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증세는 심각했다. 식도가 협착이 되며 비장과 췌장, 위장의 기능 전체가 저하되어 있었다. 심지어 호흡까지 힘들어했다. 네블라이즈를 가지고 다녀야 안심이 될 정도였다. 그러나 그녀는 기관지 천식이나 만성폐쇄성 폐질환 환자는 아니었다. 큰 병원은 모두 다녔지만 해답을 구할 수 없었다. 음식을 먹기도 힘들고 호흡하기도 힘든 진퇴양난의 증세였다. 체질적으로 모든 기능이 저하되어 있었다.
“큰 병원이라고 해도 소화기에 관한 한 치료의 한계가 많습니다. 서양의학은 소화관 메커니즘에는 기존의 기계적인 소화와 화학적 소화방식이라는 두 가지만 있습니다. 체질의학의 메커니즘과는 많이 다릅니다. 그래서 치료의 한계가 있어 특정 소화기질환은 치료가 안 됩니다.”
그녀는 이해가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는 정말 죽을 것 같은데도 큰 병원에는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폐와 기관지는 정상범위이고 위장에도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요. 그런데 저는 아파서 죽을 것 같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있나요?”
“그것을 이해하려고 하면 서양의학의 소화관에 대한 실험과 연구를 알아야 합니다. 그것을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왜 그런 차이가 나는지를 아셔야 합니다.”
미국의 군의관이며 외과의사인 윌리엄 보몬트(William Beaumont)는 소화기학의 대전환점을 만들었다.
그는 1833년 ‘위액에 관한 실험과 관찰 그리고 소화생리학’을 출간해 유명해졌다. 그는 기존 학계에서 주장한 소화가 기계적으로 일어난다는 이론의 한계를 깨트렸다. 그는 수많은 생리학적 실험을 통해 소화가 화학적 방식으로 일어난다는 생리학적 과정을 증명했다. 위액의 특성과 일반적인 소화과정에 대한 새로운 실험결과를 제시했던 것이다.
그의 연구가 유명한 이유 중의 하나는 동물실험이 아닌 인간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1822년 6월 6일, 미시간에서 일하던 중 산탄총 폭발로 부상을 당한 캐나다 사냥꾼 알렉시 생 마르탱이 그 대상이었다. 당시 마르탱은 총알로 인해 위가 뚫린 상태에서도 생존했다. 월리엄 보몬트는 당시 외과 의사로 이 청년을 치료했다.
윌리엄 보몬트(William Beaumont)의 잔인한 실험과 연구 성과
마르탱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그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뚧려 있는 구멍을 통해 바로 위장으로 밥을 넣어보자.”
며칠 동안 청년을 위해 위장에 난 구멍으로 직접 밥을 넣어주던 보몬트는 실험을 시작했다.
그는 마르탱을 몇 시간 굶긴 다음, 모로 눕혀 불빛을 비추어 위장 속을 들여다보고 위액을 뽑았다. 그리고 위액이 염산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또 깔때기로 물을 붓거나 숟가락으로 음식을 넣고, 또 대롱으로 다시 끄집어내기도 했다. 보몬트는 얼음낚시꾼처럼 음식물을 굵은 실에 매달아 위속으로 넣으면서 모든 소화활동의 내용을 상세히 기록했다.
보몬트는 다양한 음식으로 실험했다.
소고기, 돼지고기, 빵, 양배추를 요리한 정도에 다라 다르게 매달아 넣어보기도 했다.
때때로 소화되고 있는 음식을 꺼내서 관찰하기도 했다. 심지어 술이 위장염을 일으키는지 알기 위해 며칠 동안 위장에 술을 부었다. 그 결과 마르탱이 술에 취해 며칠 동안 깨어나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화학적 소화과정을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한 것이었다. 그 실험은 끔찍했고 마르탱은 도망가려 했다. 하지만 보몬트는 끝까지 쫓아다니며 실험을 강행했다. 결국 238번의 실험을 성공시켰다.
이 연구로 윌리엄 보몬트는 세계적 외과 의사가 되었다. 하지만 마르탱은 고통에 시달렸다.
생명윤리와 연구 윤리에 대한 기준치가 없던 시대였으니,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 후 이 연구는 개의 위장을 뚫어 실험한 베르나르와 파블로브를 포함한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 모델이 되었다.
