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고(蠱) 괘: 낡은 투자습관의 리셋

by 백승헌



돈과 부를 막는 것은 오래된 습관이다

돈을 벌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왜 돈이 안 모이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그 이유 중 가장 흔한 것이 바로 '오래된 습관'이다. 낡은 투자 방식, 반복되는 소비 패턴, 정리되지 않은 자산 구조는 부의 흐름을 막는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다. 주역의 18번째 괘 고(蠱) 괘는 이 ‘썩은 것’을 정리하고 새롭게 출발하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고 괘는 상괘(上卦)가 산(山), 하괘(下卦)가 바람(風)인 형상이다. 이는 산속에 바람이 들어 부패한 것을 걷어내고 새 기운을 불어넣는 장면을 상징한다. 자산을 리셋하고 부채를 청소하는 과정, 그것이 곧 곤괘의 진정한 부자학이다.


나는 주역을 하면 고 괘를 너무나 자주 만난다. 이 고괘가 나오면 무조건 대략 난감이다. 고괘의 한자를 보면 벌레 3마리가 그릇에 놓여 있다. 이는 고치거나 변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뜻은 돈의 관점에서 보면 재무 청소이다. 보이지 않게 새나가는 돈을 잡아라는 뜻이다. 많은 이들이 “나는 별로 소비를 안 해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 가계부를 열어보면 쓸데없는 구독 서비스,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는 잡비, 재미로 시작한 투자 앱들에서 빠져나가는 소액들이 꽤 많다. 이들은 조용히 자산을 좀먹고 있다. 고(蠱)는 ‘기생충처럼 숨어 썩히는 무언가’를 제거하라는 뜻이다. 부의 첫걸음은 ‘지출의 정리’와 ‘불필요한 자산의 폐기’에서 시작된다. 자산 포트폴리오도 예외가 아니다. 쓰지 않는 펀드, 감시하지 않는 코인, 정체된 보험은 더 이상 자산이 아니다. 당신의 돈줄을 막는 무거운 앵커일 뿐이다. 재무 청소는 돈을 모으기 위한 정리 정돈이며, 이는 바로 고괘가 말하는 ‘부의 시작을 위한 정화’다.


2005년에 친구와 남해에 여행을 간 적이 있다. 당시 사업을 하는 그에게 내가 물었다. “빚이 얼마 있어?” 그 친구는 운전을 하며 말했다. “70억 정도 돼.” 나는 그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자산은 얼마야?” 그가 웃으며 말했다. “내 몸뚱이가 전부야.” 그렇게 말하며 그가 말했다. “빚도 자산이야. 앞으로 이 빚 자산으로 돈을 많이 벌 거야.” 나는 그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빚을 무조건 나쁘게 생각한다. 하지만 빚도 자산처럼 ‘활용 가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제어되지 않은 부채, 그리고 ‘목적 없는 빚’이다. 그 친구는 2006년 두바이 분양사업으로 3000억 원의 순이익을 보았다. 그제야 나는 빚도 자산이라는 그의 말을 수긍했다. 고 괘는 ‘낡은 것을 고친다’는 뜻을 지닌다. 하지만 그 대상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돈의 흐름을 왜곡하는 구조들이다. 가령, 고금리 카드론, 현금서비스, 중복 대출 등이 그것이다. 이것들이 쌓이면 자산은 아무리 벌어도 증식되지 않는다. 부자는 빚을 ‘잘 쓰고, 잘 갚는’ 사람이다. 그 첫걸음은 이자 높은 채무부터 정리하고, 구조 자체를 리셋하는 것이다. 고 괘는 단순한 '갚기'가 아닌 '재구조화'를 말한다. 기생충 같은 것을 갈아치우는 것, 그것이 고괘의 교훈이다.


나는 고 괘가 나오면 대부분 그 일을 그만둔다. 리셋하고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일이 피곤하기 때문이다. 돈에 관한 한 고 괘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돈이 안 모이는 사람의 특징은 정리 없이 추가만 한다는 것이다. 투자도, 일도, 관계도. 그러다 보면 본질을 놓친다. 고 괘는 묵은 것을 걷어낸 뒤 ‘새 질서’를 세워야 함을 강조한다. 단순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기초를 다시 쌓는 작업이다. 재무구조에 대한 리셋 전략의 핵심은 ‘버리기’가 아니라 우선순위 정리다. 어떤 자산을 먼저 키울지, 어느 지출부터 줄일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놓을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생긴 여백에 새로운 기회가 들어온다.


상담사례|“이제 돈이 숨을 쉽니다”

50대 중반의 L 씨는 1억 원의 빚과 7개의 소액투자 계좌, 2건의 중복 보험을 갖고 있었다. 경제적으로 늘 쪼들리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는 당뇨로 내원했지만 사실은 돈에 대한 고민으로 인한 고통이 심했다. 그는 내게 물었다. “자산정리를 하면 손해 같고, 막상 투자도 무섭고, 그대로 두기는 그렇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때 그가 작괘 한 것이 고 괘였다. 나는 이렇게 충고했다. “무조건 정리하세요. 곪아가는 줄 알면서 방치하는 것은 나중에 크게 후환이 됩니다.” 그는 내 말을 듣고 가계 지출부터 자산 포트폴리오까지 전면 청소에 들어갔다. 고금리 카드론을 조기 상환하고, 쓰지 않는 투자 계좌는 해지하고, 보험은 단일화했다. 그리고 남은 현금흐름을 ETF에 자동 이체하도록 조정했다. 이 단순한 리셋만으로 그는 “돈이 드디어 숨을 쉰다”라고 했다. 1년 후 그는 빚을 80% 상환했다. 또 소액이지만 자신만의 ‘투자 기초’를 갖게 되었다. 이 경험은 그에게 가장 강력한 돈 공부가 되었다. 그는 나중에 찾아와서 깊은 감사를 했다.


고 괘는 썩은 것을 도려내고 새로움으로 가는 과정이다. 재무 청소와· 부채 정리 · 리셋 전략은 모두 이 괘의 실천적 지혜다. 부자는 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구조를 계속 점검하고 리셋하는 사람이다. 돈은 버려야 들어온다. 지출도, 빚도, 잘못된 구조도 다 내려놓을 때 비로소 새로운 부가 들어온다. 고(蠱)는 그저 고치는 것이 아니라 부를 위한 정비와 준비의 시작임을 기억하라. 나는 고 괘가 나오면 무조건 청소를 떠올린다. 그런 점에서 고 괘는 자신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좋은 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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