁의 초기 단계에서는 화해와 조정의 여지가 있지만, 법정에 이르기 전까지 신속하게 대응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따르는 것이 핵심이다. 송괘는 정면충돌보다는 중재와 조정, 협상이라는 통로를 먼저 찾으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처음은 곧지만 끝은 어그러진다’는 괘사의 말처럼, 결국 쌍방이 상처를 입게 된다.


재산보호, 싸우지 않아도 이기는 길

송괘에 휘말린 경우에 고통을 겪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 실제 상담 사례 중, 한 60대 노부부는 자녀에게 아파트 명의를 넘긴 뒤 되찾지 못해 곤란을 겪었다. 사전 증여 계약서에 거주권과 되물림 조항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는 난감하다. 아무리 부모자식 간이라도 해도 돈 관계는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법적 해결 대신, 가족 협의와 조정을 통한 분쟁 최소화를 도왔다. 자녀도 부모의 처지를 이해하며 소유권 일부를 되돌렸다. 송괘는 싸우지 않아도 이기는 길, 즉 예방이 최선임을 강조한다. 이는 ‘상대의 신의를 믿되, 증거를 남기라’는 메시지다. 요즘 시대엔 분쟁보다 예방이 돈을 지킨다. 고소·고발보다는 명확한 계약, 감정보다는 프로세스가 핵심이다. 실력 있는 부자일수록 송괘의 교훈을 이해한다. 이들은 싸우지 않고 이기며, 분쟁 없이도 자산을 불린다.


돈의 분쟁은 감정의 싸움이 아니라 시스템의 전쟁이다

송괘는 돈을 지키는 데 있어 가장 현실적인 메시지를 준다. 아무리 큰 자산도 계약 하나로 무너질 수 있고, 작은 문장 하나로 몇 억의 이익을 지킬 수 있다. ‘분쟁을 피하라’는 말은 이상적일 뿐, 실제로는 ‘분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한다. 상담 현장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교훈은 이렇다. “문서가 말보다 오래간다.” 감정이 아닌 증거로, 의리가 아닌 시스템으로 자산을 지키는 이가 결국 진짜 부자다. 송괘는 말한다. 처음은 좋을 수 있다. 하지만 끝이 어그러지지 않도록, 지금 계약서를 다시 들여다보고, 당신의 자산을 지킬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라고. 그것이 돈을 지키는 진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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