剝(박) 괘의 의미 24. 깍여나감이 감손과 후퇴의 국면을 상징한다.
돈의 손실을 통해서 새로운 기회를 찾다.
부자가 되는 길은 언제나 상승 곡선일 것 같지만, 하강 곡선도 있다. 오히려 ‘하강의 시기’를 어떻게 견디느냐가 부의 수준을 결정한다. 주역의 23번째인 剝(박) 괘는 바로 이 감손과 후퇴의 국면을 상징한다. 剝(박)은 '벗겨진다', '깎여나간다'는 의미다. 상괘는 산(艮), 하괘는 땅(坤)이다. 산이 땅 속으로 침몰하는 형상이다. 높은 곳에 있던 자산이 무너지고 깎여나가는 시기를 뜻한다. 이는 곧 시장의 하락, 자산의 감소, 투자의 실패로 연결된다. 그러나 박괘는 단순히 절망을 말하지 않는다. 그 속에서 어떻게 자산을 보호하고, 다음 상승을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지혜를 전한다.
손실이 나면 무너지지 않기 위한 줄임의 기술이 필요하다.
박괘의 첫 번째 메시지는 ‘줄여야 산다’는 것이다. 지금은 어떤 전략도 잘 먹히지 않고 자산은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무너진다. 이때 억지로 버티거나 무리한 추가 투자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시장에선 이 시기를 ‘베어마켓(bear market)’이라 부른다. 주가는 빠지고, 실적은 줄고, 투자자의 심리도 얼어붙는다. 이때 필요한 것은 확장보다 수축이다. 공격보다 방어이며 도전보다 절제다. 부자들은 이 시기에 현금 흐름을 관리하고, 지출을 최소화하며, 리스크 자산을 줄이는 데 집중한다. 스스로를 ‘벗겨내며’ 다음을 준비한다. 박괘는 바로 이 비움의 경제학을 가르친다.
절제하는 것도 투자이며 멈춤도 전략이다.
박괘는 투자 시점에서 절제의 미덕을 강조한다. 많은 초보 투자자들이 “지금 빠졌으니 더 사야 해”라고 말하며 물타기에 나선다. 하지만 박괘의 괘상을 분석하면 냉철한 관점이 나온다.. “그 물이 더 깊어질 때, 너는 가라앉는다.” 절제 투자란 시장 상황을 정직하게 받아들이고 감정적 매수를 억제하는 것이다. 이 괘는 ‘잠시 멈춤’의 신호이며 투자 포지션을 재정비하는 전환의 기회다. 부자들은 이 시기에 자산 포트폴리오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며 지켜야 할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한다. 절제는 손실을 줄이는 가장 강력한 투자 수단이다.
자산 보호를 위해 본질을 지키는 것은 최소화의 전략이다.
박괘의 마지막 핵심은 자산 보호다. 모든 자산이 하락하는 시기에 무엇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 박괘는 외피는 벗겨지더라도 핵심은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이 시기엔 투자의 본질, 나의 경제 시스템을 돌아봐야 한다. 소득 구조는 지속 가능한가? 고정 지출은 관리되고 있는가? 비상금은 마련되어 있는가? 부자들은 이 시기에 캐시카우 자산(현금 흐름 자산)을 확보하고 불필요한 자산 매도를 통해 유동성을 보강한다. 단기 수익보다는 생존이 우선이라는 통찰이 박괘의 핵심이다.
S 씨는 대기업에서 25년을 근무한 안정적인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퇴직을 앞두고 무리하게 부동산에 투자했다. 그 시기는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가 심해서 무려 5억 원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그는 상담 중에 안절부절못하는 말을 했다. "뭘 더 해야 할까요? 팔까요? 더 살까요?" 나는 그에게 주역 박괘의 괘상을 보여주며 말했다. “산이 땅 속으로 가라앉는 형상입니다. 지금은 ‘움직일수록 더 잃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그는 지출 구조를 정리했고, 비효율적인 자산을 정리하면서 현금 비중을 높였다. S 씨는 무려 1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투자 전략을 택했다. 그 대신 매달 소득 구조와 지출 내역을 기록하며 ‘생존’에 집중했다. 2년 뒤, 시장이 반등했을 때 그는 살아남은 자산으로 다시 투자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말했다. “그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에, 지금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박괘는 그런 괘다. 움직이지 않음이 최고의 생존 전략이 되는 시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무너짐은 끝이 아닌 바닥의 확인이며 재건의 시기이다.
박괘는 무섭다. 산이 무너지고 자산이 깎여나가는 형상은 누구에게나 공포를 준다. 나는 가끔씩 괘상주역에서 박괘를 뽑으면 가슴이 철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주역은 항상 양면을 갖는다. 그 이유는 박괘의 다음 괘는 바로 復(복) 괘이다. ‘다시 돌아오는 회복’의 괘상이다. 이는 박괘가 복괘로 가기 위한 숙련의 시간이라는 것을 뜻한다. 돈이 빠져나가는 이 시기를 두려워하거나 부정하지 말라. 오히려 그 속에서 나의 핵심을 확인하고 내 경제 생태계를 다잡는 정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부자는 이렇게 말한다. “손실이나 줄이기는 곧 기회다. 무너질 때, 나는 다시 뿌리를 점검한다.” 이러한 사고가 박괘의 진정한 투자 전략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