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할 수 없는 체질의 존재와 과학적 가치
“왜 체질을 알아야 하나요? 몰라도 상관없지 않나요?”
가끔 체질에 대해 관심이 없는 환자들은 이렇게 질문을 한다.
과연 체질을 몰라도 상관이 없을까? 예전에 명문대 출신임을 자랑하던 한 여성이 자기 남편의 차종을 몰라서 헤맨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녀는 차 넘버도 기억하지 못했고 오직 검은색 차라고만 말했다.
“차종이 뭔가요?”
그녀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차종은 뭔지 몰라요. 하지만 까만색이고 제가 멀리서 보면 딱 알아요.”
그 말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찾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몇 사람이 그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려던 참에 차를 못 찾아서 혈안이 되었다.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남편의 차종을 모르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넓은 주차장에서 차들을 보다가 한 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렇게 생긴 차입니다. 검은색이고 아파트 스티커가 붙어 있어요.”
함께 있던 사람들은 하는 수 없이 그 차종을 제각기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 차종의 차 앞에서 그녀에게 일일이 확인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한참이나 헤맨 후에 겨우 그 남편의 차를 발견했다. 차종을 몰라서 그렇게 헤매다니 기가 막힌 일이었다. 나중에 그녀에게 다른 차의 뒷부분을 가리키며 물어보았다.
“저 차는 차종이 뭔가요?”
차 뒷부분에 ‘그렌져’라고 브랜드가 붙어 있었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모르겠어요. 저 차는 고급차 아닌가요?”
나는 그 순간 확실히 확인했다. 그녀는 영어를 읽을 줄 몰랐던 것이다. 시력에도 문제가 없는데도 눈앞의 그렌저 차종을 어떻게 모를 수 있는가? 그녀는 무학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감추기 위해 명문대 출신인 것처럼 한 것이었다.
아마 그녀의 이야기에 대해 대부분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아니 어떻게 자기 남편의 차종을 모를 수 있어?”
그렇지만 사실이다. 그렇다면 자기 체질을 모른다면 그건 어떠한가?
체질에 대해서 나는 이렇게 설명한다.
“체질을 모르면 두뇌와 오장육부의 강점과 약점을 모릅니다. 예를 들어, 심장이 약하다면 쓴 맛의 음식을 먹어야 하고 간이 약하면 신맛을 먹어야 합니다. 체질을 알아야 하는 것은 건강관리의 기본입니다.”
실제 그렇다. 체질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건강관리와 성공 때문이다.
단맛을 피해야 하는 소양인체질의 학생이 매일 단맛에 중독되어 있다면 그는 공부를 잘할 수가 없다. 단맛이 뇌의 기능을 극적으로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반대로 간이 약한 태양인체질이 매일 자극적인 맛을 좋아한다면, 그 역시 뇌기능을 약화시킨다. 체질을 모르면 몸 관리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예전에 내가 몰던 그렌져 차종에 일반 엔진오일을 잘못 넣은 적이 있다. 카센터가 차종과 무관하게 엔진오일을 사용했던 탓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엔진소음이 생기고 느낌이 좋지 않아서 다른 카센터를 찾았다.
그는 시동을 켜고 자세히 엔진소리를 듣고 말했다.
“그렌저 전용 엔진오일을 사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는 즉시 그렌저 전용 엔진오일로 교체했다. 그러자 엔진소리도 안정되고 승차감도 안정이 되었다. 체질은 자동차의 엔진오일같이 그렇게 확연한 차이가 있다.
그런데도 체질을 몰라도 된다고 할 것인가?
체질이 첨단 과학과 일치하는 이유
모든 사람들은 얼굴 생김새, 체격, 성격, 운동 능력, 지능 등에서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이것은 사람마다 타고난 설계도 즉 체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 설계도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 정보로 만들어진다. 이를 동양의학에서는 체질이라고 하고 현대의학에서는 ‘게놈 프로젝트’라고 한다.
첨단 과학으로 유전 정보를 해석하는 일을 인간 게놈 분석이라고 한다. 반면 첨단 과학으로 체질 정보를 해석하는 일을 체질 분석이라고 한다. 이는 인체의 건강과 상태를 분석하는 동일한 원리인 것이다.
“유전 정보는 DNA에 새겨져 있다”
1990년부터 시작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엄청난 규모였다.
과학자들은 13년간 약 3조 5000억 원의 비용을 들여 2003년에 인간 게놈 정보를 모두 분석했다. 게놈(genome)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를 합쳐 만든 말이다. 하나의 세포에 들어 있는 DNA의 염기 배열 전체를 뜻한다. 인간의 게놈은 약 30억 개나 되는 염기쌍으로 이루어졌다. 참고로 생쥐는 염기쌍이 33억 개이고, 메뚜기의 염기쌍은 50억 개다. 식물의 경우는 이보다 훨씬 많아서 꽃을 피우는 식물의 경우는 대개 염기쌍이 1000억 개가 넘는다.
이 엄청난 '인간 게놈(유전체) 프로젝트'(HGP)를 통해 인간 유전자 지도는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기존 서양의학의 보편적 치료개념에서 개별 맞춤 치료로의 전환을 나타낸다.
이를 동양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체질의학이며 근본적 아이템은 동일하다.
다만 인간 게놈 분석이 유전자 중심이라면 체질은 유전자가 형성된 메커니즘이 중심이다. 게놈 분석이 유전자 지도라면 체질의학은 인체 설계도이며 품질의 상태를 나타낸다. 이 두 개의 개념은 서양의학의 유전자라는 미시적 관점과 동양의학의 체질이라는 거시적 관점으로 나타난 것이다.
체질을 알면 건강이 보이는 이유
난치병을 고치기 어려운 이유는 체질적 차이 때문이다.
말기 췌장암 환자가 특정 한약처방으로 완치했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다. 그 처방이 밝혀져 있다. 그런데 다른 췌장암 환자가 그 약을 먹었는데도 왜 낫지 않을까?
말기 위암 환자가 꽃송이 버섯을 먹고 나았다는 글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효과가 좋다면 다른 위암환자가 먹어도 나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일은 없다. 그 이유는 체질 때문이다.
인간 게놈(유전자) 분석에서도 그 점을 분명히 했다. 유전자 지도가 다르면 동일한 치료법으로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체질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그러하다.
어떤 특정 질병이라도 체질을 알아야 정확한 치료를 할 수 있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묵시적으로 아는 사실이다. 지구상의 60억이 넘는 인류가 제각기 유전자지도가 다르고 체질이 다르다. 그 유전자 지도와 체질은 동일한 조건이다.
“유전자 지도를 알면 병을 쉽게 고칠 수 있을까?”
당연히 그럴 것이다. 따라서 체질을 알면 병을 고치고 건강관리를 잘할 수 있는 것도 같은 원리이다. 체질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유전자 지도를 알아야 하는 이유와 동일한 것이기 때문이다.