윌리엄 보몬트는 이러한 연구업적으로 `위장 생리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서양의학의 화학적 소화과정에 대한 얘기를 듣고 그녀가 말했다.
“마르탱이라는 사람이 참 끔찍한 고통을 당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화학적 소화과정이 밝혀져서 큰 다행입니다. 그 실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을까요?”
“최소한 서양의학으로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의학으로서는 대단한 발견이 아닙니다. 이미 2000년 전부터 한의학은 한약으로 소화관의 화학적 작용을 조절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한의학은 어떤 원리로 소화관의 화학적 작용을 조절하나요?”
“소화관질환에 관힌 한약은 대부분 위산조절이나 위장관운동, 위염완화, 위와 장의 연동운동 등을 조절합니다. 서양의학이 화학적 소화과정을 인체실험으로 밝히기 전부터 그랬죠.”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가 다시 말했다.
“그래서 소화기 질환은 한약이 좋다는 말이 있군요. 사실 저도 한약 먹고 소화관이 많이 좋아지긴 했어요. 하지만 한약으로도 완치가 안 된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그녀는 소화기관의 한약치료를 절반만 인정했다. 그 이유는 자신의 치료경험때문이었다. 그녀는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을 돌아가며 치료했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녀로서는 인정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체질의학의 소화관 치료가 특별한 이유?
Y 씨는 체질의학의 소화관 치료가 왜 특별한 지를 물었다.
“체질의학의 치료가 전통 한의학과 다른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요?”
“28 체질의학은 체질에 따른 소화관 치료의 방법이 다릅니다. 태양인체질과 태음인체질, 소양인체질, 소음인체질의 소화관치료가 제각기 다릅니다. 그 이유는 체질에 따라 ‘화학적 소화과정’과 ‘소화관 운영체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는 체질에 따른 원인치료가 달라야만 치료가 된다는 것이죠.”
나는 그렇게 밀하며 자세히 설명했다.
서양의학에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체질의학의 소화관 메커니즘이 있다. 그것은 21세기 체질과학의 연구로서 전통한의학과도 많이 다르다. 비교를 하자면, 화학적 소화과정을 밝힌 서양의학의 소화관 치료제는 단순하다. ‘소화관운동촉진제’ 나 위산을 조절하는 ‘제산제’ 위염을 치료하는 ‘소염진통제’, ‘항생제’ 등이 그것이다. 전통 한의학의 소화기질환 치료는 소화촉진 혹은 소화기 강화이다. 그에 반해 체질의학은 체질에 따라 제각기 소화기 질환 메커니즘이 같지 않다. 당연히 소화기질환 치료제도 처방이 달라진다. 그 이유는 체질이라는 ‘몸의 운영체계’에 따라 소화관치료를 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체질에 따른 소화관 질환의 원인
1. 태양인체질은 간기능이 약해서 소화관의 문제가 생긴다.
2. 태음인체질은 폐기능이 약해서 소화관의 문제가 생긴다.
3. 소양인체질은 신장의 기능이 약해서 소화관의 문제가 생긴다.
4. 소음인체질은 비장의 기능이 약해서 소화관의 문제가 생긴다.
이렇게 소화관질환은 체질의 기능적 편차로 인해 병이 발생한다.
단지 소화관 중심의 원인을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28 체질의학의 원리로 보면 소화관 질환은 원인을 제거하는 뿌리치료가 핵심이다. 이 차이는 치료과정에 엄격하면서도 정확하게 나타난다.
Y 씨는 설명을 듣고 치료를 하겠다고 했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보니 정말 이해가 됩니다. 저의 경우엔 소양인부체질과 태양인주체질에 따른 원인치료를 해야겠군요. 큰 병원에만 가면 폐와 기관지 검사부터 하고 위장이 약하다는 말을 했어요. 그런데 검사해 보면 폐와 기관지, 위장이 정상이라고 해서 이해가 안 되었어요. 그런데 간과 신장이 약한 것은 제가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것이 약해도 소화관과 호흡에 문제가 생기는군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 후 그녀는 소화관의 원인치료로 건강을 회복했다. 호흡도 정상으로 돌아왔고 소화관의 극심한 체증도 완치를 했다.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졸저 ‘만성체증이 내 몸을 죽인다.’ 그 책을 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원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